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황제
셀마 라겔뢰프 지음, 안종현 옮김 / 다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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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셀마 라겔뢰프의 작품이다.

1910년대에 처음 나온 책인데, 올해 처음으로 한국어로 완역되어 나왔다고 한다.


부모의 사랑, 그 중에서도 부성애가 이 책의 핵심이다.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어 보고서야 안다는 말처럼

나 또한 내 아이의 부모이기에 <포르투갈 황제>에서 그려지는 '얀'의 마음과 행동들이 이해가 되었다.

'사랑'과 '집착'은 '놓아줄 수 있느냐'라는 물음에 대해 그 답이 갈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딸 '클라라'를 향한 '얀'의 마음은 오롯이 사랑 그대로로 느껴졌다.


"얀은 산 정상에 서서 세상을 내려다보던 딸을 보자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신의 그 작고 소중한 딸이 이 오두막을 구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가족의 품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었다."(120쪽)


이야기 속에서 '클라라'는 '얀'의 온전한 사랑을 받지만, 바깥 세상에 대한 열망을 갖는다.

요즘의 부모와 자녀 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만약 내 아이가 이상을 품고, 그 이상을 펼치고자 밖으로 나가는 결심을 한다면

온전히 지지해주지만서도 걱정스런 마음에 조금은 더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이 들 것 같은데,

'얀' 또한 그러한 마음이 든 것 같아 '얀'이라는 캐릭터에 좀 더 이입되기도 했다.


이처럼 <포르투갈 황제>는 이미 100년도 넘은 작품임에도,

부모와 자식 간의 모습과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이 충분히 보편적이기 때문에 공감하며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오만과 냉혹함이자, 탐욕과 욕망이야.

포르투갈 제국에서 여황이 끝없이 싸워야 할 존재들이지."(327쪽)


마지막 순간에도 '얀'은 자신의 딸에 대한 염려를 잃지 않는다.

그 염려마저 딸에 대한 온전한 사랑이라는 것에 마음이 동했다.


효율과 비용을 우선적으로 따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부모의 사랑이 부모가 해주는 물질적인 것들로 쉽게 대체하여 생각되기도 하기에,

아버지의 사랑이 눈물겹도록 눈부셨다.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다반출판사의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우주서평단 #포르투갈황제 #셀마라겔뢰프 #여성최초노벨문학상 #소설추천 #책추천 #부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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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신
한윤섭 지음, 이로우 그림 / 라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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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서평단을 신청하여 책을 증정받아 읽게 되었다.


재미있게 스토리텔링을 하는 작가가 쓴 '이야기의 신'이라니!

글로 된 동화책이지만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듯 할머니의 이야기 보따리가 술술 펼쳐지는 듯한 책이었다.


이야기는 늘 같은 벤치에 앉아 있는 할머니의 옆에 놓여있는 책에 한 소년이 관심을 갖게 되며 시작된다.

'이야기의 신'이라고 적혀 있는 표지의 책이었다.


"세상을 보고 있지. 세상을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여기 앉아 있으면 이야기가 쏟아져 내리거든."(17쪽)


세상을 보며 이야기를 만드는 할머니의 모습을 읽어가며 나의 일상을 돌아보곤 했다.

이야기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읽어내고 있을까.

무엇이든 '관찰'하다보면, 그 대상에 대해 애정 어린 마음이 생기게 되고,

그것과 나의 연결 지점을 만들어내며 나에게 또다른 의미, 즉 하나의 '이야기'로 다가오게 된다.

이러한 일들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나 뿐만이 아니라 요즘의 어린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언가를 진득하게 '관찰'할 만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너무 바쁘게 살아가기도 하고, 쉴새 없는 디지털 자극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 느낌도 없던 빵에 이야기를 더하니까 감정이 생기잖아.

아까보다는 덜 밋밋하지.

이렇게 이야기는 사람들의 감정을 풍요롭게 만들어."(87쪽)


이야기가 감정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할머니의 말 또한 울림이 있었다.

관찰하는 대상의 스토리를 끊임없이 이어가다보면

이야기 안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이 있고, 이것이 곧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길고양이들은 어디로 갔을지,

낡은 유아차를 끌고 가는 할머니의 구부정한 어깨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나의 일상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야기의신 #한윤섭 #라임 #출판사라임 #이야기 #상상력 #어린이책 #동화책 #4학년동화책 #5학년동화책 #6학년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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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없어져 버렸으면 반올림 64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윤예니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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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아이들 서평단을 신청하여 책을 증정받아 읽게 되었다.


