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받던 대우를 나열했다. 서양 기준이며, 중세의 마녀사냥에서 차별과 폭력의 정점을 찍는다. 손발을 묶고 물에 던져 떠오르면 마녀, 가라앉으면 정상(이지만 익사)으로 판별한다. 중세 여성에 대한 끔찍한 폭력은 “신의 네 여자”에서도 자세히 다룬 기억이 난다. 이를테면 바늘로 찔러보거나 하는 것들이다.
지금의 어느 정도 완화된 여성에 대한 대우는 지난 시절 수많은 여성들의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지금 시점에도 만족스러운 평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서양인이 쓴 책이다보니 그 외 다른 나라들에서의 성차별의 역사는 다루지 못했다.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부록으로 들어있는 차별 연대기에서는 우리나라의 사정도 표시되어 있어 좋았다. 이 책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나 우리나라 고려시대엔 남녀가 동등했다고 한다. 성차별이 없던 시절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차별없던 시절을 자세히 다루는 책도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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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됨을 후회함 - 모성애 논란과 출산 결정권에 대한 논쟁의 문을 열다
오나 도나스 지음, 송소민 옮김 / 반니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제사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처음 맞닥들인 건 첫 직장에 다닐 때였다. 그 주장은 정말 충격적이고, 너무 진보적이란 생각을 했다. 당시 난 설 추석에 친척들과 모여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이 무척 좋았다. 그런데 그 모임이 누군가의 고생이나 고통으로 만들어졌단 생각은 못했던 것이다. 그 주장을 이해하는데만 몇년이라는 상당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엄마” 된 것을 “후회” 한다는 주장이 지금 그렇다. 이 주장은 아이를 낳아 놓곤 어떻게 이제 와서 후회하냐, 처음부터 낳질 말았어야지 라는 비난을 받기 무척 쉽다. 엄마가 아이를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회는 누구나 한다. 간밤에 치킨을 먹은 다이어터도 후회하고, 시험을 망친 학생도 후회한다. 후회는 오히려 권장되는 경우도 많다. 법정에 선 범죄자가 죄지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 경우 처벌은 더 엄격히 적용된다.

모든 경우가 그렇듯, 엄마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된 것을 후회할 수 있다. 모성애를 비롯한 아이를 기를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해놓고 아이를 낳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설사 많다 하더라도, 이 책에서 구체적 사례를 보면 아닌 경우도 많다. 아이 낳은 것을 후회하게 용인해 주는 것이란 막연히 사회전복 수준으로 두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을 막연히 보지 말고 직시해 보자. 왜 이런 후회가 발생하는지, 엄마에게만 후회라는 무거운 죄목을 뒤집어 씌우는게 당연한 것인지. 후회를 용인하면 세상은 어떻게 될지.

엄마가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나를 낳은 것을 후회하는 것은 자칫 내 존재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나도, 이 책의 엄마들도 아이들 존재를 부정하고 아이가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진 않는다. 아이들 자체는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다만, 내가 그(들)의 엄마여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힘겨운 것이다. 한번 시작한 이상 24시간*20년(혹은 그 이상)간 별다른 보상없이 원치않는 역할(예를 들면 밥먹다가도 아이가 싼 똥을 치우거나 똥꼬를 닦아주는 역할 같은 것이다. 어떤 엄마는 노예라는 표현도 쓰고있다. 조건없이 아이들이 시키는 일을 해내고 시중드는 면이 어느정도 일치한다)을 해내야 하는 것은 대단히 힘겹다. 아빠의 역할은 미미하다.(적어도 내가 사는 나라와 이책이 쓰어진 이스라엘에서는.) 돈을 벌어오는 역할과 살짝씩 육아를 돕는 것 뿐이다. 하지만 엄마들 대부분은 감히 후회를 드러내지 못하고 책임감으로 묵묵히 일을 수행하고 있다.

“후회하려면 처음부터 낳질 말았어야지”라는 말을 곱씹어보자. 맞는 말이다. 근데 후회할지 안할지 겪어보기 전엔 알기 어렵다. 주변에서 육아로 힘겨워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않은 이상 말이다. 더구나 세상은 아이를 아기천사로 포장하고 있고, 노예생활이라고 알려주는 곳은 흔치 않다. “결혼은 언제하니?” 뒤에 으레 따라오는 “애는 언제 낳니?”란 질문은 아직도 거북하지만 자연스럽다.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육아의 힘겨움이 어떤 것인지 누구나 미리 알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좋겠다.

