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대 여성과 남성 800여 명에게 성평등 연애 규범에 관해 설문한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의 75%가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하지않는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스킨십이나 섹스를하는 중에 언제든 파트너의 의사에 따라행위를 중단하는 게 당연하다‘ 항목에는20대 남성의 85.4%가 동의(매우 그렇다, 그렇다)했다. ‘섹스보다 피임이 더 중요하다‘‘ 성적 대상화나 여성혐오적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 ‘맨스플레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항목에도 70% 이상의 남성이 동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페미니즘이 싫다고 말하지만, 정작 페미니즘적 가치를 수용하는 게 현재의 20대 남성인 것이다.

19~60세 남성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만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성매매 경험 비율은 6.9%에 불과했다. 반면 30대는 23.7%, 40대는 41.7%, 50대는 44.4%로 드러났다. 다른 세대와 비교했을 때 20대가 압도적으로 성구매 문화에 동조하지 않는 경향이 드러난 것은 긍정적이다. 또한 여성가족부의 2016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성매매를 한 남성 중 20~24세에 첫 성매매를 하는 비율이 53.8%로 나타난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고무적이다.

앞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자료를 다시인용하면, ‘성매매 반대 캠페인‘에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긍정 답변 비율 역시 다른 세대와 비교해 20대가 가장 높았다(36.9%). 흔히 ‘반페미니즘‘ 정서가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20대 남성이지만, 동시에 과거의 남성 중심적 문화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느끼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더불어 성매매의 온상이었던 직장 내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시대가 변했고 김영란법 이후로 접대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진 탓이 크다. 회사에서 끼리끼리 성매매를 하는 집단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주류적인 문화는 아니라는 게 내 또래 30대 남성 직장인들의 중론이었다. 윗세대에는 여전히 성매매를 하거나 ‘여성을 끼고‘ 술을 먹는 문화가 있으나, 자신의 세대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물며 20대는 더더욱 성매매 문화에서 자유로울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성매매와 거리가 가장 먼 20대가 디지털 성착취 문화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으며, 동시에 인터넷상에서 가장 강력한 안티페미니스트집단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온라인에서 새로운 형태의 성착취 구조가 유지된다면 ‘성구매자 감소‘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기 때문에 성매매를 안 하는 ‘건전한‘ 남성성 모델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페미니즘을 수용하고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남성성 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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