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과 같다고 스스로를 평하시는 어르신들과 오늘도 집단상담 하고 왔다.  내가 상담 촉진자이긴 하지만 그분들에게 배우고 느끼는 게 더 많으니, 나야말로 상담받고 온 셈이다.

 요즈음 '노인자아통합 프로그램'을 같이 하시는 분들은 경로당 임원들이신데, 아마도 정부에서 각 복지관과 평생교육원을 통해서 경로당 임원들에게 리더쉽이나 요가, 컴퓨터 등등을 교육해서 경로당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시도인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연구소에서 개발해서(사실은 여러 책들을 참고하고 편집해서) 작년부터 복지관에서 하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해마다 개설될 것이고, 어쩌면 다른 복지관으로도 파급될 것 같다. 회장님이 이장호 선생님과 내신 책이 노인상담에 관한 책인데, 여기에 이 프로그램이 노인 집단상담 프로그램의 예로 제시되어 있다.           

 처음에 시작할 때 교통비나 식사 제공을 해 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요구하시고, 남얘기하는 게 노인들 낙인데, 어떻게 속사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냐고 저항하시던 회장님이 가장 열심히 참여하시고 적극적으로 속마음을 이야기 하신다. 지난 시간에 '내 인생의 3대 뉴스'를 발표했는데, 이 어르신 이야기에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오늘 또 공허감을 내비치셔서 마음이 쓰인다. 이장호 선생님 노인상담책을 정독해야겠다. 마음으로마나 도와드릴 길을 찾아보게...

 명예나 부나 지식은 있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평생 못 가져 볼 수도 있는 것. 하지만 덕은 늘 그 사람과 함께 하는 것 같다. 요즈음 같이 하는 어르신 여섯분 모두 베풀기 좋아하고, 솔선수범하고, 배려하시고, 겸손한  점에서 배울 것이 많다. 각자 작은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시지만,  그것마저 녹여내는 따뜻함이 있는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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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은 제목이나 주제를 정하고서 글을 쓰다보면 다른 내용으로 빠지기 일쑤라서 차라리 글을 먼저 쓰고서 제목을 붙이는 게 낫겠다.

 오늘도 손가는대로 써 본다.

 지난 주 초, 상담소 회장님이 상담공부를 접겠다고 이야기해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나보다 네살 많은데, 정신연령은 열네살은 차이가 나게 느껴질만큼 진중하고 사려깊고 침착하고 아무튼 든든한 분인데... 부군이 공대교수이시고, 7남매 중 장남이면서 경상도 사람으로 회장님과 열살 차이가 난다. 부군이 인문학 쪽이나 예술 쪽으론 도무지 트이지 않아서 말이 안통하는 답답함을 간간이 조심스레 호소하시곤 하셨는데...그리고 부군이 너무나 가부장적이고 단순 직설적이시고 회장님은 마음이 여려서 부딪치기 힘들어서(그리고 부딪쳐봐야 요지부동이니까) 저녁 시간 이후에 외출해 본 적이 거의 없다는 점도 답답한 점이었고 회장직 맡은 것도 마땅치 않아 하셨고(가족에게 소홀해지니까)...

 이런 무거운 짐을 진 채로 상담가로 활동하면서, 또 이장호 선생님과 공동연구해서 책 내고, 우리 소장님과 번역서 내면서, 2년간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남편과 여러번 부딪쳤던 것 같다. 남편은 회장님더러 "난 당신한테 별로 바라는 것 없다, 밥 해주고 웃어주면 된다."라고 하셨다는데(-이런 말도 허허롭게 전한다)... 그 말 속엔 회장님이 바깥일 하지 말고 집안일만 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일만 하라는 암시가 들어있는 걸. 170가까운 키에 44kg까지 빠졌다니... 그동안 몸도 마음도 힘겨웠던 걸 알겠다.

 무슨 일이 있긴 있었던 건데, 그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본인이 상담에 회의가 느껴져서 그만 접고싶다고 한다.

 일단, 충격적인 일이 있었던 걸로 짐작하고서 한의원에서 침맞고 약 지어 드시라고 권했다. 놀라거나  충격받은걸 그냥 두면 몸에 쌓인다고 하더라고...-그러마고 하셨다.

