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 재미있고 유쾌하며 도발적인 그녀들의 안티에이징
김혜경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여자의 나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제법 봄기운이 완연한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려갔다가 들어와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시고 컴퓨터를 켰다.

이제 봄을 38번 맞는 나에게 나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20살이 되던해, 친구들과 종로 피맛골에 어둑한 자리에 앉아서 실컷 술을 마시면서 며칠을 지냈다.

그때는 삶의 무게로 내 앞에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때였다.

정말 그때는 너무 힘들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날 친구들에게 장담하듯 내가 말했다. "나는 25살이라는 나이는 없을 거야. 24살이 끝나기 전에 죽어버릴 거라구."

친구들은 내가 심하게 취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심하게 취했었다. 아픔에 취하고, 젊음에 취하고, 밤이라는 시간에 취했다. 알콜에도...

그렇지만 그때 그날을 확실하게 기억한다.

그런 내가 한남자를 만나고, 결혼을 하고 ,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낼모래면 나이 마흔이 된다.

그러면서 나는 말한다. 나이 60을 안넘기고 싶다.

 

작가에게 두명의 어머니가 있다. 그들의 모습에서 작가는 무얼 배운 걸까? 나에게도 어머니가 두분계신다.

나는 두분에게 너무 많이 참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닌 것을 배운다.

나는 두분에게 자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배운다. 나같은 자식을 낳아서 키우셨으니까.

나는 두분에게 인생이라는 것은 때로 무모할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을 배운다.

나는 두분에게 사랑을 배운다. 결국 그렇게 되는 것인가 싶다.

 

나도 나름 나이를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빌어먹을 돈만 아니라면...젠장.

요즘은 돈 소리를 하지 않고는 하루도 못넘긴다. 다시 젠장.

그래도 즐겨보고 싶다.

그래서 35살이 넘어서 자전거도 배우고 대학원도 간다.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간다.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싶지 않다.

어제 죽어버린 달팽이처럼 딩굴딩굴 굴러가면서 살고 싶다.

시계도 없이

그러면서 나는 치열하게 산다.

살기위해 살고, 먹기위해 살고, 꿈꾸기 위해 살고

그러다 어제는 울었다.

내가 왜 사는지 잊었다. 그래서 울었다.

 

작가처럼 자신이 사는 것,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은데

내 역량도 내 체력도 여건도

나는 달리게 하고 나를 원하지도 않는 길로 가게 한다.

 

찬란한 햇빛 속을 자전거로 한바퀴 돌고와서 내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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