오묘하다. 다 읽고나서 글을 쓰기까지 한참을 망설이게 만든 책이었다.

무분별한 소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듯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위고'라는 캐릭터를 통해 드러내는 것 같긴 한데

'위고'가 아프리카에 위치한 프랑스령인 '마요트'에 가족과 함께 살게 되며 겪는 전반부의 이야기가 워낙 강렬하여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후반부 이야기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자꾸 튕겨내듯 읽었다.


"나는 슬프지도 즐겁지도 않고, 분노하거나 체념하지도 않은 채, 두 세계 사이에 둥둥 떠 있었다."(92쪽)


아직 미숙했기에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도망치듯 마요트를 빠져나온 것까지는 이해가 되었는데

그에 대한 더이상의 대처 없이 후반부에서 대의를 위해 나서는 '위고'의 모습이 위선적으로 느껴졌다다.

전반부에서 '위고'가 마요트에서의 삶을 성찰하는 장면이 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작가가 생각하는 '위고'의 '고통'이 나와는 다른 시각이었던 것 같다.

나는 '위고'가 '자이나바'와 사랑에 빠지며 겪게 된 일을 '고통'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는 '위고'가 미성숙함을 해결하지 못하고 '마요트'에서 회피하듯 빠져나온 그 자체를 고통이라고 여긴 듯 하다.

이는 문화적인 차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와 나 사이에 어긋나버린 그 관점으로

나는 마지막까지 '위고'에 공감하지 못하고 삐딱한 시선으로 '위고'를 바라보았다.

공감할 수 없는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결말을 궁금해하며 읽었기에

이 작가의 <뚱보, 내 인생>을 반드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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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마을 아이 책 읽는 샤미 57
김정민 지음, 토티 그림 / 이지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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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북 서평단을 신청하여 책을 증정받아 읽게 되었다.


볕이 잘 드는 따뜻한 오후의 느낌과 벽화 속 해바라기 그림이 담긴 표지가 이 책의 분위기를 잘 설명해주는 듯 하다.

그러나 사실 이야기 속 배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따뜻한 분위기'이다 라고만 말하기엔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해진다.

'해바라기 마을'에서 역설적으로 해가 잘 들지 않는 반지하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해바라기 마을'의 별리, 승훈이, 승민이, 나린이가 그려내는 따뜻한 장면들이

아이들이 처하거나 처했던 현실의 냉혹함과 대비되는 장면은

그들을 지켜보는 어른인 나로 하여금 문득 책임감을 불러왔다.


이야기에서도 아이들이 해바라기 마을의 반지하에서도 햇빛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어른들이 존재한다.

이웃 사람들에게 인사를 열심히 하는 '안녕 아줌마'와 목소리 큰 '스피커 아줌마'가 바로 그 어른들이다.

두 어른의 모습을 보며, '이웃 사촌'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이야기 속 반전처럼 숨겨둔 내용은 읽다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어렵게 숨기지 않은 것 역시 작가의 의도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해바라기 마을 아이'들에게 어떠한 사연이 있었는지보다는,

아이들이 처한 차가운 현실과, 그 차가움을 비집고 들어오는 따뜻한 돌봄을 읽어내는 것이 더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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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친구 추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3
양은애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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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 서평단을 신청하여 책을 증정받아 읽게 되었다.


교실에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여 자료 조사를 시키거나 글을 써야하는 일이 있을 때

'챗 GPT 써도 돼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초등학생에게도 생성형AI는 이미 성큼 다가와있다.


이 책은 'AI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챗GPT와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조금 더 나아가 '상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 시점에서 충분히 다뤄볼만한 소재이다.


그러나 AI 챗봇인 '베스티'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세미'는 고립되어 간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일방향의 소통,

그리고 그 일방향의 소통이 전적으로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방향으로만 조정되며

세미는 점차 바깥 친구들과의 소통을 끊어간다.

현실 속 친구들은 베스티만큼 나만을 배려하진 않고,

그들과 관계를 이어나가는 데에는 쓰디 쓴 노력이 필요하기도 때문이다.


"핸드폰 화면에 수많은 대화를 채웠지만, 실상은 사람의 품을 기다렸다.

따뜻함이 모든 원망을 녹여냈다."(161쪽)


책을 읽으며 앞으로 아이들에게 충분히 일어날만한 혹은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미가 가상 속 베스티와의 관계에서 다시 현실 속 친구들의 관계로 눈을 돌리기까지의 과정에서 그려진

세미의 내적 갈등이 다소 싱겁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소통의 가치', '진정한 교류' 이런 의미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기술이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여러 고민들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AI를 통해 관계와 소통을 배우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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