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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반양장) ㅣ 창비청소년문학 95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어떻게 이 시대에 살았던 것 처럼 글을 썼을까?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간 걸까?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일본의 지배가 싫어서, 가난과 여자에게 주어진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서, 여자도 공부할 수 있어서" 포와(하와이)로 떠난 사진 신부들이었던 버들, 홍주 그리고 송화의 이야기이다. 물론, 그들의 현실은 그들이 꿈 꾸었던 포와와 달랐지만 말이다.
지금 이렇게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만에 닿을 거리에, 그리고 보고싶으면 영상 통화를 하면 되는 모든게 쉬운 이 시대에도 타향 살이를 한다는 것은 외로운 법인데, 그들은 언제 다시 볼 지 모르는 가족들을 떠나 그 시대에 그 머나먼 하와이로 떠났다. 사진으로만 본 남성들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우며 살림을 하고, 농장 일 같은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당당히 열정을 보탰으며'(p.389, 작가의말), 오늘날 하와이 이민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내가 그들이었으면 그렇게 떠날 수 있었을까? 그 시절 용감했던, 무엇보다 더 나은 삶은 갈망하며 배에 올랐던 그녀들이 너무나도 존경스럽다. 그리고 그 타지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조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돈을 벌어도 자신보다 조국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독립운동 단체에 후원하는 등 조국을 위해 썼던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내가 한 없이 부끄러워졌다.
이 책은 그 당시 포와의 생활을 너무나도 실감나게 잘 묘사해서 읽는 동안 동시대에 하와이에 산 것 같은 착각을 읽는내내 들게 했다.
마지막에 펄이라는 인물의 (펄에 대해는 스포하지 않겠다.) 독백처럼 끝나는데, 그 문장의 여운이 참 강렬하다.
🔖”해안에 부딪힌 파도는 사정없이 부서졌다. 파도는 그럴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살 것이다. 파도처럼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갈 것이다." (p.386).
그 당시 파도처럼 온갖 고난과 역경을 부딫히며 살아왔던 우리 선조들께 감사하며, 그리고 또 우리 선조들이 저 멀리 하와이에서 그랬던 것 처럼, 우리 나라에서 버들, 송화, 홍주처럼 살아가는 결혼 이주민 여성들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고 공감하며 생각하게 되는 그런 하와이의 석양처럼 아름다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