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리 정돈 비룡소의 그림동화 330
타나카 타츠야 지음, 고향옥 옮김 / 비룡소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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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감이 어지럽게 흩어진 방, 먹다 남은 음식이 흩어진 식탁은 평범한 시선으로 보면 '정리되지 않은 풍경'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놀이공원이 되고 목장이 됩니다. 바로 타나카 타츠야의 책 <알쏭달쏭 정리 정돈> 속에서요. 


    타나카 타츠야는 SNS에서 일상 속 소품을 재치있게 활용한 미니어처 사진들로 유명합니다. 저도 종종 인터넷에서 타나카 타츠야의 작품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하며 놀라고는 했는데, 그림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벼르고 벼르다가 구입해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정리 정돈'을 다루고 있지만, 그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조금씩만 재배치해 완전히 새로운 풍경으로 바꾸는 마법 같은 작업이 이어지죠. 예를 들어 바닥을 굴러다니는 농구공은 열기구의 풍선이, 병뚜껑은 열기구의 바구니가 되고, 식탁 위 흩어진 팝콘들은 목장에서 뛰노는 양떼가 됩니다. 화장실 벽에 걸린 두루마리 휴지는 길게 늘어져 스키장의 슬로프가 되어요.


    사진 한 장 한 장은 아주 섬세하고 정교하게 촬영되어, 한 번 보면 오랫동안 눈을 떼기 힘듭니다. 미니어처 인형들이 생생하게 움직일 것 같고, 평범한 물건들이 있는 내 방이 특별한 공간처럼 느껴지지요.


    <알쏭달쏭 정리 정돈>은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의 씨앗을, 어른들에게는 일상 속 유쾌한 전환을 선물해 줍니다. '정리 정돈'이라는 낱말이 꼭 '치우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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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늑대가 사냥하는 방법
밤코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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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픈 늑대가 사냥하는 방법>은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등골이 서늘해지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은 귀엽고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숨어 있는 날카로운 풍자와 오싹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책은 '늑대TV' 채널의 라이브 방송이라는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진행자 늑대는 이 라이브 방송을 시청 중인 거대 늑대들을 위해 인간들을 사냥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옛날 늑대들은 인간을 사냥하려면 인간으로 분장하는 등 갖은 고생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요. 다음과 같이 하기만 하면 인간들이 알아서 입안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①죽은 생쥐 10마리를 내고 인간 유인기, 즉 와이파이 수신기를 산다.


    ②인간 유인기를 입안에 설치한다.


    ③길거리에서 입을 벌리고 기다린다.


    참 간단하죠?


    그림책의 각 페이지 오른쪽 위에는 스마트폰 화면처럼 배터리, 수신 신호, 와이파이 아이콘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를 통해 현실감을 더하고,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림이 그다지 무섭지 않은데도 이토록 오싹해지는 이유는,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즉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걷는 사람들이 결코 그림 속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길거리로 나가 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나도 저렇게 스마트폰만 보면서 걷고 있었던 건 아닐까? 우리는 이미 늑대의 먹잇감이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됩니다.


    그림 속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빨간 모자와 할머니, 드라큘라 등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일거수일투족을 SNS에 업로드하는 아이, 사랑한다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서로의 얼굴을 잊은 연인들도 등장해요. 그림 속에서 이들의 행방을 쫓으며 그림 속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본다면 관찰력도 기를 수 있고, 책을 읽은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배고픈 늑대가 사냥하는 방법>은 귀여운 듯 무서운 그림, 현실을 콕 찌르는 구성, 한 번쯤 멈춰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강한 메시지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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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회장 난 책읽기가 좋아
강인송 지음, 윤태규 그림 / 비룡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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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가 큰 사람만 회장이 될 수 있을까요?


    <소곤소곤 회장>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 따뜻한 동화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조영이는 말수가 적고 목소리도 작습니다. 하지만 다친 아기 참새를 돌보고 이름까지 지어 줄 만큼 속은 누구보다 따뜻한 아이에요. 조영이의 아버지는 반대로 목소리가 아주 큰데, 이 두 사람의 목소리를 글자 크기로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소리 내어 읽을 때 이 차이를 살려보면 책을 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1학기 학급회장 선거 날, 조영이는 실수로 회장 후보로 출마합니다. 선생님께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려다, 손을 든 것을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오해받은 것이죠. 친구들의 "그럴 줄 알았어"라는 시선에 저도 모르게 오기가 생긴 조영이는 오해라고 밝히지 않고 그대로 출마를 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회장이 되겠다"라는 공약으로 당선됩니다.


