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파는 남자 -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 이구용의 한국 문학 수출 분투기
이구용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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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왓슨의 병원> 

  

홈즈 : 왓슨, 자네 뭘 보고 있길래 입이 귀에 걸렸나? 친구가 문을 열고 들어와도 모르고. 

 

왓슨 : 어, 홈즈, 왔구만. 미안하네. 방금 우리 직원이 주고 간 청첩장을 보느라.

 

홈즈 : 청첩장? 사람하곤... 자네가 장가가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좋아하나?

 

왓슨 : 홈즈, 이 청첩장의 신랑, 신부는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이네. 신랑은 학교 후배고 신부는 내가 병원을 오픈할 때부터 지금까지 성실히 근무하는 직원이네. 꽤나 아끼는 젊은들이지. 제법 오랫동안 지켜봤네. 지난해 겨울, 두 사람을 시내 한 카페로 불러내 만남을 주선했어. 1년 지난 지금 한 청첩장에 두 사람의 이름이 찍혀있으니 내 입이 찢어지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청첩장에 내이름은 없지만 난 이 청첩장을 고이 간직해둘 작정이야.

 

홈즈 : 그러니까 자네 양복이 두 벌이나 생기게 됐다는 말이군. 하하.

 

왓슨 : 30년을 넘게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일세. 좀 과장하자면 나는 한 세계와 한 세계를 연결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셈이지.

 

홈즈 : 과장이 아니지. 내가 직접 관련이 없는 세계에 뛰어들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위대한 업적이지. 탐정인 나도 그렇다네. 의뢰인들은 나를 찾아와 사건을 의뢰하네. 나는 나와 전혀 관계없었던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평생 관련없을 것 같았던 사건에 발을 들여놓네. 의뢰인과 사건 사이에 내가 끼어들게 되는거야. 사건을 해결할때마다 나도 쾌감을 느끼는 것이고.

 

왓슨 : 듣고 보니 '뭔가를 누군가에게 소개하는 일'이 좀 있군 그래. 우리가 흔히 에이전트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하는 일 말이야. 스포츠 에이전트가 대표적이겠지. 스포츠 선수들을 대신해서 그들을 특정 팀에 소개하고, 좋은 계약을 이끌어 내며, 조건이 더 나은 팀으로 이적시키고, 광고 등 후원 기업을 발굴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지. 많은 일을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들. 하지만 관리하던 선수가 세계적인 스타가 되면 말없이 미소짓는 이들. 크루즈가 열연했던 영화, <제리 맥과이어>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삶을 잘 그려내고 있어.

 

홈즈 : 에이전트의 삶이라. 그렇다면 며칠 전 읽었던 책, <소설파는 남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지. 어디보자, 그래 여기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신작이 있네. 왓슨, 어떻게 이 책은 자네 서가에 꽂히게 됐을까?  

 

왓슨 : 역으로 추적하면 되겠지. 먼저 난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해서 이 책을 배송받았네. 인터넷 서점은 국내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공급받았을 거고. 프랑스어니까 역자가 번역을 했을거고, 편집, 인쇄를 거쳐 출판되었겠지. 프랑스 작가니까 저작권 계약도 했을 거고. 물론 작가가 작품을 집필한 게 제일 먼저일 것이고.

 

홈즈 : 맞네. 자네가 언급한 과정 중에 <소설파는 남자>는 저작권 계약과 관련있네. <소설파는 남자>의 저자는 임프리마코리아의 이구용 상무네. 그의 직업은 출판저작권 에이전트. 좀 생소하지? 그는 해외 작가의 작품을 국내 출판사에 소개하고 국내 작가의 작품을 해외 시장에 내놓는 일을 하지.

  

왓슨 : 조금 더 쉽게 말해 줄텐가?

 

홈즈 : 그러지. 이구용 상무는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이네. 시장은 출판 저작물 시장이고 물건은 소설이지. 국내 시장에서는 해외 작가의 소설을, 해외 시장에서는 국내 작가의 소설을 파는 거라네. <소설파는 남자>에서는 국내 소설의 해외 진출기만 다루고 있네. 국내 작품이 해외 진출로 진출하는 과정을 늘어놓자면 국내 작가의 작품 -> 국내 출판사 -> 에이전트(이구용) - 해외 에이전트 - 출판사 정도가 되겠지. 에이전트가 바로 작가를 관리하기도 하네.