아이가 필요하다면 육아의 힘겨움을 엄마에게만 지우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이를 필요로 하는 것은 누구인가? 아빠일 수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일 수도 있고, 인구를 늘리고자 하는 국가일 수도 있다. 아이를 필요로 하는 주체는 엄마만이 아니라 이렇게 다양하다. 그렇다면 그 육아에 대한 책임도 아이를 필요로 한 주체들이 (함께) 책임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후회가 줄고 아이는 늘 것 아닌가.

아빠의 참여가 늘고 국가의 지원이 늘어도 육아는 여전히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 생각도 존중받아야 한다. 인구가 줄어들면 어떡하냐고? 글쎄. 당신은 국가 인구를 늘리는 사명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났는가? 그런 비장한 애국심을 개인에게 강요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이 책은 확실히 진보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돌파구는 있다. 엄마도 아빠처럼 일하고, 어른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아이들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엄마 아빠가 행복한 사회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곳 아이들보다 더 행복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이해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항상 타인의 욕구를 고려하면서 맞추고 보살피다 자신의 욕구와 감정은 없애버릴 수 있는지 질문해보자. 그리고 그런 것을 못해낸다고 비난받아도 괜찮은지 생각해보자.

엄마됨을 후회하는 것은 사회의 기대에 맞게 조정할 수 없는 것이다.

——
172p
타인의 육아 지원이 후회를 보상해주지 않는다.

엄마들이 사랑하는 아이를 표현한 것
-164p 일종의 그치치 않는 배경잡음

남편을 표현한 것
-166p 남편은 그냥 공기나 마찮가지예요
——

아이들(남/여)에게 이렇게 가르친다면 어떨까?
육아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3년간 잠 포기해야 하고 2년간 똥을 만져야 합니다
10년간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3년의 절반 시간동안 혼자 말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수다에 반응해야 합니다.

보수는 한 아이당 한달 30만원이며 그걸로 아기 기저귀나 분유 젖병을 사고 남는 돈으로 스벅커피나 맛난 음식을 살 수도 있겠습니다.

한번 낳으면 다시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 와중에 직장을 관두면 다시 돌아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아이는 낳아도 되고, 안낳아도 됩니다.
그건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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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북] New 지구별 전래동화 32권 + 명작동화 32권 + CD 2장
인북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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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이가 바깥에서 접하는 명작 이야기가 많아지면서 집에서도 읽고 복습해주면 좋겠다 싶어 전집으로 들였다.
세계명작과 전래동화가 풍성한 구성으로 들어있다.
글밥은 적지 않은 편이나 30개월 전후 아이가 몇권을 내리 읽어달라고 하고 집중해서 볼 정도다.
그림은 책마다 작가가 달라 나름의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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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읽은 후 읽었다.

작가는 “무지개떡 건축”에서 아래가 상가로 거리와 소통하고 윗층은 주거지로 직주근접이 가능한, 그래서 범람하는 인구를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무지개떡 건축”이 건축가인 작가가 우리에게 필요한 건축 개념을 소개하고 본인이 건축한 사례를 소개한 책이라면 “가장 도시적인 삶”은 서울과 세계 곳곳에서 발견한 무지개떡 건축의 발견이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무지개떡 건축은 아예 새로운 시도인가? 그건 아니었다. 도시 인구가 범람하면서 한옥이 2층으로 올라간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널리 퍼지진 못했던 것이, 우리는 온돌에 등을 지지고 사는 민족인데, 무거운 온돌을 2층 이상에 시공하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술의 발달로 온돌 바닥 시공이 가능해 진 뒤 시도된 무지개떡 건축 사례들을 소개한다. 그 중에는 악기 상가로 널리 알려진 낙원상가나 전자제품으로 유명한 세운상가도 있었다. 낙원상가에 미처 사람이 살 것이라곤 생각 못했는데 사는 사람 후기로는 사통팔달한 교통에 산과 궁궐이 보이는 전망, 바로 지하에 있는 시장 덕분에 굉장히 살기 좋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무지개떡 건물들은 1970년대 초에 지어진 것이 많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낡고 낙후되어 보이는데, 잘 들여다보니 굉장히 살기 좋은 짜임으로 만들어진 곳들이 많았다. 그때 어떤 철학으로 지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잘 고쳐쓰고 다듬었더라면 그리 무너질듯 낙후되어 보이진 않았을텐데. 120살이 넘었지만 새것만 같은 약현성당과 그 앞에 40살밖에 안됐지만 400살은 되어 보이는 성요셉 아파트의 대비는 건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슈다. 우리의 주거와 생활 환경도 이를 가장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좋은 부동산 입지를 가리키는 말로 역세권, 몰세권 이라 하는데 무지개떡 건축으로 도시 상주 인구를 늘리면 굳이 천문학적 돈을 들여 교통 인프라를 지어나가지 않아도 직주근접으로 어느정도 해결될 것이며 1층이나 지하에 상점이 있다면 몰세권이 따로 인기를 끌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주거환경 설계에 대한 무관심과 부동산이 돈벌이가 되는 특성 때문에 난개발이 여전한 느낌이다. 그런 가운데 무지개떡 건축철학을 정립하고 기존 사례를 살펴 보존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렇다면 왜 당초 2층 한옥의 2층에는 주거가 들어가지않았던 것일까?
여기에는 기술적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온돌 때문이었다. 주거에는 온돌이 필수적인데 당시 기술로는 축열층이 수십 센티미터에 이르는 재래식 구들을 목구조의 2층에 올려놓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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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떡 건축 - 회색 도시의 미래
황두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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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옥이 돌아왔다”의 황두진 건축가의 책이다.
한옥에 한번도 살아보진 못했지만, 한옥이 돌아왔다를 읽고 무척 감명받아서 그가 지었다는 집 앞까지 찾아가 보고 황홀해했던 경험이 있다.

