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리학박사가 풀어쓴 수학 1
이진수 지음 / 프리에듀넷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학생들에게 이런 하소연을 종종 들어 왔다. 전 문과 체질이라, 수학이 워낙 적성에 안 맞아서, 수학 머리가 없어서.. 그런 학생들에게 '풀어쓴 수학' 을 추천하며 이런 얘길 했다. 수학이 그냥 막연히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수학의 추상성을 너희가 제대로 인식/해결하지 못 하고 있는거고, (극도로 압축된) 공식 암기 - 문제풀이 식의 한국형 수학 학습패턴이 그런 갭을 더욱 심화시킨다. 학생들이 알아 들었을진 의문이지만, 스스로 '문과 머리' 라 생각하며 수학을 어려워하고 한탄하고 있는 한국의 수학 고민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고등학교 수학에 등장하는 개념들을 고등학생 수준에서 최대한 '서술' 로 풀어쓴 책이다. 그래도 개념이 이해가 안 된다면, 당신은 수학이 아니라 언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수학은 수를 계산하는 기술이 아니라 (물론 그런 부분들도 있긴 하지만), 인간과 우주를 설명하고 재구성하는 하나의 세계관이다. 그리고 그 세계관은 언어와 기호의 힘을 빌지 않고선 결코 타인에게 전달될 수 없다. 이 책이 그런 발상을 틔우는데 있어 조그만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p.s 사실 문이과 구별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며, 문과 머리 이과 머리 같은 건 더욱 말도 안 되는 넌센스일 뿐이다. 하루빨리 청산되어야 할 식민 잔재. 암튼 수학 점수가 유독 안 나오는 학생들은 이 책 외에도 '수학, 양식의 과학' (케이스 데블린, 경문사) 같은 책도 인식의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외에도 데블린의 대중적 저작들과 경문사의 수학교양서 중엔 뛰어난 것이 많으니 일독 추천.
re p.s 몇일전 새로 나온 '풀어쓴 수학' 의 재판은 내용상 차이가 거의 없는 대신 디자인은 촌스러워졌고 가격도 비싸졌다. 한국 책들을 대하며 늘 느끼는 거지만, 종이질을 낮추고 좀 더 소박하게 만들 순 없을까. what you read makes what you are.. 난 호화 장정, 고급 종이의 중고교 참고서들이 한국인의 후진적인 환경 의식과 모종의 상관 관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책을 읽으며 배우는 것은 비단 책의 내용 뿐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