 

왓슨 : 그렇다면 에이전트가 하는 일이 단지 저작물을 '파는' 것만은 아니겠는데.

 

홈즈 : 제대로 봤네. '파는'의 의미를 '최종적인 계약행위'로만 보면 너무 좁은 해석이네. 넓게 봐야지. 왓슨, 계약이 성사되기까지는 적어도 6개월~1년 정도가 걸려.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지속적인 마케팅 전부가 '파는'의 의미네. 국내 저자에 대한 소개 자료, 샘플 번역본은 기본이지. 샘플 번역본 작업을 할 역량있는 번역자를 선정하는 일, 작품을 해외 시장에 소개하는 것이니 만큼 보편성과 독창성을 기준으로 세일즈 포인트를 잡는 일, 해외 에이전트를 설득하는 일,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읽고 해외진출작 후보군을 발굴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다네.

 

 

에이전트는 씨앗을 뿌리는 농부이기도 하고, 꽃가루를 옮기는 벌이나 나비 같은 매개자다. 농부는 좋은 씨앗을 구별해낼 줄 알아야 하며, 벌과 나비는 좋은 꽃가루를 촉각으로 감지해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어느 토양에 뿌릴지, 어떤 꽃 위에 날라야 할지 알아야 한다. <소설파는 남자> 11p


 

왓슨 : 기본적으로 언어 역량과 문학에 대한 소양이 필수적이겠군. 대인관계지수도 높아야겠고. 무엇보다 강한 체력이 바탕이 돼야겠는데. 

 

홈즈 : 하하, 왓슨. 체력이 강해야지. 이구용 상무는 수시로 떠나니까. 그것도 미국, 일본, 중국, 유럽으로 말이야. 돌아다녀야 하는 인간들은 체력이 좋으니까 돌아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돌아다니니까 체력이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나도 사건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으니까. 

 

왓슨 : 그래, 이구용 상무가 성과를 좀 냈나? <소설파는 남자>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겠지?

 

홈즈 : 당연하지.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말이야, 자네가 궁금해하는 해외 진출에 성공한 작과와 작품의 이야기는 1부 '에이전트의 기쁨'에 나오네. 대표적인 케이스는 김영하, 조경란, 신경숙 등이네.

 

미국 아마존닷컴 종합순위(2010년 10월 1일 현재)에서 <빛의 제국>이 종합 판매 순위 227위, '미스터리 & 스릴러'의 하위 분류의 장르인 '스파이 & 음모 스토리' 영역에서는 2위, 그리고 '문학 & 소설'의 하위 분류인 순수문학 영역에서는 3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중략) 2010년 10월 초 현재,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미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 터키, 브라질, 중국, 베트남 등에 판매되었으며, <빛의 제국>은 미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폴란드, 일본 등으로 저작권 수출이 완료되었다. <소설파는 남자> 26-27p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2011년 4월 5일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 전문 출판사 크노프(랜덤하우스 계열)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크노프의 수석 편집자이자 부사장인 로빈 데서는 <엄마를 부탁해>의 초판을 10만부 찍겠다고 선언했다. <출판사 리뷰> 중에서

 



 

2부는 해외 진출 전략을 구상중이거나 세계인의 문학으로는 한계를 드러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 '에이전트의 고민'이네. 하일지, 이기호, 김훈, 김별아 등이 소개되어 있네

 

3부는 가까운 미래에 해외에 소개하고 픈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있지. 이름하여 '에이전트의 도전'. 에이전트의 도전에는 아동 청소년 문학에까지 범위를 넓혀 세계 독자에게 선보이고 싶어 하네. 이경혜, 이금이, 황선미, 이외수, 차인표 등이 그들이지.

 

<소설파는 남자>는 격주간 서평전문지 <기획회의>에 1년간 연재됐던 24개의 꼭지를 한 권으로 묶은 것이라네. 이구용 상무는 출판저작권 에이전트의 시각으로 24명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네. 중간 중간 실려있는 해외 에이전트들의 메일과 의견은 읽는 재미와 현장의 박진감을 더해 준다네.

 

왓슨 : 읽어보고 싶군. 홈즈, 그러면 말이야. 이구용 상무의 직업적 보람이랄까, 사명이랄까 이런게 있을 것 같은데. 이를테면 의사인 내가 환자를 치료해서 낫게 하는 것, 탐정인 자네가 사건을 해결하고 진실을 밝혀 내는 것처럼 말일세.