지은이는 현재 주거환경은 아름답다기보단 무분별하게 높게만 지어졌으며, 직장까지 가는데 소비되는 에너지(교통비, 도로 지하철 건설비, 기름이나 전기, 부족한 잠에 이르기까지)가 막대하다는 일리있는 지적을 한다. 그리고 직장 근처에 사는 “직주근접” 개념을 토대로 한 무지개떡 건축을 소개한다.
무지개떡 건물은 층별로 용도가 다른, 윗층엔 주거용 공간이 있고 아래층엔 직장이나 상가가 있는 건물을 말한다.
얼핏보면 높은 건물 하나에 쇼핑몰과 직장, 주거공간을 두고 그 안에서 모든 생활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모델을 제시한 르코르뷔지에(그는 존경과 비판을 동시에 받기로 유명하다)나, 이미 우리나라에서 비싼 값에 인기를 얻고 있는 주상복합이 떠오른다.
지은이가 도전한 행정복합 도시 계획은 르코르뷔지에가 생각한 모델과 자못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주상복합은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한 법망을 피해 빽빽하고 높게 지을 수 있는 상업시설 법을 적용받으면서도 많은 거주자를 받음으로서 건설사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구조이지 무지개떡 건축과는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지은이가 제안한 무지개떡 건축으로 만드는 마을의 건물은 5층 내외로, 높지는 않다. 5층이 주거자 수용에 결코 부족한 높이는 아니며, 서울 평균 용적률은 놀랍게도 5층에 못미친다. 우리가 부러워마지않는 유럽의 5층 정도 높이의 통일성있는 건물들만으로도 대도시의 인구를 충분히 수용한다.
다만 유럽의 건물들은 가운데 중정을 둘러싼 형태로 건물벽의 연속인 경우가 많은데 벽으로 막혀 답답한 느낌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가진다.

그래서 저층부는 길과 통하도록 상점을 내거나, 상점이 아니라면 햇볕이 드는 오픈된 사무/교육 공간으로 보행자에게 삭막한 느낌이 들지 않게 하고 건물 전체적으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한옥의 다공성을 적용해 쾌적한 공간감을 주자고 한다. 마지막으로 상층에는 옥상 마당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책 마지막 부분에서 그의 사무실에서 건축한 무지개떡 건축물들을 여럿 소개한다. 작가 자신의 집과 사무실이 함께 있는 목련원, 무카스 사옥도 멋졌지만 가장 멋졌던 건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였다. 천안에 있는 배구 훈련센터로 1층엔 배구장, 그 위층에는 가운데는 텅 빈채 주변은 원형 트랙과 운동기구가 있다. 그 위층은 선수들의 주거공간이다. 정말 왠만하면 밖을 나갈 일이 없게 만들어 버린 건물이었다.

나는 건축과 무관한 일반인이지만 열심히 걷기를 좋아하는 보행자로서, 늘 주변 환경이 좀 더 걷기 좋고,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이고 사람 냄새나는 환경으로 바뀌기를 갈망한다. 그런 면에서 유럽마을을 동경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는 우리 나름의 아름다움을 잘 살렸으면 하는 바람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건축가 황두진은 그런 내 마음과 잘 맞는 우리 건축의 미래를 계속해서 제시하고 있었다. 그가 더 많은 건축을 하고 더 많은 책을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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