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나아진 것이 있다면, 그냥 바라보기가 수월해졌다는 것.

이것저것 집착도 하고 때로 안달복달도 하지만, 가끔씩 그런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것에 감사한다.

가을에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조금 편안해졌다. 딸에 대한 남편의 태도도, 아빠에 대한 딸의 태도도. 남편에 대한 나의 태도, 나에 대한 남편의 태도들이...

나도 시간관리를 하기로 결심하면서, 생활이 좀더 단순해지고 있고, 그에 따라 바쁜 마음이 줄어든다.

그냥 내 일을 충실히 하기, 내 자리 지키기-일본사람들과, 복지관 어르신들에게서 엿본 삶의 태도이다. 그것이 기본이고, 아주 중요하달 수 있는 자세인 것 같다. 새처럼, 나무처럼 불평하지 않고 삶의 조건을 받아들이며 묵묵히 살기.

불안은, 초자아가 강한 사람이 많이 겪는다고 하는데, 내 경우 불안의 원인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초자아의 역할이겠지)+귀찮음+지기 싫어하는 마음' 이었던 것 같다. 내 영역이 침범당하는 불안. 나의 어떤 부분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불안.

서로를 위해, 미래지향적으로, '지킬 것은 지키고 내어줄 것은 내어주기'가 답인 듯 하다. 우선, 가족들을 위해서, 그 다음 친구들과 친척들을 위해서. 떠나고 싶을 정도로 지치지 않을 한도에서.

그러기 위해서 지금여기에 충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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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관에서 집단상담 보조를 맡고 있는데, 오늘로 6회기를 맞았다. 10회기인데, 갈수록 어르신들께 많은 걸 느끼고, 배운다. 자신의 자리를 그리 오래도록 잘 지키시고, 이제는 조금 여유있는 삶을 맞이하신 분들. 여자분들은 한결같이 나이 드니까 더 좋다고들 하신다. 아들 가족과 함께 살면서 손자 손녀들 돌봐 주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신데, 쾌활한 분도 계시고 조용한 분도 계시고 그 향기가 각각이신데, 모두 겸손하고 배려깊으시다.

할머니 어르신들 사이에 한분 함께 하시는 70가까이 되신듯한 할아버지 어르신께서 오늘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나이가 맞는다면, 생명을 걸고 프로포즈하고 싶은 여성이라고... 이해심 많고 지적이고 유머도 있고 편안하고...요즈음 여성들 같지 않다고... (보는 눈이 있으신 건지 없으신 건지...) 하여간 그 말씀을 하시는데 아주아주 기분 좋고 기뻤다. 아마도 나랑 영혼의 색깔이 비슷해서 그런 느낌을 가지셨을거다.  이야기 들을수록 나랑 비슷한 면이 많은 분이라는 느낌이 든다. 낭만적이고 싶어하고, 배우자에게 자주 지적당하고(어수룩해서), 꽃도 좋지만, 꽃보다 사람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권위적인 게 싫고, 그러면서도 꼼꼼한 면도 있으시고. 아마도 선생님이셔서 그럴거다. 영어교사하시다가 교장퇴임하셨다는데, 교직에 자신을 맞추느라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든다. 퇴직 후에는 캬바레에 가셔서 사교춤도 자주 추신다고...

어쨌거나, 얼마나 멋지고 용기있는 분이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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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내 폭풍속에서 산 기분이다.

8월초엔 어머니 모시고 가족들과 4박5일 일본 북해도 여행까지 다녀왔지만, 여행의 추억은 각자 간직하고...돌아오는 길에 태풍속을 뚫고 오면서 차 안은 그보다 더한 광풍이 가족들을 휘저어 놓았다.

광풍-난 남편 탓으로, 남편은 내탓으로 돌리고 있는 아이의 반항적인 태도에 대한 남편의 분노(내 관점)

        -아이들을 제멋대로 놔두며 집안일은 제대로 안하고 남들을 더 챙기려는 마누라의 어수선함(남편 관점)

큰아이를 학습클리닉에 데려갔다가 오면서 또한번 폭풍이 몰아치고...

두번의 굉장한 충돌후 잠시 평온 상태. 어쩌면 잔뜩 찌푸린 먹구름 둘(남편과 나)이 부딪치며 천둥번개가 안치는 것이 이상하겠지...

남편에게 큰아이를 이해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랑 내가 합의하기를, 남편을 우리가 이해하기로...그래서 기분 상하지 않게 하고 남편이 바라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어느정도 갖추고나면 남편 마음이 편해져서 우리를 있는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남편에 대한 분노에서 한발짝 벗어나니까, 아이들을 과잉보호하고 있던 내 모습이 보인다. 나자신과 아이들을 동정하면 할수록 남편에게서 멀어져 가게 된다. 이제는 남편을 정말로 깨끗이 용서하고 연민과 자비의 마음으로 대해야할 시점인가보다. 이렇게 생각하며 며칠을 보내고 나니, 남편에게 내가 준 상처도 만만치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강한척 하는 사람일수록 약한 면이 많다더니 남편이 무척 예민하고 불안감도 많고 걱정하며 사는 사람인 걸... 남편을 변화시키려던 나의 시도는 결국 남편을 더 조심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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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지금 여기에 살아라 中,  오쇼 라즈니쉬

사실(fact)은 항상 자유를 준다.

진리가 되어라. 그러면 자유로워지리라.

허구적인 이상을 버려라.  나무와 동물, 새들처럼 그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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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말썽을 부리거나 무기력한 건 자리찾기를 위한 몸부림이라고 한다.

남편도, 나도, 아이들도 이제서 새삼스럽게 자기 자리 찾기를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고, 어제 크게 갈등겪고, 이제 시작이다. 남편이 시아버님의 권위적인, 비타협적인 방식이 아닌, 자신의 방식으로 가정에서 역할 찾기를 창조하기 시작했다. TV끄기와 큰아이와 아침식사 같이 하기, 큰아이에게 지지와 긍정적인 관심을 주어서 성적과 마음을 함께 끌어올리기. 이렇게 되는데 무려 14년이 걸리다니... 내가 걸림돌이었을까, 남편이 짱돌이었을까? 어쨌든, 이렇게 속썩이는 남편이 밉지 않으니, 내가 요즘 잠을 통 못자서 제정신이 아닌게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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