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됨을 후회함 - 모성애 논란과 출산 결정권에 대한 논쟁의 문을 열다
오나 도나스 지음, 송소민 옮김 / 반니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제사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처음 맞닥들인 건 첫 직장에 다닐 때였다. 그 주장은 정말 충격적이고, 너무 진보적이란 생각을 했다. 당시 난 설 추석에 친척들과 모여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이 무척 좋았다. 그런데 그 모임이 누군가의 고생이나 고통으로 만들어졌단 생각은 못했던 것이다. 그 주장을 이해하는데만 몇년이라는 상당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엄마” 된 것을 “후회” 한다는 주장이 지금 그렇다. 이 주장은 아이를 낳아 놓곤 어떻게 이제 와서 후회하냐, 처음부터 낳질 말았어야지 라는 비난을 받기 무척 쉽다. 엄마가 아이를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회는 누구나 한다. 간밤에 치킨을 먹은 다이어터도 후회하고, 시험을 망친 학생도 후회한다. 후회는 오히려 권장되는 경우도 많다. 법정에 선 범죄자가 죄지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 경우 처벌은 더 엄격히 적용된다.

모든 경우가 그렇듯, 엄마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된 것을 후회할 수 있다. 모성애를 비롯한 아이를 기를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해놓고 아이를 낳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설사 많다 하더라도, 이 책에서 구체적 사례를 보면 아닌 경우도 많다. 아이 낳은 것을 후회하게 용인해 주는 것이란 막연히 사회전복 수준으로 두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을 막연히 보지 말고 직시해 보자. 왜 이런 후회가 발생하는지, 엄마에게만 후회라는 무거운 죄목을 뒤집어 씌우는게 당연한 것인지. 후회를 용인하면 세상은 어떻게 될지.

엄마가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나를 낳은 것을 후회하는 것은 자칫 내 존재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나도, 이 책의 엄마들도 아이들 존재를 부정하고 아이가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진 않는다. 아이들 자체는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다만, 내가 그(들)의 엄마여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힘겨운 것이다. 한번 시작한 이상 24시간*20년(혹은 그 이상)간 별다른 보상없이 원치않는 역할(예를 들면 밥먹다가도 아이가 싼 똥을 치우거나 똥꼬를 닦아주는 역할 같은 것이다. 어떤 엄마는 노예라는 표현도 쓰고있다. 조건없이 아이들이 시키는 일을 해내고 시중드는 면이 어느정도 일치한다)을 해내야 하는 것은 대단히 힘겹다. 아빠의 역할은 미미하다.(적어도 내가 사는 나라와 이책이 쓰어진 이스라엘에서는.) 돈을 벌어오는 역할과 살짝씩 육아를 돕는 것 뿐이다. 하지만 엄마들 대부분은 감히 후회를 드러내지 못하고 책임감으로 묵묵히 일을 수행하고 있다.

“후회하려면 처음부터 낳질 말았어야지”라는 말을 곱씹어보자. 맞는 말이다. 근데 후회할지 안할지 겪어보기 전엔 알기 어렵다. 주변에서 육아로 힘겨워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않은 이상 말이다. 더구나 세상은 아이를 아기천사로 포장하고 있고, 노예생활이라고 알려주는 곳은 흔치 않다. “결혼은 언제하니?” 뒤에 으레 따라오는 “애는 언제 낳니?”란 질문은 아직도 거북하지만 자연스럽다.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육아의 힘겨움이 어떤 것인지 누구나 미리 알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좋겠다.

아이가 필요하다면 육아의 힘겨움을 엄마에게만 지우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이를 필요로 하는 것은 누구인가? 아빠일 수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일 수도 있고, 인구를 늘리고자 하는 국가일 수도 있다. 아이를 필요로 하는 주체는 엄마만이 아니라 이렇게 다양하다. 그렇다면 그 육아에 대한 책임도 아이를 필요로 한 주체들이 (함께) 책임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후회가 줄고 아이는 늘 것 아닌가.

아빠의 참여가 늘고 국가의 지원이 늘어도 육아는 여전히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 생각도 존중받아야 한다. 인구가 줄어들면 어떡하냐고? 글쎄. 당신은 국가 인구를 늘리는 사명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났는가? 그런 비장한 애국심을 개인에게 강요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이 책은 확실히 진보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돌파구는 있다. 엄마도 아빠처럼 일하고, 어른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아이들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엄마 아빠가 행복한 사회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곳 아이들보다 더 행복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이해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항상 타인의 욕구를 고려하면서 맞추고 보살피다 자신의 욕구와 감정은 없애버릴 수 있는지 질문해보자. 그리고 그런 것을 못해낸다고 비난받아도 괜찮은지 생각해보자.

엄마됨을 후회하는 것은 사회의 기대에 맞게 조정할 수 없는 것이다.

——
172p
타인의 육아 지원이 후회를 보상해주지 않는다.

엄마들이 사랑하는 아이를 표현한 것
-164p 일종의 그치치 않는 배경잡음

남편을 표현한 것
-166p 남편은 그냥 공기나 마찮가지예요
——

아이들(남/여)에게 이렇게 가르친다면 어떨까?
육아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3년간 잠 포기해야 하고 2년간 똥을 만져야 합니다
10년간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3년의 절반 시간동안 혼자 말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수다에 반응해야 합니다.

보수는 한 아이당 한달 30만원이며 그걸로 아기 기저귀나 분유 젖병을 사고 남는 돈으로 스벅커피나 맛난 음식을 살 수도 있겠습니다.

한번 낳으면 다시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 와중에 직장을 관두면 다시 돌아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아이는 낳아도 되고, 안낳아도 됩니다.
그건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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