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검사 ㅣ 파란 이야기 27
허교범 지음, 현단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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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검사>는 전작 <어린 변호사>의 배경이 된 3반의 옆 반, 즉 2반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주도하는 재판에 뚜렷한 계획과 확신을 가지고 조력했던 3반 담임 선생님과 달리 2반 담임 선생님은 '옆 반에서 일이 잘 해결되었다니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식에 가깝습니다. 대조적인 교사의 태도만큼이나 2반의 재판 준비나 진행 과정은 3반처럼 매끄럽지 않으며 결말 또한 다르게 흘러갑니다. 덕분에 <어린 변호사>를 재미있게 읽은 학생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전작을 접하지 않은 학생들도 부담 없이 몰입할 수 있는 독립적인 재미를 갖추었습니다.


    '스무 고개 탐정' 시리즈에서도 느꼈지만, 허교범 작가의 책 속에서 묘사되는 학급의 생태계를 보고 있으면 교실 속 인간관계를 놀라울 정도로 잘 꿰뚫고 있다는 감탄이 나옵니다. '현직 교사도 아니고, 교사 출신도 아닌데 정말 잘 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사회'라는 별칭에 걸맞게 교실 속 초등학생들은 마냥 무결하게 착하거나 순수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악의로 가득 차 있지도 않고요. 작가는 그 애매한 회색 지대의 모습을 탁월하게 포착해 냅니다. 다만 현실의 초등학교 교사들은 일과 시간 내내 교실에 있는데, 책 속 교사들이 자주 자리를 비우는 설정은 이야기 전개를 위한 극적 허용으로 이해해야 할 듯합니다.


    <어린 변호사>와 <어린 검사>의 문체는 성인 문학을 닮아 독특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등장인물을 주어로 삼을 때 '선형이는', '선형이가' 대신 '선형은', '선형이'와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하고, 서술자가 인물들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객관적이고 단호한 어조로 관찰하듯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때문입니다. 같은 3인칭 서술이라도 인물에게 바짝 밀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다른 아동문학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모든 독자의 대중적인 취향을 맞추지는 못하더라도, 한번 매료된 독자들은 아주 열성적인 팬이 되곤 합니다. 실제로 저희 반에서도 허교범 작가의 작품들은 몇몇 학생들이 마니아가 되어 꾸준히 찾아 읽는 편이에요. <어린 검사>도 그런 사랑을 받는 책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책의 말미에는 세 번째 책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 넌지시 소개됩니다. 앞선 두 권의 책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을 훌륭하게 이끌어간 인물들이 다음 무대에서는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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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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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찬란한 멸종 1 - 여섯 번째 대멸종과 사라진 털보관장 ㅣ 어린이를 위한 찬란한 멸종 1
우렁각시탈 지음, 신재미 스튜디오 그림, 이정모 감수, 『찬란한 멸종』 원작 / 다산어린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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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를 위한 찬란한 멸종 1>은 다소 무겁고 방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인 '멸종'을 만화라는 친숙한 형식을 빌려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입니다. 원작인 <찬란한 멸종>의 이정모 작가는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분으로, <어린이를 위한 찬란한 멸종 1>도 그 노력의 일환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인류는 이미 멸종했다'라는 과감한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어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주인공인 '자연'이의 미스터리한 서사가 이 이야기에 더해지면서,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한 편의 흥미로운 모험 이야기를 읽는 듯합니다.


    어린 독자를 위한 세심한 구성도 눈에 띕니다. 책의 초반부에 지질연대표를 제시해 준 덕분에 지구의 역사나 연대 순서를 잘 모르는 어린이들도 전체적인 흐름을 먼저 머릿속에 그리며 차근차근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미 여러 학습만화를 출간한 신재미 스튜디오의 생생하고 사실적인 그림체는 과거 지구상에 살았던 고생물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묘사해 내어 시각적인 만족도를 한층 높여줍니다.


    지구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지키는 일과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평소 고생물이나 지구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단숨에 읽어낼 만큼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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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잇소 잡화점 - 마음을 이어 주는 ㅣ 이야기친구
박현숙 지음, 박혜림 그림 / 창비교육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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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인 박현숙 작가는 무려 200여 권의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출간할 만큼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입니다. 저희 반 교실도서관만 살펴보아도 <오해의 달인>이나 <완벽한 탐정의 조건> 등 박현숙 작가의 여러 작품이 눈에 띕니다. 박현숙 작가의 책들은 모두 이야기가 명쾌하게 흘러가면서 그 안에 아이들을 향한 따뜻하고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 누구에게나 권하기 좋은 책들이에요. 이번에 읽은 <다잇소 잡화점> 역시 작가 특유의 장점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절친 소영이로부터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담이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쌀쌀맞아진 담이에게 서운한 소영이, 그리고 자신은 '정의'의 편이니 담이를 돕겠다고 나서는 예원이까지. 얽히고설킨 세 명의 어린이가 우연히 다잇소 잡화점을 방문해 각자에게 필요한 물건을 얻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여기서 '다잇소'는 모든 물건이 다 있다는 뜻이 아니라 '모든 마음을 이어 준다'는 따뜻한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이름이 암시하듯 아이들은 잡화점에서 얻은 특별한 물건을 계기로 오해를 풀고 숨겨져 있던 서로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묘사되는 아이들의 심리와 대화가 재미있었습니다. 교실에서 듣던 아이들의 대화가 그대로 떠오를 만큼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친구의 말 한마디, 동작 하나에 상처받고 오해가 생기는 과정을 기가 막히게 포착해 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잇소 잡화점에서 아이들이 얻은 물건들은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마법 물건이 아니라 잠시 멈추고 친구의 입장을 바라볼 용기를 주는 작은 매개체 같은 것들입니다. 그래서 단순하고 허황된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고, 친구에 대한 고민을 가진 어린 독자들에게 슬쩍 건네주고 싶은 책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 고민을 한 번쯤 느껴보았다면 <다잇소 잡화점>을 꼭 읽고, 상대의 마음도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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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벌써 번아웃이라고? - 청소년을 위한 회복 가이드 ㅣ 발견의 첫걸음 15
나오미 피셔 지음, 일라이자 프리커 그림, 이민희 옮김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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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첫인상은 '가볍다'였습니다. 비슷한 크기와 두께의 다른 책들에 비해 손에 들었을 때 유독 가볍게 느껴졌는데, 어쩌면 그 무게조차 의도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번아웃이 오면 세상 모든 것이 무겁게 느껴질 테니까요. 번아웃이 온 청소년이 책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도록 이렇게 만들었나 하고, 많이 앞서나간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습니다.


