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공을 던질 차례 ㅣ 문지아이들 185
윤슬빛 지음, 이수연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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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슬빛 작가의 <다음 공을 던질 차례>를 읽어보았습니다. 읽는 내내 이른바 '요즘 나온 동화'처럼 느껴지지 않는 구석이 많았습니다. 최근 출간되는 동화들은 마법이나 상상의 동물 같은 비현실적인 설정을 하나쯤 뼈대로 삼는 경우가 많고, 삽화 역시 웹툰 같은 만화체가 많지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트렌드를 좇기보다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도 곁에 두고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다음 공을 던질 차례>는 네 편의 이야기를 묶은 단편 동화집입니다. 네 편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인물과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몇 가지 뚜렷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등장인물이 모두 가족과 관련된 고민을 안고 있다는 점입니다. 표제작인 '다음 공을 던질 차례'의 주인공 은효는 부모님의 부재로 고모와 함께 살고 있어요. 마지막 이야기인 '새 가족'은 어른들의 재혼으로 새롭게 가족이 된 은서와 도하의 관계를 다룹니다. 제목에 쓰인 '새'가 하늘을 나는 동물(Bird)과 새로움(New)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절묘하게 겹쳐 놓았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아이들이 자신의 고민을 스스로 곱씹고 헤쳐 나갈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 역시 앞서 말한 '요즘 동화 같지 않은 느낌'과 이어집니다. 현실의 아이들은 매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일상을 살고 많은 동화 역시 그런 현실의 흐름을 반영하곤 합니다. 하지만 <다음 공을 던질 차례>의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각자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기도 하고, 때로는 뛰어다니고 방황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 단단한 시간 덕분에 아이들의 상처는 곪지 않고, 비록 흉터가 남을지라도 단단하고 예쁘게 아물어 갑니다. 그런 시간 속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가족 관계'는 결핍이나 놀림거리가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을 이루는 삶의 한 조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거친 연필 선과 맑은 수채화 물감이 어우러진 삽화도 눈길을 붙잡습니다.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직관적인 그림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자연이 주된 배경이다 보니 하늘과 바다가 자주 등장하는데, 큰 붓으로 쓱쓱 문지른 듯한 색의 번짐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다음 공을 던질 차례>는 조금은 예스러운 질감과 온도를 품은 채 오늘날 아이들이 겪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 책입니다. 그리고 그 어떤 마법보다 효과적인 해답인 '스스로 고민할 시간과 공간'을 제안합니다. 부디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이야기 속 인물들처럼 자신의 고민을 스스로 찬찬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를 바라봅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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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남신 ㅣ 스콜라 어린이문고 48
박주혜 지음, 김연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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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지인 중에 한 사람, 소소한 행운이 많이 따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추첨 이벤트에 함께 참여하면 저는 늘 꽝이거나 잘해야 참가상인데 그 사람은 종종 좋은 물건이 걸려요. 함께 놀러 간 곳에서 룰렛을 돌려 가장 좋은 상품을 받는 모습도 종종 보았어요. 하지만 그 행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은 제가 귀찮아서 그냥 지나치는 이벤트에도 항상 꼬박꼬박 참여합니다. 좋은 기회가 찾아올 때까지 수많은 도전을 반복하는 것이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을 떠올리곤 했는데, <행운의 남신> 속 남신이와 친구들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남신이의 응원에 힘입어 친구 순봉이가 축구왕 성현이를 제치고 극적인 골을 넣으며 시작됩니다. 이 모습을 본 담임 선생님은 "남신이가 그냥 남신이 아니라 행운의 여신 짝꿍인 행운의 남신인가 봐!"라고 다정한 농담을 건네요. 그 말에 용기를 얻은 남신이는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이 간절히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도록 마음을 다해 기도합니다. 신기하게도 그 기도들이 하나둘 이루어지자 남신이는 스스로가 정말 특별한 '행운의 남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문을 들은 같은 반 친구 하나가 찾아와 다가오는 체육대회 달리기에서 꼭 도장을 받게 해달라며 행운을 부탁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남신이에게 행운을 부탁한 사람들은 그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남신이 또한 주변 사람들이 노력 없이 무언가를 얻기를 바라지 않았고요. 남신이의 엄마는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며칠이나 골머리를 앓았고, 순봉이는 동생 나봉이를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영어 시험을 잘 보고 싶었던 기혁이는 주말 내내 공부를 열심히 했고요. 이쯤 되면 사실 남신이의 행운이 아니었어도 충분히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어낸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 뒤에 숨은 남신이의 기도를 잊지 않고 모두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합니다.


