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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떡 건축 - 회색 도시의 미래
황두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한옥이 돌아왔다”의 황두진 건축가의 책이다.
한옥에 한번도 살아보진 못했지만, 한옥이 돌아왔다를 읽고 무척 감명받아서 그가 지었다는 집 앞까지 찾아가 보고 황홀해했던 경험이 있다.
지은이는 현재 주거환경은 아름답다기보단 무분별하게 높게만 지어졌으며, 직장까지 가는데 소비되는 에너지(교통비, 도로 지하철 건설비, 기름이나 전기, 부족한 잠에 이르기까지)가 막대하다는 일리있는 지적을 한다. 그리고 직장 근처에 사는 “직주근접” 개념을 토대로 한 무지개떡 건축을 소개한다.
무지개떡 건물은 층별로 용도가 다른, 윗층엔 주거용 공간이 있고 아래층엔 직장이나 상가가 있는 건물을 말한다.
얼핏보면 높은 건물 하나에 쇼핑몰과 직장, 주거공간을 두고 그 안에서 모든 생활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모델을 제시한 르코르뷔지에(그는 존경과 비판을 동시에 받기로 유명하다)나, 이미 우리나라에서 비싼 값에 인기를 얻고 있는 주상복합이 떠오른다.
지은이가 도전한 행정복합 도시 계획은 르코르뷔지에가 생각한 모델과 자못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주상복합은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한 법망을 피해 빽빽하고 높게 지을 수 있는 상업시설 법을 적용받으면서도 많은 거주자를 받음으로서 건설사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구조이지 무지개떡 건축과는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지은이가 제안한 무지개떡 건축으로 만드는 마을의 건물은 5층 내외로, 높지는 않다. 5층이 주거자 수용에 결코 부족한 높이는 아니며, 서울 평균 용적률은 놀랍게도 5층에 못미친다. 우리가 부러워마지않는 유럽의 5층 정도 높이의 통일성있는 건물들만으로도 대도시의 인구를 충분히 수용한다.
다만 유럽의 건물들은 가운데 중정을 둘러싼 형태로 건물벽의 연속인 경우가 많은데 벽으로 막혀 답답한 느낌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가진다.
그래서 저층부는 길과 통하도록 상점을 내거나, 상점이 아니라면 햇볕이 드는 오픈된 사무/교육 공간으로 보행자에게 삭막한 느낌이 들지 않게 하고 건물 전체적으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한옥의 다공성을 적용해 쾌적한 공간감을 주자고 한다. 마지막으로 상층에는 옥상 마당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책 마지막 부분에서 그의 사무실에서 건축한 무지개떡 건축물들을 여럿 소개한다. 작가 자신의 집과 사무실이 함께 있는 목련원, 무카스 사옥도 멋졌지만 가장 멋졌던 건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였다. 천안에 있는 배구 훈련센터로 1층엔 배구장, 그 위층에는 가운데는 텅 빈채 주변은 원형 트랙과 운동기구가 있다. 그 위층은 선수들의 주거공간이다. 정말 왠만하면 밖을 나갈 일이 없게 만들어 버린 건물이었다.
나는 건축과 무관한 일반인이지만 열심히 걷기를 좋아하는 보행자로서, 늘 주변 환경이 좀 더 걷기 좋고,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이고 사람 냄새나는 환경으로 바뀌기를 갈망한다. 그런 면에서 유럽마을을 동경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는 우리 나름의 아름다움을 잘 살렸으면 하는 바람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건축가 황두진은 그런 내 마음과 잘 맞는 우리 건축의 미래를 계속해서 제시하고 있었다. 그가 더 많은 건축을 하고 더 많은 책을 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