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첫째 아이가 "영어 선생님이 영어 이름을 지어오래요. 어떻게 할까요?"라고 내게 물었다.
나이에 비해 구식(!) 사고 방식을 가진 나는 5초도 안 걸려, "네 이름 그대로 하겠다고 해."라고 대답을 해버렸다.

의아해하는 아이에게 붙여준 부연 설명 ... 
"영어를 배운다고 영어식 이름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네 이름에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건데 말이야. 영어를 쓰는 사람 중에서도 이름이 어려운 사람들도 있지만 그대로 부르거나 줄여서 부르지 새로 이름을 만들지는 안잖아.", "거기다 네 이름은 영어로도 부르기 쉬운데, 뭐하러 굳이 영어 이름을 만들어? 안 그래?"

그러면서 아이와 내가 내린 결론은 ...

첫째 아이 이름의 뒷 글자만 따서 (내가 평상시에 부르는 대로) 'Yong'으로 하는 것.  

그리고, 영어 선생님께서 왜 영어 이름을 다르게 만들지 않았느냐고 하시면,
"You can pronounce my name easily, can't you?"라고 대답을 하기로 했다.

사실, 'Yong'은 이전에도 영어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를 부를 때 사용했던 호칭이라,
"You can pronounce~"를 할 일은 없었던 모양이다. ^^

그나저나, 내가 너무 구식인걸까?

이 문제는 <<난 내 이름이 참 좋아>>와 <<내 이름이 담긴 병>>을 읽으며 아이와 얘기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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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25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어 이름 지으라는 거 맘에 안 들어요.
홈스테이할 때 복지관에 잠간 영어회화 배우러 다녔는데 첫날, 영어이름 지어오라더군요.
나도 내 이름 그대로 하겠다고 했더니 기어이 자기가 '줄리'라고 지어주는거에요. 나 원~~ 아니 왜 영어 배운다고 줄리니 세라니 하면서 영어이름으로 부르게 하는지 정말 용납이 안되는 나도 너무 보수적인가?

bookJourney 2008-09-26 03:38   좋아요 0 | URL
그 사람들이 부르기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인 것 같은데 저도 좀 ... ^^;
일본에서 만났던 인도 교수님은 영국에서 공부를 하신 분인데, 이름이 조금 길고 어려운 편이었어요. 그랬더니, 그 자리에 모인 다른 분들이 명함을 주고 받으면서 "어떻게 발음하느냐?"고 묻고, 그 교수님은 편안하게 발음과 의미를 설명해 주고, 다른 사람들은 따라서 발음해보고~. '여러 문화의 사람들이 만난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자연스러운 풍경이었지요.

조선인 2008-09-26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외국사람들을 위해 영어이름을 짓는 게 아니라요, 서양 이름은 어떤 게 있는지 배우는 기회라고 선생님이 설득해오는데 넘어갔어요. 그래서 Rilla라는 영어이름을 지어주긴 했지만, 선생님도 결국 마이 마로, 헬로 마로, 말장난하는데 재미들려서 계속 마로라고 부르시더라구요. -.-;;

bookJourney 2008-09-27 00:11   좋아요 0 | URL
선생님 따라서 영어 이름을 짓는 이유가 다른가봐요. 오래전에 제가 다녔던 학원 선생님은 "발음하고 기억하기 어렵다"고 영어 이름을 지으라고 했거든요. 지나치게 솔직했지요. --;
Anne의 아이 Rilla는 별명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원래 이름 마로가 훨씬 더 멋지고요~. (마로가 무슨 뜻인지 궁금~ ^^) '마로'는 한국의 뭔가와 관련 있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오면서 부르기도 쉬워서 참 좋을 것 같아요. 혹시 진정한 세계화에 대비하셨던 것이 아닌지 ... ^^

조선인 2008-09-28 17:58   좋아요 0 | URL
마로는 고어로 산마루와 어원이 같고,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사람, 그중에서도 책임자를 의미했대요. 마로+칸이 되면 최고책임자를 의미하고, 그걸 이두문자로 쓴 게 마립간, 신라의 임금 호칭이었죠.
세계화 대비와는 거리가 멀지만, 시댁이나 애아빠는 마로라고 이름짓는 걸 조금 반대했지만, 친정오빠는 영어이름으로도 쓰일 수 있다고 적극 찬성해주긴 했어요. ^^;;

bookJourney 2008-09-28 22:24   좋아요 0 | URL
아하, 마로라는 이름에 그런 뜻이 있는거군요. 막연하게 마립간이나 다른 지도자와 어떤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요. ^^*
너무 멋져요~~~.

2008-09-27 0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27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8-09-26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리 딸이영어 이름 이야기를 하길래
선우의 선자를 따서 sunny라고 지었는데
선우가 더 나았겠다 싶어요.

bookJourney 2008-09-27 00:32   좋아요 0 | URL
선우의 Sunny는 애칭으로 삼아도 되겠는걸요~. ^^
이름 부를 때 꼭 뒷글자만 따라는 법은 없잖아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도 이메일 주소를 자신의 이름 앞글자를 따서 선 --> Sunny 와 같은 식으로 만든 사람이 있답니다. ^^*

세실 2008-09-28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은 다행히 성당 세례명으로 지어서 좋았답니다. 레오, 로사 거든요~~~세례명 자주 불러주면 좋다고 해서 일석이조~~

2008-09-30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