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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편견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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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나이브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시절.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어떤 이해관계, 그것을 넘어서는 모두에게 최우선으로 선택될 보편적인 도덕적 가치가 있다고. 그리고 그 가치는 어떠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하여도 지켜질 거라고. 그러나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내가 보편적이라고 생각했던,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가치는 어떤 이들에겐 그들이 신봉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가차없이 버릴 수 있는 하찮은 것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 깨달았다. 아, 내가 인간이라면 응당 가질 '보편적'이라고 생각했던 도덕적 가치가 누군가에겐 한쪽으로 치우쳐진 생각일 뿐일 수가 있는거였구나 라는 것을. 그러니까 불과 몇 해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의 보편적 가치는, 누군가에겐 내가 가진 편견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나는 그것이 '편견'이어야 하는 사회가 내가 살고있는 사회라는 것이 믿어지질 않았다. 믿고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었다.


손흥규 작가의 <다정한 편견>은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던 보편적 가치, 를 지칭하는 다른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엔 세상을 보는 관점이 비슷한 사람의 글을 만날 때면,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안도감이 느껴진다. 아직은 모든게 다 잘못된 것은 아니야, 하는 그런 안도감. 그리고 울컥, 하고 가슴이 반응을 한다. 솔직히 이런 세상을 만나게 될 거라곤 생각을 못해왔었기 때문에 이런 감정을 만나게 된 것이 더 없이 소중하면서도 더 없이 슬퍼지기도 한다. 참 별 것 아닌데. 어려운 이웃을 보면 측은지심을 가지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도와주려하고 조금이라도 나누려 하는 마음. 과한 욕심을 부리는 사람에게 욕심부리지 말라고 충고할 수 있는 마음. 좋은 것은 함께 하려고 하는 마음. 그러한 마음들이 보편타당한 것이 아닌 세상에 살고있는 것이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는다.



괴물이 될 수 밖에 없는 게 삶이라면, 최선은 괴물이 되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우리는 타락하지 않아서 인간다워지는 게 아니라,

타락의 속도를 늦출 용기를 지녀서 인간다워지는 존재니까. 

 

나이를 먹어가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더럽혀지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괴물은 되지 말자."라고 서로를 다독여주는 사이가 될 수 있을 터다. 나이가 들 수록 이기적이 될 수 밖에 없는것이라면, 그래, 작가님의 말씀처럼 적어도 그 속도라도 늦춰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므로. 우리는 인간이니까. "편견이 필요한 시절이다. 아름답고 올바른 편견이 절실한 시절이다. 해서 나는 편견을 사랑한다" 라고 말씀하셨던가. 맞다. 지금의 우리에겐 이 <다정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그것이 편견이 아닌. 보편적이고 당연한, 모두에게 같은 무게를 가진 가치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도덕적인 문장이란 도독을 옹호하는 글을 뜻하지 않는다.

가치 있다고 믿는 것을 적었다고 해서 도덕적인 문장인 건 아니다.

문장의 경우 도덕성이란 우리가 글로 옮기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철저한 관찰과 이해를 뜻한다.

그러한 바탕 없이 관습적인 문장을 남발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문장의 윤리를 저버리는 셈이다. (중략)

타인에 대한 이해 없이 도덕이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

 

타인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지키고 살아야 한다.

시련이 없을 때 우아해지기란 퍽 쉽다. 그러나 고난 속에서도 우아해지기란 쉽지 않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만의 원칙을 허물것인가 말 것인가로 고뇌하는 그대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희생을 감내한 그대가 누구보다 우아하다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놓은 책이었기에 어떤 공통된 주제는 없는 책이었다. 그러나, 모든 글들이 나름의 무게를 가지고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고있었다. 상황이 어떻게 바뀌던 변하지 않는 시선을, 태도를 가지고 산다는 것이 어려운 시대다. 그래서 더욱더 이 변치 않는 시선을 가진 글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님의 글을 좋아할 수 있었던 것은, 세상을 향해서도, 그리고 본인 스스로를 향해서도 엄격한 태도 때문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본인이 직접 체득한 감정만을 적고자 한 우직함. 그 우직함이, 그 다정한 편견이. 정말 우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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