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시작할 때쯤, 아이의 방학생활을 살펴보다가 문득 우리 엄마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가 내게 해주셨던 것들 ...

방학이면 견문을 넓히라고 서울 외삼촌네 보내서 한 달씩 돌아다니게 해주셨고, 없는 살림에도 짬을 내어 온가족이 들로, 산으로, 바다로 알뜰살뜰 구경을 다닐 수 있게 해주셨다. (그 때는 체험학습이라는 말도 없었고, 교육이나 육아 책이 흔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우리 엄마는 이런 것을 몸으로 깨닫고 해주셨다.)

초등학교 5학년때 정도까지는 내가 하는 질문에 '학교에서 하는 방식대로' 답을 알려주려고, 엄마가 밤에 나 몰래 교과서랑 전과를 보고 공부를 하셨다고도 했다.

방학생활(탐구생활^^)이나 방학숙제(우리 때는 숙제도 많았다)는 꼭 해가야 하는 것으로 알게 하고 숙제를 하면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주셔서, 개학날이 되면 학교에서 내준 공식적인 숙제에 방학생활에 나온 걸 만든 것까지, 숙제 보따리를 산처럼 쌓아서 들고 가곤 했다. 물론, 내가 어려워하는 숙제는 옆에서 방법을 찾기 위해 같이 노력도 해주셨고 ...

그 때 만든 대나무 펌프, 반찬통 고무줄배~ 이런 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마당에 빨래를 널 때 쓸 수 있는 긴 대나무를 사서 중간 토막을 자르고, 그걸로 만든 대나무 펌프는 실제로 펌프질을 해 물을 끌어올릴 수도 있었다. ^^

나이가 들면서 생각을 해보니, 그런 기억들, 그 때의 느낌들이 내가 힘들 때 나를 곧추세우는 힘이 되는 것 같다.

크게 성공하거나 유명한(?) 딸은 못되었지만 ...

원칙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조금 느려도 하던 일은 끝내려고 노력하고, 새로운 것들에 두려워하지 않고, 호기심을 가지고 해보려고 하는 자세 ... 이런 것은 우리 엄마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08-08-3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언니가 36개월까지는 엄마가 '모신'이라고, 아이에게는 전지전능한 절대 존재란 말을 했었는데, 그 이후의 나이에도 엄마가 미치는 영향은 참 지대한 것 같아요. 용이랑슬이랑님 어머니가 주신 유산을 지금 제대로 쓰시는 것 같아요!

bookJourney 2008-09-01 08: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나이가 들수록 엄마에게 받은 영향들이 하나둘 나타나는 것 같아요. 가끔은 우리 엄마를 닮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닮기는 하지만요 ... ^^
그런 생각하면 엄마한테 잘해드려야 하는데 ... 저는 아직도 철없는 딸 짓을 많이 해요. --;

세실 2008-08-3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현명하시고 멋진 엄마시네요.
그래서 그렇게 님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시는군요.
저도 요즘 미래에 아이들에게 기억될 좋은 이미지를 위해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ㅎㅎ

bookJourney 2008-09-01 08:46   좋아요 0 | URL
윽, 찔려요~ 사실 저는 저희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하도 잔소리에 악을 써서 좋은 이미지를 주지도 못하고 있고요~ 저도 이제는 좀더 노력해 보아야겠어요. ^^

hnine 2008-08-31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해주시는 모습이 남다르시다 했습니다.
역시 훌륭한 어머니께서 뒤에 계셨군요 ^^

bookJourney 2008-09-01 08:48   좋아요 0 | URL
저희 엄마가 해주신 것에 비하면, 저는 반의반도 못 따라갈거에요. ^^
님께서 하시는 것처럼 다정한 엄마도 못되고요 ... ^^;
여러분들께 매일매일 배우고 있답니다.

순오기 2008-09-0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전여전~~~~ 우리 모두들, 부모님이 하셨던 대로 따라 하는 걸 발견하곤 하지요.^^
멋진 엄마셨네요. 님도 지금 그런 엄마로 사시는 거고요~~ 이땅의 어머니에게 존경을!

bookJourney 2008-09-01 20:02   좋아요 0 | URL
사실은, 살짝 멋지게 보일 수 있는 부분만 서재에 올리는거에요. *^^*
저도, 이땅의 모든 어머니에게 존경을!

소나무집 2008-09-0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엄마 맞네요.
님도 잘하고 계신 게 다 엄마 피를 물려받은 덕인가 봐요.

bookJourney 2008-09-02 21:48   좋아요 0 | URL
저희 엄만 정말 멋지지요~.
저는 전혀 잘하고 있지 못해요. 좀 부드러워지고 어른스러워져야 할텐데 잘 안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