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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의 맛 ㅣ 문학동네 청소년 48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제 고 1로 올라가는 해인, 소란, 은지, 다윤의 이야기는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 그 때 함께했던 친구들이 생각나게 하는 우리의 이야기다. 중3이 되는 겨울, 제주 여행에서 아이들은 넷이서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을 걸고 약속한다. 고등학교를 함께 가기로.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은 아주 작은 의심까지는 털어 내지는 못했다. 의심은 타인을 향한 것이기도 했고,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P.18). 크고 작은 균열이 생기고 메워지기도 하고, 평온하기도 하고, 백조처럼 평온해보이지만 두 발은 아둥바둥 거리기도 하는 같이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난 반전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읽는 내내 '가장 말이 없고, 중간 키에 개성 없는 얼굴에 아무런 사연도 특징도 없어서 아무도 눈여겨 보이지 않는 애' (P.45)인 소란이의 치기어린 질투라고 생각했는데, '귤의 맛'에도 나름 반전이 있다.
제목이 왜 귤의 맛일까 생각해보면서 읽었다. 아이들이 제주도 가서 귤을 따는 부분에 이런 구절이 있다. "초록색일 때 수확해서 혼자 익은 귤, 그리고 나무와 햇볕에서 끝까지 영양분을 받은 귤, 이미 가지를 잘린 후 제한된 양분만 가지고 덩치를 키우고 맛을 채우며 자라는 열매들이 있다. 나는, 그리고 너희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P.161).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으니 완벽히 이해가 된다."채 익기전 초록의 시간"(P. 206)을 보내는 우리, 그리고 초록의 시간 후 영글어져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조금은 다른 맛을 내는 사는 우리들의 성장 모습을 그린 것이다.
오늘은 초록의 시절을 함께 보내고 사회에 나와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나의 중고등학교 절친들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
오늘은 초록의 시절을 함께 보내고 사회에 나와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나의 중고등학교 절친들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