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랑 어머니랑 알래스카 여행을 다녀왔다.
'알래스카에서 연어 낚시하기'가 남편이 몇년 전부터 갖고 있던 꿈인데, '꿈은 이루어진다.'더니, 과제집착력(?)이 높은 울 남편이 결국 알래스카 여행을 결심했다. 7월 한달간 여행사에 예약하랴, 비자 신청하랴, 준비물 챙기랴, 바쁘게 보내고 7월 23일부터 28일까지 4박 6일간의 일정으로 다녀왔다.
해외여행 중에도 비싼 상품이었는데, '집을 줄여 이사를 하는 한이 있어도 가자!' 고 결정하고 나니 신이 났다.
도착하는 날 앵커리지는 의외로 더웠다. 시차가 17시간이라서, 우리가 떠난 것이 일요일 저녁 6시 반이었는데, 8시간 반의 비행 시간 끝에 도착하니, 그곳은 일요일 아침 9시. 재밌었다. 하루가 24시간+17시간이었던 셈. 좀 피곤하긴 해도, 저녁이 되면서 시원해지는 기후 덕에 피곤함이 덜했다.
앵커리지는 북쪽이 추가치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고 앞쪽으론 바다라서 한겨울에 영하 8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단다. 우리가 갔을 땐 꽃들이 한창이었고, 알래스카 주 깃발 대신 커다란 공 모양으로 노랑(깃발의 별 무늬 대신)과 보랏빛 꽃(깃발 바탕색)을 심어 놓은 화분을 가로등마다 걸어 놓아서 거리가 참 예뻤다. 신선한 아이디어.
클로버꽃이 가득했는데, 흰색만큼 분홍 꽃도 많았다. 백야현상으로 여름에는 밤 열두시에 해가 지고 새벽 세시면 해가 뜬다. 밤 열시에도 저녁인가싶게 환하니까 이상했다. 겨울에는 낮이 여덟시간밖에 안된다고... 이런 곳에서도 꽃이 피고 나무가 빽빽하고('울창하고'라는 말은 안어울리는 듯하다. 전나무와 자작나무와 관목들이 많아서... 높은 산은 꼭대기에 툰드라 지역도 있고 민머리이거나 만년설을 쓰고 있는 것도 있다.)
고상돈님이 사고를 당한 맥킨리산을 경비행기로 둘러보고, 배를 타고 가서 바다빙하가 가끔가다 한 조각씩 굉음을 내며 바다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보고, 범고래 가족이 바다 위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도 보고, 해달들이 귀여운 모습으로 빙하 조각에 앉아 있거나 헤엄치는 모습도 보고, 연어들이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모습도 보았다. 모두다 멋지고 흥분되었다.
가이드가 연어는 잡기 어렵다고 하고, 아이들이 개썰매 타자고 졸라서 개썰매를 탔다. 허스키 열두마리가 한조가 돼서 썰매 두대를 끄는데, 네 사람까지 탈 수 있었다. 한바퀴 도는데 20분 정도 걸리는데, 중간중간 사진 찍으라고 시간을 주면서 개들을 쉬게 했다. 쉴 때마다 'good boy'하면서 쓰다듬어주면 좋아한다고 조련사가 말해서 정말 감사하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거의 송아지 반만한 애들이 서로 쓰다듬어 달라고 얼굴들을 내밀었다. 개를 좋아하는 우리 둘째는 그 큰 개들이 귀엽다며 거의 넋을 잃었다. 다음 팀은 다른 조의 개들이 교대해서 썰매 태워 준다. 그 산꼭대기에서 세 남자가 50여 마리의 개들을 돌보며 사는데, 두주마다 한번씩 산아래로 내려 온다고 한다. 이런 고된 직업도 있구나 싶다.
이곳에선 개썰매 경주가 아주 인기라고 한다. 세계 각지에서 참가하는데, 한 사람이 개들을 데리고 출발해서 도착하기까지 8일~10일 정도 걸린다고 들었다. 그 기간동안 개들을 돌보고 이동하고 하는 데에 초인적인 체력을 요한다는데, 우승을 연속으로 몇 년간 한 여성을 사진으로 보았다. 개를 사랑하며 강인해 보이는 여성이었다. 부러움~ 허스키들은 야성이 강해서 그냥 두면 못견뎌한다고... 그나마도 요즈음은 제트스키같은 운송수단이 있어서 허스티들의 존재가치(인간의 입장에서 본)를 위협하는 것 같다.
첫날은 더웠지만, 그 다음날부터 내내 시원한 가을 날씨여서 좋았다. 그곳 사람들의 여유도 부러웠고, 풍요로운 자연에서 사는 동물들도 부러웠다. 우리는 좁은 데서 사느라(꼭 그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사람이고 동물이고 여유없이 살게 되는데...
우리는 모두 던져진 존재. 우리가 던져질 때와 성별과 장소를 선택했는지 어떤지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받아들여야 편한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변화시킬 건 변화시키고... 그것이 건강한 삶일 거다.
우리 큰딸은 학비도 싸고 아르바이트 보수도 후하다는 가이드 말을 듣더니, 그곳이 맘에 들었는지 거기로 유학가면 안되냐고 한다. 그곳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앵커리지에 한국사람이 7000명 정도 사는데, 공부 잘 하면 본토로 유학보낸단다. 굳이 이런 오지로 유학 올 필요 없다고...
멋진 경험이었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곳 사람들의 삶의 여유-9 to 5 혹은 8 to 4 의 근무시간을 지키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그리고 인사성이 밝은-를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겠지만, 너무 서두르지 않으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