    책의 초반부는 '번아웃'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데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합니다. 덕분에 저도 번아웃과 일반적인 우울의 차이, 번아웃에 빠지게 되는 과정 등을 더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공교육 종사자의 입장에서는 읽는 내내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의 일들로 우울감이 생긴 학생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우울감의 원인을 모두 학교 탓으로만 돌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와, 영국의 학교와 사회 사정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대입해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 말미의 '어른들을 위한 청소년 번아웃 가이드'와 이길보라 감독의 추천사를 읽으며 이런 걱정은 조금 사그라들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청소년 번아웃 가이드'에서는 지금 시대의 청소년들이 어떤 과정을 겪고 번아웃에 빠지게 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이길보라 감독의 추천사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들이 학교 밖의 길을 찾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어쩌면 저 역시 '정상성'이라는 틀과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게 됩니다.


    과도한 업무로 번아웃이 온 어른이 일을 멈추고 쉼을 통해 번아웃에서 회복된 후 또다시 같은 업무로 돌아가지 않듯, 학교와 학원으로 번아웃이 온 청소년이 우선은 멈추고 휴식을 취해야 하며 번아웃에서 빠져나왔다고 해서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생각에 깊이 동의합니다. 또한 '믿을 만한 어른 또는 멘토'와 상의하되 그 대상이 어디의 누구인지도 모를 인터넷상의 누군가여서는 안 된다는 점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세 가지 번아웃 해독제는 내가 내 삶을 이끌어 간다는 감각, 나에게 의미 일을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감각, 그리고 나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감각입니다. 석차를 매기기 위해 학교에서 제시한 평가 기준에 온 신경이 곤두선 채 온종일 학원 일정에 끌려다니는 청소년은 현실 세계에서 결코 이러한 감각들을 갖출 수 없습니다. 나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람을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에서 찾다가 위험에 처하는 청소년에 대한 뉴스도 종종 들려오는 요즘입니다. 부디 이 책을 청소년과 보호자가 함께 읽고, 마음의 무게를 덜 깊은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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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빛나는 3학년이야 ㅣ 스콜라 어린이문고 43
곽유진 외 지음, 서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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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빛나는 3학년이야>는 곽유진, 최은옥, 김다노, 우미옥 작가가 각각 한 편씩 쓴 단편을 묶은 단편동화집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네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 초등학교 3학년이에요. 초등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면 3학년은 거의 '제2의 입학'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것이 바뀌는 학년입니다. 과학이나 사회 등 새로운 교과 과목이 등장하고, 처음으로 6교시를 경험하기도 해요. 처음으로 나이가 '두 자릿수'가 되는 나이이기도 하고요. 이처럼 초등학교 3학년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계에서 많은 것이 바뀌는 나이입니다. 바로 이 시기를 주목한 책이라 읽기 전부터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네 편의 이야기들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는 세 번째 수록작인 김다노 작가의 '라도와 해가'입니다. 이야기의 구조 자체도 탄탄한 데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 많이 떠올라 감정이입이 깊이 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전라도에서 나고 자란 나영이는 3학년이 되어 서울로 전학을 오게 됩니다. 사투리가 많이 묻어나는 나영이의 말투에 3학년 1반 어린이들은 놀라기도 하고 신기해서 웃기도 해요. 자신을 다르게 보는 친구들의 시선이 불편했던 나영이는 쉬는 시간에 복도로 나와 서성이던 중 복도에 놓인 고양이 전화기가 울리는 것을 발견합니다. 전화기 반대편에는 경상도에서 오늘 막 서울로 전학 온 3학년 어린이 '해가'가 있었습니다. 나영이와 '해가'는 서로의 처지에 깊이 공감하며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주고받습니다. 마음이 한결 나아져 교실로 돌아온 나영이는 이후 여러 일들을 겪으며 3학년 1반 어린이들이 자신을 싫어하거나 놀리려고 말을 걸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저의 고향도 지방이라 처음 서울로 올라왔을 때 제 말투를 신기해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불편했습니다. 삶의 경험치가 쌓인 지금에야 '신기해하라지~'하며 대범하게 넘겼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는 저도 모르게 위축되어 말을 꺼내기가 참 힘들기도 했어요. 그런 경험이 떠올라서인지 나영이가 3학년 1반 친구들과 오해를 풀고 점점 친해지는 장면, 그리고 '해가'의 정체가 드러나는 결말 부분이 아주 감동적이고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라도와 해가'만 세 번 정도 다시 읽었을 만큼요.


    여러분의 3학년은 어떠셨나요? 그리고 환경이 많이 바뀐 삶의 어떤 시기는 어떠셨나요? <나는 빛나는 3학년이야>를 읽으며 나에게도 있었을 그 시절을 가만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아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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