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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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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밥장님을 좋아한다. 강의도 들으러 가 보았고, 그의 첫 책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다>는 손꼽아 기다리다 구매했었을 정도로,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상하게 그의 블로그 글을 볼 때면 이상한 이질감 느껴졌다. 그림으로서 읽혀지는 밥장과는 다른 이질적인 느낌이 있었다. 처음엔 그 이질감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니까 뭔가 머릿속에서 까글거리지만 그 느낌을 무시했다. 그러다 '정말 이상한 점이 있다'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은 것은 책 <밤의 인문학>을 읽었을 때였다.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을 좋아할 순 있겠지만 저자 밥장을 좋아할 수 있을지 그때 처음으로, 자신이 없어졌다. 나는 그 책에서 밥장이라는 사람이 내재한 컨텐츠의 한계같은것을 보았다. 대기업 입사, 창업후 실패, 이혼, 그림으로서의 재기, 그리고 현재. 이미 전작들에서, 블로그에서 다 이야기했던 컨텐츠가 '밤' 'Bar' '맥주'에 '인문학' 이라는 것으로 치장된 채로 다시 언급되고 있었다. 수 많은 책에서 발췌한 그럴싸한 인용구들의 비호를 받으며 말이다. 실망이었다. 그래도 또 사람 마음이란 게 일단은 '좋아함'의 마음이 더 큰 사람이었기에 새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모른 척 하기는 어려웠다. 이번엔 조금 다르지 않을까? 그리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잖아, 라면서. 적어도 <밤의 인문학>보다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책장을 열었다.


사유가 가능한 책이 좋다. 함께 생각해보길 권유하는 글이 좋다. 그 정도의 경지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적어도, '본인의 글'을 쓰는 사람의 책을 읽고 싶다. 그러나 이 책은 어딘가 미묘했다. 읽은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이 책에 대한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는 이 미묘함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해서 찾아낸 미묘함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전작 <밤의 인문학>과 마찬가지로 넘쳐나는 인용구에 있었다. 한 꼭지에 적어도 한 개, 많으면 4~5개까지 들어있는 '누군가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류의 문장들이 차고 넘치게 많았다. 이 인용구들을 빼면 책의 볼륨이 반으로 줄어들진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 과한 인용구들은 밥장만의 매력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이었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에 이런 말이 나왔다. 그리고......" 로 이어져야 옳았을 문장들은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에 이런 말이 나왔다. 그리도 다른 책엔 또 이런 말이 나왔다. 그리고 또 다른 책엔 이런 말도 나왔었다."라고, '그리고....'로 이어져야 할 본인의 생각은 없고 온통, 그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지는 인용구를 찾는데 모든 역량을 할애한 것 같아 보이는 부담스러운 문장들은 밥장만의 이야기를 궁금해 했던 나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나는 밥장님의 책에서 무엇보다 그가 그림으로서 사유하고 그림으로써 소통한 이야기를 원했다. 밥장이 다른 여행자들과 다른 점은 다름 아닌 바로 그 부분이니까. 그것이 밥장의 경쟁력이니까. 그러나 밥장님은 본인의 독서취향, 본인의 음악취향을 뽐내고 싶었던 걸까.  떠나는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다면 떠나는 이유에만 집중했어야 했지 않을까? 그것도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자신이 보고 듣고 알아 온 많은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알려주고 싶었고, 또 남들과는 다른 여행 에세이를 쓰고 싶은 욕심이 컸던 탓이겠지만 나에겐 100개의 화려한 반찬 앞에 덜 익은 밥과 간이 맞지 않는 국이 올라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중간정도까진 정말 혹시나가 역시나였어, 라는 마음으로 읽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인용구는 줄어들고 본인의 생각을 본인의 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이 책이 비로소 좋아졌다. 특히 쿠바의 탱고 그림을 그리는 할아버지와의 에피소드는 소름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갈 정도로 읽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에피소드였다. 비로소 '본인의 경험'과 '본인의 생각'과 '본인의 글'이 쿵짝을 맞추며 밥장만의 색을 드러내주고 있는 다섯번 째 키워드부터는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또, 마지막 키워드 '기록'이야말로 '이것이 밥장이다'를 보여주는 꼭지 아니였을까. 내가 원한 밥장의 여행이야기 역시 이것이었다. 그림으로 보여주는 여행. 기억력도 나쁘면서 게으르기까지 한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카메라 없는 여행'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재주가 있는 밥장이라면 가능하다. 그러니까 나는 결국, 여행 순간 순간의 이야기들이 담겨져있는 밥장의 그림을 구경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이 그러한 그림과 메모를 좀 더 많이 보여주기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고 있어서 약간 뿔이 났었나보다. '선택과 집중'은 그러니까, 참 중요한 것이다. 경제에서든 인생에서든. 나에게 이 책은 기획 단계에서 욕심을 버리지 못한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아주 나쁘진 않았지만, 아주 좋지도 않았던 책으로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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