 몸과 마음이 회복돼서 가까운 시일내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나도, 회장님도 개인상담을 더이상 못하겠다고 하니, 소장님이 난감해 하시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나도 좀더 휴식이 필요하다.  회장님 남편만큼 말이 안통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걱정이 많아서 통제하려는 남편과 사는 것이 나로서도 괜시리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것 같다. 아마도 반 정도는 나의 문제일 것이다.

 가을에 무얼할까 궁리중이다. 태극권 대신 요가를 하면서(우울해선지 동작이 안 외워진다.) 영어회화를 들을까, 피아노나 수묵화나 수채화를 배울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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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나더러 건망증 아줌마라고 한다.

정말 건망증이 심각할 정도다. 머리에서 생각하는 거랑 다른 단어를 말할 때도 많고...

가끔은 과부하걸린 컴퓨터마냥 머릿속에서 붕~하는 느낌이 날 때가 있다.

 

남편이랑 영화보다가 요즈음 느끼는 건데, 꽤 오랜 세월 초조해하며 살았다.

'Mission Impossible 3(3 맞나?)'나 '괴물' 보면서 스릴있는 장면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맥박이 빨라지고 긴장되는 느낌을 느낄 때, '꽤 오래 내 몸에 익숙한 느낌이다.'는 생각이 스치곤 한다. 특히 작년 초부터 올봄까지... 여러가지 문제로 남편과 대립하면서 내 몸이 거의 전투태세를 갖췄던 것 같다.(내가 의식한 것 이상으로)

그러다가 이번 겨울을 고비로 나 자신을 좀더 잘 알게 되고 스스로에게 지나친 요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많이 나아졌다.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시선으로 나의 과거를 가끔씩 훑어보면, 어쩌면 그렇게도 스스로를 모르면서, 나 자신에게 줄기차게 요구하며 살아왔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대학때 시위현장에 참가한 것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몇 배나 큰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었을 것 같다. 결혼해서도 가끔씩 시위현장에서 전경들에게 쫓기는 꿈을 꾸곤 했다. 굉장히 두려워하면서...

매우 가부장적인 남편과 대립하는 것도 나로선 힘에 부치는 일이었는데... 꽤 끈질기게 그렇게 해왔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분노 때문이었을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는 서울대를 나왔다는 것이 나에겐 더 큰 장애로 느껴졌기 때문에 큰애가 공부보다는 예능에 소질을 보이기를 바랬던 거고. 강한 딸로 키우려 했던 거고... 그리고, 물론 투사가 작용했던 것도 있고... 나도 내 마음대로 하고싶은데 그게 안되니까 화가 났던 것.

이제는 용쓰지 않기로 한다. 그냥 생긴대로 살고 싶다. 용기없는대로, 예민한대로, 한가지에 빠지는대로, 그것이 자주 바뀌는대로, 또 조용히...

일이 흘러가는대로 지켜보면서 내 할 일 묵묵히 하기로...

우선은 소홀했던 집안일에 더 신경쓰고 큰애 공부 도와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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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랑 어머니랑 알래스카 여행을 다녀왔다.

'알래스카에서 연어 낚시하기'가 남편이 몇년 전부터 갖고 있던 꿈인데, '꿈은 이루어진다.'더니, 과제집착력(?)이 높은 울 남편이 결국 알래스카 여행을 결심했다. 7월 한달간 여행사에 예약하랴, 비자 신청하랴, 준비물 챙기랴, 바쁘게 보내고 7월 23일부터 28일까지 4박 6일간의 일정으로 다녀왔다. 

해외여행 중에도 비싼 상품이었는데, '집을 줄여 이사를 하는 한이 있어도 가자!' 고 결정하고 나니 신이 났다.

도착하는 날 앵커리지는 의외로 더웠다. 시차가 17시간이라서, 우리가 떠난 것이 일요일 저녁 6시 반이었는데, 8시간 반의 비행 시간 끝에 도착하니, 그곳은 일요일 아침 9시. 재밌었다. 하루가 24시간+17시간이었던 셈. 좀 피곤하긴 해도, 저녁이 되면서 시원해지는 기후 덕에 피곤함이 덜했다.

