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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늑대가 사냥하는 방법
밤코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22년 11월
평점 :
<배고픈 늑대가 사냥하는 방법>은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등골이 서늘해지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은 귀엽고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숨어 있는 날카로운 풍자와 오싹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책은 '늑대TV' 채널의 라이브 방송이라는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진행자 늑대는 이 라이브 방송을 시청 중인 거대 늑대들을 위해 인간들을 사냥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옛날 늑대들은 인간을 사냥하려면 인간으로 분장하는 등 갖은 고생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요. 다음과 같이 하기만 하면 인간들이 알아서 입안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①죽은 생쥐 10마리를 내고 인간 유인기, 즉 와이파이 수신기를 산다.
②인간 유인기를 입안에 설치한다.
③길거리에서 입을 벌리고 기다린다.
참 간단하죠?
그림책의 각 페이지 오른쪽 위에는 스마트폰 화면처럼 배터리, 수신 신호, 와이파이 아이콘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를 통해 현실감을 더하고,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림이 그다지 무섭지 않은데도 이토록 오싹해지는 이유는,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즉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걷는 사람들이 결코 그림 속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길거리로 나가 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나도 저렇게 스마트폰만 보면서 걷고 있었던 건 아닐까? 우리는 이미 늑대의 먹잇감이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됩니다.
그림 속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빨간 모자와 할머니, 드라큘라 등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일거수일투족을 SNS에 업로드하는 아이, 사랑한다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서로의 얼굴을 잊은 연인들도 등장해요. 그림 속에서 이들의 행방을 쫓으며 그림 속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본다면 관찰력도 기를 수 있고, 책을 읽은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배고픈 늑대가 사냥하는 방법>은 귀여운 듯 무서운 그림, 현실을 콕 찌르는 구성, 한 번쯤 멈춰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강한 메시지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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