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생긴 일 #1

둘째 아이를 카트에 태우고 장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하는 말 ... 
 "엄마, 콩나물 대출 처리해야지요?" (응? 뭔 대출? 내가 제대로 알아들은건가?)

잠시 후에 다시, "바나나도 대출 처리해야지요?"
" ... 으응 ..." (내가 '대출 처리'라고 말한 것이 맞는지 이미 여러 번 물었기 때문에 그냥 대답을 해주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라고 생각을 하면서 ...)

그런데, 계산대에 서면서 그 의미를 이해했다.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고, 그 물건을 돌려받는 것을 '대출 처리'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름대로(!) 비슷하기는 하다. 책 대신 물건, 대출증 대신 카드 ... ^^;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대출한다고 하는 거야. 이건 물건을 사는 거고." 라고 다시 설명을 해주었다. '<도서관이 키운 아이>를 읽어주어야겠군, 이해하려나?', '좀 더 자라면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

마트에서 생긴 일 #0

사실 마트와 도서관을 혼동하는 건 둘째 아이가 처음은 아니다.
첫째 아이는 여섯 살인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부터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 때는 이미 엄마의 직장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는 때였다.

어느 날, 마트에서 계산을 하고 있는데, 아이가 심각하게 묻는 말 ...
"엄마, 엄마도 도서관에서 저런 일 해요? 도서관에서 돈 받고 책 빌려주는 거요?"

아이의 눈에는 도서관 대출대와 마트의 계산대가 비슷해보였고,
아이가 도서관에서 만난 사서는 대출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사서만 보았으니 그런 질문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싶었다.

"아니 ... 엄마는 정보 찾는 것을 도와주는 일을 해."
"도서관을 편리하게 이용하거나 원하는 자료를 잘 찾을 수 있게 미리 가르쳐주기도 하고, 누군가 와서 '이러저러한 게 궁금한데, 어떻게 찾아야할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면 책이나 컴퓨터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일 같은 거 말이야." 라고 답을 했었던 것 같다.

꼬리)) <도서관이 키운 아이>라는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첫째 아이의 질문이 생각 나서 얼른 구입했었건 것인데 ...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별 반응이 없다.
책을 읽고 엄마의 직업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 답해주려고, 나름대로 예상질문과 답도 뽑았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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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3-24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제법 그럴듯한데요.^^
아, 지금도 그런 일을 하시나요? 궁금해서리...

bookJourney 2008-03-25 06:08   좋아요 0 | URL
어린 아이의 눈에는 두 가지가 서로 비슷해 보이기도 하는 모양이에요. 사서와의 지적인 상호작용이 빠지면 말이지요. ^^;;
예, 지금도 하고 있어요. *^^*

순오기 2008-03-25 09:49   좋아요 0 | URL
오호~~ 좋겠당.
세실님에 이어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분은 다 부러워요!^^

bookJourney 2008-03-25 22:38   좋아요 0 | URL
저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오기님이 부러워요~ ^^

미설 2008-03-25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넘 재밌네요. 슬이가 이제 다섯 살이군요. 전 사진에 큰 아드님이 있어 좀 더 큰 아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나저나 대출처리한 콩나물이랑 바나나 잘 드셨어요?ㅋㅋ^^

bookJourney 2008-03-25 22:40   좋아요 0 | URL
터울이 지는 편이지요. ^^;
대출처리한 콩나물은 북어국으로, 바나나는 간식으로 잘 먹었답니다. ^^

세실 2008-05-06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어머 님도 사서시군요. 이런....
워낙 아이들과 실험 및 독서활동을 열심히 하셔서 책에 관심많은 분이라는 생각만 했었는데.....님 더욱 반갑습니다. 헤헤~~
그나저나 어느 도서관에 근무하실까요? ㅎㅎ 제 주소는 아셨공.

2008-05-06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Journey 2008-05-06 23:48   좋아요 0 | URL
적어도 서재에서는 ... 사서가 아니라, '어린이 책에 관심 많은, 두 아이의 엄마'가 맞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