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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20년 - 엄마의 세계가 클수록 아이의 세상이 커진다
오소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2월
평점 :
난 늘 여행에 고팠다. 단, 이 모든걸 마치고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아이와 남편없이 혼자서. 아이와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란 상상은 못했다. 혼자 아이 둘과 식당에 가는 것은 상상만 해도 고역이다.
그 생각을 접시 깨듯 시원하게 부순 책이다. 물론 나는 작가와 달리 애가 둘이다. 하지만 지난 두번의 바다여행으로 느낀 바가 있는 터였다.
처음 아이 둘 데리고 바다에 갔을때, 사실 너무 힘들었다. 바다에서 열심히 놀기만 하면 되었던 내 어린 시절과 달리 이젠 두 아이 옷 갈아입히고, 모래 씻기고, 바다 깊이 빠질까봐, 추울까봐 탈까봐 배고플까봐 늘 챙겨야 하는 입장이 됐다. 거기다 내 한몸 챙기기도 힘든데 나머지 식구들 눈치까지. 옛날 그대로였던건 입장료는 받지만 차가운 물만 나오는 바닷가 샤워장 뿐이었다.
왜 멀리까지 오며 이 고생을 했지. 애들이 기억이나 할까. 모래라면 놀이터에도 많아. 왜 모래 없는 풀빌리를 찾는지 알겠다. 다신 바닷가에 얼씬하지도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 친정에 갔다가, 아이들이 놀이터 모래와 수돗물만으로 끝도 없이 노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는 우릴 바다에 데려다 주셨다. 봄이라 아직 물도 찼는데 아이들은 파도에 주저앉기도 하고 모래가지고 실컷 놀았다. 우린 아예 텐트도 사서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바다에 갔다.
사흘째 바다에 가니 알아서 놀았다. 엄마의 개입도, 소꿉도구도 필요 없었다. 큰 조개껍질을 주워 삽으로 쓰거나 쿠키틀로 이용하기도 했다. 샤워장 개장도 안해서 대충 헹구고 털었다. 우리 온다고 유례없이 깨끗하게 청소했던 아버지 차는 완전 모래투성이가 됐다. 차안에서 모래옷을 입은 채 포개어 잠든 모습에 웃음이 났다. 엉망이긴 한데, 이래도 되는구나. 즐거웠다. 아이들도 행복해 했고, 나도 진심어린 사랑의 눈빛이 흘러나오는걸 스스로 체감했다.
작가는 4년의 여행을 소개했다. 내가 고작 사나흘 바다에 가면서도 알게 된 바가 있는데 작가는 어땠으랴.
현실적 고민을 했다. 작가는 아이 하나, 난 아이 둘. 그러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 둘이니 어른 하나 붙이면 되겠네. 엄마나 아빠.
상상만 해도 좋다. 이제 돈 모으고, 계획짜고, 출발하기만 하면 될 것 같다. 그 전에 작가의 여행책들도 좀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