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 - 밀사와 연희의 성노동 이야기 철수와 영희를 위한 대자보 시리즈 6
밀사.연희.지승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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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성노동자의 이미지란 무엇인가.
내겐 한동안 억압받는 여성, 불쌍한 여성, 어쩔 수 없이 잡혀 사는 인생, 고통받는 여성이었다. 평생 거의 접할 일이 없고, 그저 영화나 영상 매체를 통해서만 접했기 때문에 상당히 왜곡된 이미지다.
돌이켜 보면 나는 대단히 보수적이었다. 딱 스무살에 길거리에 흔히 짧은 치마와 배꼽티를 입고 춤을 추며 큰 음악소리에 호객행위(?)를 하던 이벤트걸들을 보고도 저런 성을 파는 직업은 모조리 없어져야 한다고 버럭하며 친구와 논쟁한 적이 있다. 다리를 드러내고 야한 옷을 입고 춤추는 것은 여성성으로 이목을 끄는 행위이며 굳이 그런 방법 말고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손님을 끌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 당시 내 생각이었다. 그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어쩌냐는 반문엔 다른 직업이 얼마든지 있는데 왜 굳이 저걸 하느냐고 했다.
이런 생각은 성노동자를 향한 다수의 사람들 생각과 거의 비슷하다. 그런 여론때문에 성매매를 제공하거나 제공받은 자 모두를 처벌하는 성매매특별법도 생기게 됐을 터다.

나는 더 깊이 질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여성성으로 이목을 끌면 왜 안되나를 말이다. 당시엔 외적인 면보다 내적인 면을 중시해야 한다 여겼기 때문에 겉모습에 가까운 여성성만 가지고 무언가 한다는 것이 불쾌했던 것 같다. 하지만 외적인 면도 사람의 어떤 면 중 하나이고, 사람들을 이끄는 매력임을 부정해선 안된다. 잘생긴 사람, 예쁜 사람이 끌리듯 몸매 좋은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성매매는 일부 남자들의 수요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겨난 공급처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성매매는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존재해 온 현실이며 누가 없앤다고 없어지지 않는 것이라는 것이다.

얼마전 TIME에 네덜란드 성 노동자 관련 이야기가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성노동이 합법이지만 포주와 노동자간의 관계가 평등하진 못해 여전히 성노동자는 고통당하고 있었다. 불법으로 해도 없앨 수가 없고, 합법으로 해도 고통은 있다. 그들이 보통의 노동자들처럼 노동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평범한 직장처럼 언제든 이직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러려면 아마도 성에 대한 아주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길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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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an 2024-09-0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ape apology의 정의에 완벽히 부합하는 내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