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해석 / 보이는 심연과 안 보이는 역사 전망 김현 문학전집 7
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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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식인들은 거의 반세기 이상을 일본에 의지하여 세계의 문화를 이해해왔으나, 해방 후의 지식인들은 일본의 역할이 갑자기 전무해진 이상한 상태와 맞부딪치게 되었다. 새로운 문화를 알아야겠다는 민족주의적인 열망 때문에 일본으로 공부하러 갔던 많은 한국인들의 느낌과는 다르게, 일본은 이제 민족주의적인 증오의 대상이었고, 일본과 일본을 통해 들어온 문화는 타기할만한 것이었다. 그 반대급부로 미국의 역할이 과도하게 커졌다. 일본을 통해 세계 문화를 이해하려 한 한국인들은 이제 미국을 통해 그러하려 하게 되었다. 아니, 미국이 바로 세계 문화 그 자체였다. 일본은 이미 매개항으로서의 가치도 잃어버렸다. (중략) 일본어로 세계 문화-문학에 접한 그 이전 세대들은 중역의 세계에 살았지만 획일화된 이데올로기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고, 일본어를 모르는 새 세대는 미국과 유럽의 문화에 직접 부딪칠 수는 있었지만 획일화된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들은 직역 세대였으나, 번역될 수 있는 책들은 한계가 있었다.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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