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시작할 때쯤, 아이의 방학생활을 살펴보다가 문득 우리 엄마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가 내게 해주셨던 것들 ...
방학이면 견문을 넓히라고 서울 외삼촌네 보내서 한 달씩 돌아다니게 해주셨고, 없는 살림에도 짬을 내어 온가족이 들로, 산으로, 바다로 알뜰살뜰 구경을 다닐 수 있게 해주셨다. (그 때는 체험학습이라는 말도 없었고, 교육이나 육아 책이 흔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우리 엄마는 이런 것을 몸으로 깨닫고 해주셨다.)
초등학교 5학년때 정도까지는 내가 하는 질문에 '학교에서 하는 방식대로' 답을 알려주려고, 엄마가 밤에 나 몰래 교과서랑 전과를 보고 공부를 하셨다고도 했다.
방학생활(탐구생활^^)이나 방학숙제(우리 때는 숙제도 많았다)는 꼭 해가야 하는 것으로 알게 하고 숙제를 하면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주셔서, 개학날이 되면 학교에서 내준 공식적인 숙제에 방학생활에 나온 걸 만든 것까지, 숙제 보따리를 산처럼 쌓아서 들고 가곤 했다. 물론, 내가 어려워하는 숙제는 옆에서 방법을 찾기 위해 같이 노력도 해주셨고 ...
그 때 만든 대나무 펌프, 반찬통 고무줄배~ 이런 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마당에 빨래를 널 때 쓸 수 있는 긴 대나무를 사서 중간 토막을 자르고, 그걸로 만든 대나무 펌프는 실제로 펌프질을 해 물을 끌어올릴 수도 있었다. ^^
나이가 들면서 생각을 해보니, 그런 기억들, 그 때의 느낌들이 내가 힘들 때 나를 곧추세우는 힘이 되는 것 같다.
크게 성공하거나 유명한(?) 딸은 못되었지만 ...
원칙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조금 느려도 하던 일은 끝내려고 노력하고, 새로운 것들에 두려워하지 않고, 호기심을 가지고 해보려고 하는 자세 ... 이런 것은 우리 엄마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