    회장이 된 후에도 친구들은 조영이의 작은 목소리를 잘 듣지 못하고, 조영이도 친구들이 자신의 말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속상해합니다. 그러던 중 교실 창문에 부딪힌 다친 새를 함께 돌보는 일을 계기로 친구들과 조영이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렇게 <소곤소곤 회장>은 단순히 '목소리가 작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넘어서, 누구의 목소리든 그 자체로 소중하고 모두가 자기다운 방식으로 반짝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면지의 칠판 일러스트도 귀엽고, 투표 장면은 교실 풍경을 떠올리게 하며 현실감을 더해줍니다.


    목소리는 작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다정한 주인공 조영이가 전하는 작지만 큰 울림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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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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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는 고양이가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얼마나 든든할까요? <고양이 해결사 깜냥>은 이름부터 매력적인, 믿음직한 고양이 한 마리의 이야기입니다. '깜냥'이라는 이름은 까만 고양이를 뜻하는 동시에, 순우리말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어요. 귀엽고 부르기 쉬우면서도 의미까지 좋은 이름이에요.


    2025년 7월 현재 8권까지 출간된 이 시리즈는 학년에 관계없이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기본 구조는 매 권 동일합니다. 깜냥이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고 그곳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깜냥이 특유의 재치와 따뜻함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모두가 행복한 결마을 맞이하는 식이에요.


    이처럼 익숙한 구조는 어린 독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새로운 내용을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새 책을 펼치지만 '이번 이야기도 깜냥이 문제를 잘 해결해 주겠지'하는 기대와 신뢰가 쌓이게 되는 구조에요. 시리즈물의 장점을 잘 활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김재희 작가의 귀여운 삽화도 이 책의 매력을 한층 더하는 요소입니다. 표정과 동작이 풍부한 깜냥의 그림은 표지에서부터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말하는 고양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 줍니다.


    이처럼 <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는 고양이-문제 해결-따뜻한 결말. 이 세 가지 요소를 안정적으로 반복하면서도, 각 권마다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해 신선함을 주기도 합니다. 혼자 읽기 시작한 초등 저학년 학생들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좋아하는 모든 독자에게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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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편식할 거야 사계절 웃는 코끼리 10
유은실 지음, 설은영 그림 / 사계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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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실 작가의 작품이라면 대개 고학년을 위한, 깊이 있는 이야기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나도 편식할 거야>는 그런 예상을 깹니다. 이 책은 유은실 작가가 일고여덟 살 아이들을 위해 쓴 따뜻하고 유쾌한 동화입니다. 


    이 책은 '정이 이야기'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에요. 주인공 정이는 아무거나 잘 먹고, 단순하고, 밝은 여덟 살 여자아이입니다. 시리즈는 정이의 소소한 일상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정이 주변의 귀엽고 다양한 사건들을 묘사합니다.


    글씨가 크고 문장이 간단해요. 또 이야기 한 편의 분량이 짧아서 문장 읽기를 막 익힌 7~8세 어린이들이 혼자 읽기에 딱 알맞습니다. 실제로 출판사에서도 그 정도 나이대를 권장 연령으로 제시하고 있고요. 초등학교 저학년의 독립 읽기를 응원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책으로 권하고 싶습니다.


    또 저는 이 책을 5학년 국어 수업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공부할 때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구조 속에 확실한 기승전결이 담겨 있어 이야기의 구성 요소를 익히는 데에 적절했습니다. 고학년 학생들도 이 이야기를 읽으며 저학년 시절의 급식 시간이나 형제에 대해 느끼는 미묘한 질투 등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도 있었습니다.


    <나도 편식할 거야>는 유쾌한 말투로 감정을 건드리고, 단순한 이야기로 복잡한 마음속을 들여다보게 해 주는 책입니다. 글 읽기를 막 시작한 아이도, 이미 독서가 익숙한 아이도 모두 즐거운 독서 경험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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