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제목이나 주제를 정하고서 글을 쓰다보면 다른 내용으로 빠지기 일쑤라서 차라리 글을 먼저 쓰고서 제목을 붙이는 게 낫겠다.
오늘도 손가는대로 써 본다.
지난 주 초, 상담소 회장님이 상담공부를 접겠다고 이야기해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나보다 네살 많은데, 정신연령은 열네살은 차이가 나게 느껴질만큼 진중하고 사려깊고 침착하고 아무튼 든든한 분인데... 부군이 공대교수이시고, 7남매 중 장남이면서 경상도 사람으로 회장님과 열살 차이가 난다. 부군이 인문학 쪽이나 예술 쪽으론 도무지 트이지 않아서 말이 안통하는 답답함을 간간이 조심스레 호소하시곤 하셨는데...그리고 부군이 너무나 가부장적이고 단순 직설적이시고 회장님은 마음이 여려서 부딪치기 힘들어서(그리고 부딪쳐봐야 요지부동이니까) 저녁 시간 이후에 외출해 본 적이 거의 없다는 점도 답답한 점이었고 회장직 맡은 것도 마땅치 않아 하셨고(가족에게 소홀해지니까)...
이런 무거운 짐을 진 채로 상담가로 활동하면서, 또 이장호 선생님과 공동연구해서 책 내고, 우리 소장님과 번역서 내면서, 2년간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남편과 여러번 부딪쳤던 것 같다. 남편은 회장님더러 "난 당신한테 별로 바라는 것 없다, 밥 해주고 웃어주면 된다."라고 하셨다는데(-이런 말도 허허롭게 전한다)... 그 말 속엔 회장님이 바깥일 하지 말고 집안일만 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일만 하라는 암시가 들어있는 걸. 170가까운 키에 44kg까지 빠졌다니... 그동안 몸도 마음도 힘겨웠던 걸 알겠다.
무슨 일이 있긴 있었던 건데, 그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본인이 상담에 회의가 느껴져서 그만 접고싶다고 한다.
일단, 충격적인 일이 있었던 걸로 짐작하고서 한의원에서 침맞고 약 지어 드시라고 권했다. 놀라거나 충격받은걸 그냥 두면 몸에 쌓인다고 하더라고...-그러마고 하셨다.
몸과 마음이 회복돼서 가까운 시일내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나도, 회장님도 개인상담을 더이상 못하겠다고 하니, 소장님이 난감해 하시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나도 좀더 휴식이 필요하다. 회장님 남편만큼 말이 안통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걱정이 많아서 통제하려는 남편과 사는 것이 나로서도 괜시리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것 같다. 아마도 반 정도는 나의 문제일 것이다.
가을에 무얼할까 궁리중이다. 태극권 대신 요가를 하면서(우울해선지 동작이 안 외워진다.) 영어회화를 들을까, 피아노나 수묵화나 수채화를 배울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