앵커리지는 북쪽이 추가치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고 앞쪽으론 바다라서 한겨울에 영하 8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단다. 우리가 갔을 땐 꽃들이 한창이었고, 알래스카 주 깃발 대신 커다란 공 모양으로 노랑(깃발의 별 무늬 대신)과 보랏빛 꽃(깃발 바탕색)을 심어 놓은 화분을 가로등마다 걸어 놓아서 거리가 참 예뻤다.  신선한 아이디어.

클로버꽃이 가득했는데, 흰색만큼 분홍 꽃도 많았다. 백야현상으로 여름에는 밤 열두시에 해가 지고 새벽 세시면 해가 뜬다. 밤 열시에도 저녁인가싶게 환하니까 이상했다. 겨울에는 낮이 여덟시간밖에 안된다고... 이런 곳에서도 꽃이 피고 나무가 빽빽하고('울창하고'라는 말은 안어울리는 듯하다. 전나무와 자작나무와 관목들이 많아서... 높은 산은 꼭대기에 툰드라 지역도 있고 민머리이거나 만년설을 쓰고 있는 것도 있다.)

고상돈님이 사고를 당한 맥킨리산을 경비행기로 둘러보고, 배를 타고 가서 바다빙하가 가끔가다 한 조각씩 굉음을 내며 바다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보고, 범고래 가족이 바다 위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도 보고, 해달들이 귀여운 모습으로 빙하 조각에 앉아 있거나 헤엄치는 모습도 보고, 연어들이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모습도 보았다. 모두다 멋지고 흥분되었다.

가이드가 연어는 잡기 어렵다고 하고, 아이들이 개썰매 타자고 졸라서 개썰매를 탔다. 허스키 열두마리가 한조가 돼서 썰매 두대를 끄는데,  네 사람까지 탈 수 있었다. 한바퀴 도는데 20분 정도 걸리는데, 중간중간 사진 찍으라고 시간을 주면서 개들을 쉬게 했다. 쉴 때마다 'good boy'하면서 쓰다듬어주면 좋아한다고 조련사가 말해서 정말 감사하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거의 송아지 반만한 애들이 서로 쓰다듬어 달라고 얼굴들을 내밀었다. 개를 좋아하는 우리 둘째는 그 큰 개들이 귀엽다며 거의 넋을 잃었다. 다음 팀은 다른 조의 개들이 교대해서 썰매 태워 준다. 그 산꼭대기에서 세 남자가 50여 마리의 개들을 돌보며 사는데, 두주마다 한번씩 산아래로 내려 온다고 한다.  이런 고된 직업도 있구나 싶다.

이곳에선 개썰매 경주가 아주 인기라고 한다. 세계 각지에서 참가하는데, 한 사람이 개들을 데리고 출발해서 도착하기까지 8일~10일 정도 걸린다고 들었다. 그 기간동안 개들을 돌보고 이동하고 하는 데에 초인적인 체력을 요한다는데, 우승을 연속으로 몇 년간 한 여성을 사진으로 보았다. 개를 사랑하며 강인해 보이는 여성이었다. 부러움~ 허스키들은 야성이 강해서 그냥 두면 못견뎌한다고... 그나마도 요즈음은 제트스키같은 운송수단이 있어서 허스티들의 존재가치(인간의 입장에서 본)를 위협하는 것 같다.

첫날은 더웠지만, 그 다음날부터 내내 시원한 가을 날씨여서 좋았다. 그곳 사람들의 여유도 부러웠고, 풍요로운 자연에서 사는 동물들도 부러웠다. 우리는 좁은 데서 사느라(꼭 그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사람이고 동물이고 여유없이 살게 되는데...

우리는 모두 던져진 존재. 우리가 던져질 때와 성별과 장소를 선택했는지 어떤지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받아들여야 편한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변화시킬 건 변화시키고... 그것이 건강한 삶일 거다.

우리 큰딸은   학비도 싸고 아르바이트 보수도 후하다는 가이드 말을 듣더니, 그곳이 맘에 들었는지 거기로 유학가면 안되냐고 한다.  그곳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앵커리지에 한국사람이 7000명 정도 사는데, 공부 잘 하면 본토로 유학보낸단다.  굳이 이런 오지로 유학 올 필요 없다고...

