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독서 교육 - 책읽기에 열광하는 아이들 대교아동학술총서 4
김은하 지음 / 대교출판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3년전, 아들의 출생신고를 하러 면사무소에 갔다.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두 권의 그림책과 손수건이 든 책꾸러미였다. 직원에게 '이게 뭡니까'하고 묻자 '북스타트(Bookstart) 선물 꾸러미'라고 답했다. 꾸러미 속에는 북스타트에 대한 홍보물도 들어있었다. 홍보물에는 "김해시는 2007년부터 출생신고를 하는 모든 아기에게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라'는 의미로 책꾸러미를 선물하는 북스타트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그렇게 북스타트 운동을 알게 됐다.

 

 북스타트 운동은 1992년 영국의 도서관사서 웬디 쿨링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영국 최대 규모의 어린이책 단체, 북트러스트(Booktrust)는 아이들에게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다섯번의 책 선물을 한다. 북스타트 운동도 북트러스트의 '다섯번의 책 선물' 프로그램중 일부다. 전부 다 무료다. 내 아이도 이런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김은하의 <영국의 독서교육>을 만났다.

 

<영국의 독서교육>은 저자가 6년간의 영국생활을 하면서 참여관찰한 연구의 결과다. 알토란 같은 영국의 독서교육 정보를 꼼꼼하게 소개한다. 영국이 길러내는 창의적인 인력의 뿌리가, 사람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이야기와 이벤트의 근원이, 성인이 되고 노년의 삶에 이르러서도 책을 곁에 두고 꾸준히 도서관을 찾는 이유가 바로 영유아시절의 '행복한 책읽기'와 '책과 관련된 행복한 경험'에 있음을 많은 자료와 통계로 증명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는 영국의 교육제도, 생활의 일부가 되고 모든 문화활동이 가능한 공공도서관, 어린이 독서문화를 주도해가는 독서 단체, 그리고 학교, 도서관, 독서단체의 유기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연중 펼쳐지는 어린이책 잔치, 작가와의 만남...그 속에서 아이들은 책과의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된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하는 탄성만 터져나온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영국의 독서교육을 알려준다기보다 독서문화를 보여준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우리는 독서교육이라는 명목하에 아이들에게 독후감쓰기를 강요하고 독서인증제를 만들어 독서의 경험마저 경쟁의 도구로 전락시키지 않았는지 깊이 반성해볼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평생 책을 곁에 두고 행복해 하는 대신 죽어도 책은 읽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채 성장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책 없이 성장한 아이들이 만들어갈 사회와 문화는 상상할 수도 없다.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영국의 독서교육>은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한 길이 어디에 있는지, 그런 문화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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