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나더러 건망증 아줌마라고 한다.
정말 건망증이 심각할 정도다. 머리에서 생각하는 거랑 다른 단어를 말할 때도 많고...
가끔은 과부하걸린 컴퓨터마냥 머릿속에서 붕~하는 느낌이 날 때가 있다.
남편이랑 영화보다가 요즈음 느끼는 건데, 꽤 오랜 세월 초조해하며 살았다.
'Mission Impossible 3(3 맞나?)'나 '괴물' 보면서 스릴있는 장면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맥박이 빨라지고 긴장되는 느낌을 느낄 때, '꽤 오래 내 몸에 익숙한 느낌이다.'는 생각이 스치곤 한다. 특히 작년 초부터 올봄까지... 여러가지 문제로 남편과 대립하면서 내 몸이 거의 전투태세를 갖췄던 것 같다.(내가 의식한 것 이상으로)
그러다가 이번 겨울을 고비로 나 자신을 좀더 잘 알게 되고 스스로에게 지나친 요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많이 나아졌다.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시선으로 나의 과거를 가끔씩 훑어보면, 어쩌면 그렇게도 스스로를 모르면서, 나 자신에게 줄기차게 요구하며 살아왔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대학때 시위현장에 참가한 것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몇 배나 큰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었을 것 같다. 결혼해서도 가끔씩 시위현장에서 전경들에게 쫓기는 꿈을 꾸곤 했다. 굉장히 두려워하면서...
매우 가부장적인 남편과 대립하는 것도 나로선 힘에 부치는 일이었는데... 꽤 끈질기게 그렇게 해왔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분노 때문이었을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는 서울대를 나왔다는 것이 나에겐 더 큰 장애로 느껴졌기 때문에 큰애가 공부보다는 예능에 소질을 보이기를 바랬던 거고. 강한 딸로 키우려 했던 거고... 그리고, 물론 투사가 작용했던 것도 있고... 나도 내 마음대로 하고싶은데 그게 안되니까 화가 났던 것.
이제는 용쓰지 않기로 한다. 그냥 생긴대로 살고 싶다. 용기없는대로, 예민한대로, 한가지에 빠지는대로, 그것이 자주 바뀌는대로, 또 조용히...
일이 흘러가는대로 지켜보면서 내 할 일 묵묵히 하기로...
우선은 소홀했던 집안일에 더 신경쓰고 큰애 공부 도와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