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독서 테마는 '마이너리티: 소수자'다. 여성·청소년·아동·장애인·노인·성소수자·산업재해 노동자 들을 다룬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어보려고 한다. 그외의 다른 분야 책들도 섞어서 읽겠지만, 주된 독서 분야는 이렇게 될 것 같다. 위에 첨부한 책에서『십 대 밑바닥 노동』은 예전에 알게된 책인데,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노동자 대우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노동 실태를 다뤘다. 오래 전에 알라딘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이걸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안 난다. 설령 읽었다고 해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라면 다시 읽어서 나쁠 건 없겠지. 2015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책이 나온 후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청소년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산업 현장에서 죽어가고 있다. 


『장애학의 도전』과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는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의 저서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에서 알게 된 책이다. 『장애학의 도전』은 장애인 인권과 관련해서 읽어볼 만한 책일듯하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는 오늘 박정훈 기자의 위 저서에서 접한 질병권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평생 지병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내년에 읽을 예정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나는 질병인들을 '회복해야 할' '관리가 덜 된' 존재로 보는 것도 반대한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의 저자 조한진희 활동가가 제시한 질병권의 개념은 간단히 말하자면 아파도 괜찮을 권리다. 건강이 전부라는 말이 통용되고 실제로 건강을 잃으면 다 잃은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 조한 활동가는 "회복되지 않는 아픈 몸으로도 어떻게 온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질병권을 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빌려서도 읽겠지만, 서가에도 몇 권 구비해둘 생각이다. 내년 독서 테마는 사실 엄청나게 광범위하고,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지만, 내가 해당 분야들의 전문가가 될 건 아니니까 일단 얕게라도 두루두루 읽어보려 한다. 적어도 아직은 내 삶에서 직접 대면해본 적이 없는 주제들이다. 책을 몇 십 권을 읽든 내 삶에 직결되지 않은 이야기들에 대해 공감력과 이해력을 키우는 데엔 한계가 다분하겠지만, 그래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읽으려 한다. 내가 공부가 직업인 사람은 아니지만,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그래도 뭐든 보고, 읽고, 들으면서 공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재 여성의 비혼은 생존 전략에 가깝다. ‘일과 사랑의 조화‘, 모든 TV 드라마나 로맨스 영화가 표방하는 ‘기획 의도‘인데, 이는 남성과는 상관 없는 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남성들은 성 역할(아버지, 남편 되기)과 시민권(노동권)이 비례해 순기능적이다. 결혼한 남성은 안정되고 가족 수당(임금)이 지급된다. 반대로 여성은 어머니, 아내로서의 성 역할과 노동자 역할이 정면충돌한다. 이제까지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여성의 선택은 세 가지였다. 시민권을 포기하거나(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 ‘여성‘을 포기하거나(가족을 포기한 명예 남성, 이혼······), 두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는 울트라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시달리다 과로사하거나. 모든 선택이 고달프고 비난받는다. - P38

여성주의를 포함해 진보 진영에서는 육아의 사회화를 주장한다. 당연히 육아는 사회의 책임이다. 그러나 육아의 의미는 성별에 따라 크게 다르다. 이제까지 여성의 일생은 육아와 맞바꾸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성은 여성에게 육아를 맡기거나 ‘사회화‘를 요구하면 그만이다. 육아가 사회적 책임이 되려면 모든 남성이 최소 10년 이상은 집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 그전까지 국가나 사회는 절대로 아이를 키우지 않을 것이다. 나는 국가보다 남성 개인의 인식과 태도가 육아에서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국가는 남성을 ‘따라갈‘ 뿐이다. 육아가 여성 운동의 의제인 것 자체가 문제적이다. 육아는 남성의 성 역할이 되어야 한다. 남성도 육아와 모성으로 인한 죄의식, 스트레스, 자기 분열, 커리어 포기 경험을 겪어야 한다. - P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겨레21〉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대 여성과 남성 800여 명에게 성평등 연애 규범에 관해 설문한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의 75%가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하지않는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스킨십이나 섹스를하는 중에 언제든 파트너의 의사에 따라행위를 중단하는 게 당연하다‘ 항목에는20대 남성의 85.4%가 동의(매우 그렇다, 그렇다)했다. ‘섹스보다 피임이 더 중요하다‘‘ 성적 대상화나 여성혐오적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 ‘맨스플레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항목에도 70% 이상의 남성이 동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페미니즘이 싫다고 말하지만, 정작 페미니즘적 가치를 수용하는 게 현재의 20대 남성인 것이다.

19~60세 남성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만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성매매 경험 비율은 6.9%에 불과했다. 반면 30대는 23.7%, 40대는 41.7%, 50대는 44.4%로 드러났다. 다른 세대와 비교했을 때 20대가 압도적으로 성구매 문화에 동조하지 않는 경향이 드러난 것은 긍정적이다. 또한 여성가족부의 2016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성매매를 한 남성 중 20~24세에 첫 성매매를 하는 비율이 53.8%로 나타난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고무적이다.