 

홈즈 : 국내 시장에서 출판되는 해외 소설은 엄청나다네. 하지만 국내 작가의 소설이 해외 시장에서 출판되기란 쉽지 않지. 출판저작권을 수출하는 일은 시간이 걸리고 인내를 요하지만 이구용은 우리 언어와 정서, 사상과 문화의 서식지를 개척한다는 사명이 있지 않겠나. 국내의 독자들만 만나던 작가가 이구용을 매개로 나라 밖의 독자를 만나 세계적인 문학가로 성장한다면 이것은 그의 보람이겠지. 실제로 이구용은 자신이 저작권을 관리하는 작가가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한국문학의 브랜드가 되고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게되는 꿈을 꾼다네.  

 

작품 하나를  당장 어느 나라에 파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1년 후, 10년 후, 그리고 30년 후, 아니 수백 년 후를 내다보고 작업해야 한다. 그것이 정도(正道)다. 세계 독서 시장으로 나가면 그때부터 작가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셰익스피어, 스페인의 세르반테스, 러시아의 톨스토이, 미국의 마크 트웨인, 일본의 하루키라는 식으로 말이다. <소설파는 남자> 34-35p

 

현재 미국 출판 시장에서 해외 출판 저작물 수입은 전체 출판물 중 3퍼센트 안팎에 그치고 있으며, 더구나 해외 문학 수입 비중은 그 중에서도 단 1퍼센트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니 한국 문학이 그 1퍼센트 내에 진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만하다. <소설파는 남자> 8p 

 

"이구용은 비즈니스로서가 아니라 사명감을 가지고 작가의 작품을 읽고 쓰고 만나고 설득하고 소개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신이나고 자신감이 생기고 나도 모르게 국경 바깥의 독자들에 대해 상상하게 되곤 하는데, 현실을 바탕으로한 그의 치밀한 계획에 신뢰가 가기때문일 것이다." - 소설가 신경숙 

 

왓슨 : 대단하군. 준 외교관 인걸.

 

홈즈 : 외교관 이상이지. 이구용은 프론티어 정신 그 자체네. 우리 문화의 영역을 확장해 간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출판저작권 에이전트라는 직업적 측면에서도 그렇고.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보고 많은 젊은이들이 출판저작권 에이전트에 도전하기를 바란다고 했네. 박세리의 LPGA  진출을 보고 자란 세대를 박세리 키드라고 하지. 지금은 LPGA를 평정해버린 박세리 키드. 신지애가 대표적이지. 이구용을 보고 출판저작권 에이전트를 꿈꾸는 이구용 키드들도 나왔으면 좋겠네.

 

왓슨 : 그렇군. 하기야 국가가 부여한 최소한의 사명감마저도 찾아볼 수 없는 외교관들의 행태가 '상하이 스캔들'이라는 이름으로 썩은 냄새를 풍기는 지금, 출판저작권 에이전트 이구용의 이야기는 수목원의 나무가 뿜어내는 산소처럼 신선하군 그래.

 

홈즈 : <소설파는 남자>에는 해외 출판물의 국내 소개는 다루고 있지 않네. 나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이구용이 <소설사는 남자-해외문학 국내 수입 분투기>도 펴냈으면 좋겠네. 그리고 전체적인 출판저작권 시장의 규모, 거래 금액, 해외 에이전트의 사례 등도 몹시 궁금하더군.

 

왓슨 : 참, 돈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이구용 상무가 <제리 맥과이어>를 봤는지 모르겠군. 영화 초반부에 제리가 내레이션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 제안서의 내용을 독백으로 읊어대는 바로 그 장면. 실제로 제리는 며칠뒤 회사에서 해임당하네만...하여간 이구용 상무가 소설파는 남자로 분투라 할만큼의 노력 끝에 출세가도를 달리게 된다해도 "출판저작권 에이전트는 방대한 작가와 작품보다는 소수의 개성있고 독창적인 작가들에게 진실한 관심을 기울여야하며 정작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인간"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네.

 

홈즈 : 자자, 왓슨 이제 나가지. 이야기 저녁 먹으면서 하세.

 

왓슨 : 그러세. 허, 시간이 많이도 지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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