멋진 경험이었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곳 사람들의 삶의 여유-9 to 5 혹은 8 to 4 의 근무시간을 지키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그리고 인사성이 밝은-를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겠지만, 너무 서두르지 않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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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부터 친구인 현옥이가 중3 담임선생님을 만나뵈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오늘 저녁 만났다. 도덕선생님이셨는데, 지금은 사회를 가르치신다고... 모습은 여전하신데, 흰머리가 조금 더 많아지셨다. 벌써 25년전이고, 선생님 연세가 60이 다 되어 보이시는 걸로 봐서 우리 담임이셨을 때가 30대 중반 내지 40대 초반이셨을 건데...

어찌나 열정적이셨는지, 매일 영어 단어 다섯개씩을 쪽지 시험을 봐서 한 사람이라도 틀리면 반 전체가 기합을 받았다. -운동장 돌기(비오는 날은 강당 돌기)

다른 친구에게 폐끼칠까봐 미안해서 열심히 외도록 하신 방법이셨겠지만...그땐 참 투덜투덜거렸었지...준비물 안 챙겨가도 운동장...체육대회 땐 줄다리기 잘 하는 요령을 가르쳐주시며 연습시키셨고...(간격을 넓게 서고, 겨드랑이 사이에 줄을 끼우고 뒤로 넘어지라고-결과는 1등) -이 이야기를 했더니, 빙그레 웃으시며 "내가 그랬어?" 하신다.

오늘 뵌 선생님의 모습은 인자하신 훈장님 같다. 열정이 빠져나간 자리에 편안함이 자리잡았다. 안색이 맑아보이셨다. 돈도, 명예도,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도 관심 없고 오로지 아이들과 잘 생활할 생각만 하고 사셨다고...담임을 맡으면 담임반 아이들을 잘 단도리(일본말?)하고 가르치고 하시는 일에만 관심 기울이셨다고...요즈음은 애들이랑 놀아주신다고 하신다. '애인 때문에 고민스러워요' 하며 말걸어 오는 아이도 있고..."그럴땐 뭐라고 하세요?" 했더니, '잘 해봐라'하신다고...^^

선생님께서 '박여사'라고 부르시는데, 그 말이 재밌으면서도 그리 어색하게 안들리는 건 내가 나이가 들어선가보다. 작년에 복지관에서 집단상담할 때, 연령대만 맞으면 프로포즈하고 싶다고 하셨던 그 어르신도 '여사님'이라고 부르셨었는데... 그 분 어떻게 지내시는지 가끔 궁금했는데, 선생님께서 '여사'라는 단어를 쓰시니까 그분 생각이 잠시 들었다.

큰애 진로에 대해서 여쭈어 봤더니, 선생님 말씀이, 여자들은 교사가 직업으로서 참 좋다고 하시며, 근데, 국어, 영어, 수학 선생님은 너무 힘이 들어서 돈은 많이 벌수도 있지만 몸이 상하기 쉽다고 하셨다. 그 중 수학은 그래도 낫지만 국어, 영어 선생님은 힘이 더 많이 든다고...(알고 지내는 국어, 영어 선생님이 몇 사람 있는데...새삼 다시 생각해 보았다.) 큰애가 미적 감각이 있어 보인다고 했더니, 예체능 교사를 하면 좋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공부해보지 않겠냐고 권하셨다. 40이면 이제 새로 시작하기 좋은 나이라고...앞으로 고령화 사회가 되니까, 활동을 오래 할 수 있도록, 나이 들어서도 써먹을 수 있는 자격증이 나오는 전문직을 택해 보라고...약사든 한의사든...그러고나서 여유가 생기면 자원봉사도 하고 여유롭게 살면 좋지 않겠냐고...글쎄...아이들 진로 탐색할 나이에 내 진로 탐색을 하고 있다니...쩝. 젊을 때 해결했어야 할 일을 미룬 결과 아닐까? 선생님 말씀대로 새로 생각해 보기에 적절한 나이일까?

아무튼 선생님 만나뵌 2시간여 동안 중학생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고 반갑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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