앞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자료를 다시인용하면, ‘성매매 반대 캠페인‘에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긍정 답변 비율 역시 다른 세대와 비교해 20대가 가장 높았다(36.9%). 흔히 ‘반페미니즘‘ 정서가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20대 남성이지만, 동시에 과거의 남성 중심적 문화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느끼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더불어 성매매의 온상이었던 직장 내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시대가 변했고 김영란법 이후로 접대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진 탓이 크다. 회사에서 끼리끼리 성매매를 하는 집단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주류적인 문화는 아니라는 게 내 또래 30대 남성 직장인들의 중론이었다. 윗세대에는 여전히 성매매를 하거나 ‘여성을 끼고‘ 술을 먹는 문화가 있으나, 자신의 세대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물며 20대는 더더욱 성매매 문화에서 자유로울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성매매와 거리가 가장 먼 20대가 디지털 성착취 문화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으며, 동시에 인터넷상에서 가장 강력한 안티페미니스트집단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온라인에서 새로운 형태의 성착취 구조가 유지된다면 ‘성구매자 감소‘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기 때문에 성매매를 안 하는 ‘건전한‘ 남성성 모델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페미니즘을 수용하고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남성성 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쨌든 남아선호사상이 만연해 있던 옛 시대에 비하면 세상이 느리게나마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30대 젊은 부부 세대에서 "여자가 이래야지" 하고 권위를 세우는 남편들은 많지 않다. 함께 집안일을 나눠 하고, 육아에 동참하고, 시댁과 아내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잘 하려고 노력하는 남편들도 많다. 문제는 여전히 그것이 ‘고맙고 특별한‘ 풍경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자기 집에서는 귀하게 자랐던 며느리들이 시댁에서 요리와 설거지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서 아무도 칭찬하지 않는데, 남자들은 조금만 움직여도 좋은 남편, 자상한 남편이 된다. 그 가운데서 며느리는 ‘남편 잘 만나고‘ ‘시집 잘 온‘ 여자가 되는 것이 또 우스운 일이다. 집안일을 나눠 하는 것은 복덩이 남편을 만난 덕분에 얻은 혜택이 아니라, 공정하고 당연한 일인데. - P49

약자에게 딱지를 붙이는 것은 쉬운 일이다. 운전 못하는 여자를 ‘김여사‘라고 하고, 명품을 소비하는 여성을 ‘된장녀‘라고 지칭하는 것이 사회 전반에서 통용되고 있지만 같은 상황의 남성을 지칭하는 명칭은 없었다. 여성의 어떤 행동 양식을 남성의 시선에서 가늠하여 그에 대한 꼬리표를 붙이면 그 말에는 권력이 생긴다. 남성이라는 것만으로도 여성을 분류하거나 판단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 P70

나는 아직도 왜 며느리가 결혼 후 시부모님 생신상을 차리거나 시댁식구들을 초대해 집들이 음식을 한 상씩 차려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남편은 처가댁 제사에 참여하지 않는데, 며느리에게는 시댁 제사나 가족 행사 날짜를 일일이 가르쳐주는 이유도. - P193

아이가 자라 맞벌이를 해도 어린이집에 간 아이가 아프면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는 야근은 주로 아빠가 해야 하고, 회사에 아쉬운 소리를 하며 "이래서 여자들은 책임감이 없어" 라는 말을 듣는 건 대부분 엄마다. 잘못한 사람은 없고 다들 최선을 다하고 있더라도 어쩐지 모두 힘들어진다. - P199

남편이 "애 보러 가야 해서 회식은 빠지겠다"고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그가 회사에서 제 업무를 해내는 것처럼 가정에서의 당연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겨줄까? 아내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래서 유부남은 힘들다고 머쓱하게 변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는 않을까? - P200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 돈을 벌고 있는 남성은 일을 그만두기 어렵다. 보다 강도 높은 노동과 야근을 강요받고, 혹시나 육아휴직을 쓰려고 해도 여성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에서 남성은 경제적으로 가정을 책임지는 역할이며, 가사 노동을 분담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로 본다. 어찌 보면 남성 역시 아기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함께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 P207

그런데 문제는 역할이 바뀌어 여성이 경제력을 책임진다한들 그에 따라오는 가부장제의 혜택까지 누리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여전히 여성은 양가 부모님의 집안 행사를 챙기거나 아이가 아플 때 달려가는 일을 의무의 바깥으로 밀어내기 어렵다. 심지어 마음으로는 남편과 같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도 몸은 먼저 움직인다. 남들이 강요하지 않아도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엄마로서의 의무를 스스로도 떨쳐 내기 어렵다. 맞벌이 가구의 남성 가사 노동 시간이 이전에 비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에게 4배 가량 치우처져 있다고 한다. 세상은 똑같이 일을 해도 여자는 집안일을 더 해야 하고, 며느리 노릇을 해야 하고, 주 양육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 P2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 - 명확히 설명 안 되는 불편함에 대하여
박은지 지음 / 생각정거장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자 입장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하는 책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