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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이동진 기자님의 말과, 글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너는 모르지' 혹은 '나는 이런 것도 안다.'라는 식으로 과시하고 또 누군가는 '내 말만 정답'이라며 그것을 모르거나, 혹은 그것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에게 자신의 말 만을 일갈한다. 그러나 이동진 기자님은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과시하지 않는다. 지극히 친절하고 지극히 겸손하다. 아마도 그래서, 다른 어떤 이보다 그의 말과 글을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을 주눅 들게도, 사람을 기분 상하게도 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기에.


그러나 어쩐 일인지 팟캐스트 <빨간 책방>을 챙겨서 듣지는 않았었다. 일단 팟캐스트라는 매체가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이동진 기자님이 해 주는 영화 이야기 쪽에 훨씬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 공동 진행자인 김중혁 작가님 역시 말보다는 글로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었기에, 빨간 책방은 나에게 열광적으로 관심을 가지기엔 어딘가 부족한 것이었다. 간혹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이 될 때면, 빨간 책방의 리스트를 슬쩍 훔쳐보며 뭔가 재밌어 보이는 책이 있나 하는 정도의 관심이었달까. 그러던 지난해 11월, 오래간만에 훑어보는 빨간 책방 목록에 <백성 평전>이 보였고 이건 어쩐지 재밌어 보이네 하고 아이폰에 다운로드해 듣게 되었는데 맙소사. 너무 좋지 않은가. 한 권의 책에 대해서, 한 명의 작가에 대해서 이다지도 많은, 깊은,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들 있었는데 내가 이걸 모른척하고 지내왔던 게로구나 하며 땅을 치고 후회를 했다. 이미 99회까지의 방송이 빼곡히 들어차있던 11월의 끄트머리였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총 107회 분량의 빨간 책방을 매일매일 들었다. 일하면서도 들었고 출근하면서도 들었고 퇴근하면서도 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나는 드디어 그간의 방송을 따라잡았다. 그렇게 내가 빨간 책방에 푹 빠져있던 지난 10주 사이에, 빨간 책방과 관련된 두 권의 책이 발간되었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과 허은실 작가의 오프닝을 모아놓은 책,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이었다. 10주 동안 엄청난 분량의 방송을 허겁지겁 귓속으로 밀어 넣으며 '아, 그냥 흘려보내기엔 참 아쉬운 말이다.' 싶었던 때가 많았다. 어쩔 때는 몇 번씩 다시 돌려 들으며 노트에 적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나도 아까웠던 말들이 글로써 나를 찾아왔다. 허공에 붕 떠 있던 말에 추를 매달아, 내 무릎 위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그간 이야기 나누었던 수많은 책들 중, 외국 소설 일곱 권에 대한 이야기를 추려낸 책이다. 이언 매큐언의 ≪속죄≫에서 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까지, 김중혁 작가님과 이동진 기자님이 소설을 쓴 작가의 삶과 전작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동을 걸고, 본격적으로 소설에 대한 이야기와 소설 속 주인공들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내던 순간순간들이 글로 정리되어 있다. 일곱 개의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에 이 책을 읽는다면, 그들의 생각 속에 본인의 생각까지 덧붙여 이동진 기자님과 김중혁 작가님, 둘만의 이야기가 아닌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의 이야기로, 더욱 풍부한 텍스트를 만들어 가며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일곱 권 중 네 권의 책을 (실은 ≪그리스인 조르바≫는 반만) 읽었는데 확실히 내가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에는 공감을 하거나, 내가 놓쳤던 부분을 깨닫게 되거나,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라고 생각하는 식으로 행간 사이사이에 나의 이야기, 나의 생각을 끼워 넣으며 더욱 풍부한 텍스트를 만들어가며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읽지 못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것 또한 좋았다. 이동진 기자님, 그리고 김중혁 작가님이 아니었다면 평생 동안 관심도 없었을 작가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작품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까. 특히 이언 매큐언의 ≪속죄≫는 방송 당시에도 너무나도 관심이 갔던 이야기인데 글로 다시 한 번 읽으니 더더욱 빨리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두 사람의 대화 속에 소설이 가진 반전이며 세부적인 내용까지 속속들이 다 파헤쳐져있어서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작품을 만날 때 느낄 수 있는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빼앗겨 버린 채로 책을 읽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내용을 알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모든 정보를 처음부터 단단히 붙잡고 언제, 어디에서, 지금 내 손에 쥐어진 정보들이 어떻게, 이야기 속에서 사용되는지를 확인해가며 읽을 수 있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읽을 때엔 놓치기 쉬운 것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언 매큐언의 ≪속죄≫에서 주인공의 '잘못된 행위'가 무엇이었는지, '파장을 바로잡으려고 한 노력'이 어떤 것인지를 이미 다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소설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책이라는 게, 소설이라는 게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한 사람이 두 개의 삶을 살 수는 없지만 소설은 두 개의 삶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우리가 소설을 쓰거나 읽는 이유는 수많은 삶을 볼 수 있기 때문이고,

그 삶으로부터 배울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김중혁

 

우리가 직업적으로 분석을 하기 위해 분석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작품을 더 좋아하기 위해서 생각을 해보니까 어떤 부분을 파고들어가는 것이죠.

- 이동진



'우리가 소설을 쓰거나 읽는 이유는 수많은 삶을 볼 수 있기 때문이고, 그 삶으로부터 배울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김중혁 작가는 책을 읽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작품을 더 좋아하기 위해서 생각을 해보니까 어떤 부분을 파고들어 가는 것이죠.' 이동진 기자는 작품에 대해 다양하게 분석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나는 책 속의 이 두 문장이 <빨간 책방>의 본질이며, 존재 이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읽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이해하고 소화하여 소중히 마음속에 간직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즐거운 수다로 풀어놓은 책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그렇게 그들이 사랑한 소설들은 한 권의 책이 되어, 내가 사랑한 소설이 되도록 만들어 주었다. 다음번엔 어떤 수다들이 활자가 되어 찾아올까? 이번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었으면 더 좋겠다. <우리가 사랑한 한국의 소설들> 정도면 얼추 제목으로 쓰기에 글자 수가 맞지 않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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