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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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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라고 하면 쇼핑몰 스타일난다 라던가 (틀려) 아니면 웹툰 작가 난다님 (그만해) 이 먼저 떠올랐었다. 생소한 출판사 이름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도시나 여행에 관련된 에세이들이 소프트 아이스크림같이 달달하고 보드라워지기만 한 이후로는 전혀 읽지 않았고 관심조차 없어졌었기에, '걸어본다'라는 시리즈명도 처음 들어보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다른 시리즈에선 어느 도시를 다루고 있는지 궁금해져 알라딘에서 출판사로 검색을 해 보니 그간 내가 읽고 ‘아, 참 좋다’라고 생각했던 <밤은 선생이다>와 <여행, 혹은 여행처럼>이 목록에 포함되어있어서 깜짝. 그리하여- 그렇다면 이 책도 좋을 것이다, 라는 어떻게 도출된 결론인지 그 연산 과정을 짐작하기 어려운 결론을 맺고 책을 펼쳤다.


예전부터 언젠가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면, 벽이며 바닥은 온통 화이트 색으로, 가구는 매트리스 하나와 커다란 책상 한 개만. 그리고 벽 한쪽은 통유리로. 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삶의 내음이 묻어나지 않는 공간같은 건 상상속에서나, 잡지속의 컨셉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공간이며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쩐지, 내가 그 방 안에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색. 무취. 무미. 깨끗하고 청초하지만, 아무런 색도, 아무런 향도 느껴지지 않는 플라스틱 같은 느낌. 왜일까. 정말이지 사적인 개인적인 취향으로 가득 차 있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어째서 이렇게 플라스틱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걸까. 고민스러웠다.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모으고 수정하여 낸 책이라 했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이 글은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쓴 것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의 기록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쓰인 만큼 '이런 것에 대해 모를지도 몰라,' 라는 전제 자체가 없기 때문에 책이 조금은 불친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쉴 새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지금. 이 순간의 뉴욕의 현대미술, 패션, 문학'에 대한 쉴 새 없는 레퍼런스들을 쫓아가기가 버겁기도 했다. 왼편에 주요 작가에 대한 설명은 적혀져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고, 해서 언급된 작품들을 인터넷을 찾아보며 읽을 수밖에 없었기에 독서시간이 배가 되었더랬다. 나는 좋은 문구가 있는 페이지는 아래쪽을, 나중에 공부해야할 내용이 있는 페이지는 위쪽을 접어놓는 습관이 있는데, 




이 모양이 되었다. 아아, 갑갑하다. (깊은 한숨)


모든 일기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읽히는 것'을 전제로 쓰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일기라는 것은 사적인 영역의 글이며, '읽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쓰는 사람'을 위한 글이다. 그래서인 것 같다. 이 책이 플라스틱처럼 느껴졌던 것은. '너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게'가 아니라 '나를 위해 나의 매일을 기록해 두자'라는 목적으로 쓰인 글. 화살표가 안으로만 뻗어나가고 있는 글이기에 이 책이 유독,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 무미건조함이 과연 '단점'일까. 아니, 나는 이 책의 강점이 바로 그 '무미건조함'이라고 결론지었다. 앞서도 말했듯 나는 여행 에세이들의 '달달함'과 '낭만 가득함',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에 질려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 무미건조함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일단 '재미있는(웃긴)' 것을 좋아하지만 센스 있게 웃기지 못 할 거면 차라리 이렇게 차분하고 새침한 편이 낫다는 생각.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글쓴이의 지난 하루하루의, 조용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단지 내가 모르는 것이 많아, 조금은 버거웠을 뿐.



그가 살아있었다면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을까. 

책을 쓰든 뭘 쓰든 자기중심적으로 뉴욕을 느끼고 살라고.

모든 것의 시작은 지독하게 사적인 거라고.

그런 의미에서 '취향'은 내게 희망을 주는 것이었다. 

초라하기도, 아귀다툼같기도 한 일상을 다른 레벨로 격상시킬 수 있는.

일상을 그보다 나은 것으로 탈바꿈할 수 있게 하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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