    타인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입니다.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중심은 어디까지나 '나'이니까요. 그러나 이야기 속 남신이는 단 한 번도 친구를 질투하거나,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기도를 올리지 않습니다. 대신 순수한 진심을 쏟아부어 타인의 행복을 바라요. 어쩌면 그 맑은 마음이, 노력으로 성실하게 채워 온 친구들의 잔 위로 물이 흘러넘치게 만드는 '마지막 한 방울'이 아니었을까요? 저라도 든든한 내 편이 곁에서 진심으로 응원해 준다면 스스로를 향한 의심을 걷어내고 힘을 얻을 것 같거든요.


    행운은 결국 주변의 다정한 응원과 나의 치열한 노력이 맞물릴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임을 생각하며, 오늘은 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행운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연습을 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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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 제2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100
김지완 지음, 김지형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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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은 늘 흥미로운 소재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전개, 그리고 의미 있는 마무리를 품고 있습니다. '믿고 보는 책'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책들도 없을 거예요.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는 그 믿고 보는 라인업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김지완 작가의 단편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많이 좋아하는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작품이라 추천을 받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구매해 읽어보았습니다.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는 총 여섯 편의 단편 동화가 실려 있습니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우리 교실이나 학교 어딘가에서 마주칠 법한 평범한 어린이들이지만 저마다 특별하고 비현실적인 사건을 겪게 됩니다. 여섯 편 모두 각기 다른 설정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그 중심에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다정한 시선이 일관되게 흐릅니다. 기발한 설정들이 단순한 흥미 요소로 소비되기만 하지 않고 이야기 자체의 주제 의식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섯 편의 단편 중에서 제 마음속에 가장 깊은 잔상을 남긴 이야기는 표제작인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와 마지막 이야기인 '점박이 우산 귀신'입니다.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는 제목부터 눈길이 갔고, 주인공과 전자레인지 요정이 티격태격 주고받는 대화가 아주 재미있었어요. 저희 반 학생들에게 이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해 주며 "너희에게 전자레인지 요정이 나타난다면 누구의 몸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라고 질문을 던져 보았더니 저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교실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은 텍스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박이 우산 귀신'은 흔한 학교 괴담처럼 시작하지만 마음속 상처를 따뜻하게 안아 주는 결말로 끝나는 과정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우리 교실에도 알게 모르게 마음속 상처를 숨겨둔 학생들이 있을 텐데, 이 이야기를 읽고 제가 느꼈던 것과 같은 온기를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외롭고 상처받은 마음을 외면하지 않는 다정한 이야기들은 책을 덮은 뒤에도 제 머릿속에 오래도록 맴돌았습니다. 아이들의 지친 마음을 다독이고 유쾌한 대화의 물꼬를 틀어줄 이야기들을 꼭 한 번 만나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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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헌책방 - 당신의 오늘을 삽니다 ㅣ 다른어린이 동화 1
강효미 지음, 불곰 그림 / 다른어린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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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헌책방>은 어린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똥볶이 할멈' 시리즈로 유명한 강효미 작가의 신작입니다. 이번 신작도 작가 특유의 기발한 발상과 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미래 헌책방>은 종이책과 종이 화폐가 완전히 사라지고 학교조차 가상 세계로 운영되는 수십 년 뒤의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사회의 한 골목에 헌책방이 나타나면서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종이책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종이돈을 내야 하는데, 돈이 없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한 가지 들려주면 됩니다.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책을 사기 위해 저마다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꺼냅니다.

아이들이 들려주는 각자의 이야기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역할이나 기술의 도덕적 딜레마 같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각 이야기들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독립적으로 제시되어 높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 책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각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독자에게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입니다. 질문은 학생의 사고 흐름에 맞게 정교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교실에서 사회 시간이나 도덕 시간에 '미래 사회의 윤리'를 주제로 토론할 때 활용하기 좋은 텍스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려한 기술이 우리의 삶을 장악할수록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다운 가치는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미래 헌책방>을 읽고, 얼굴을 맞대며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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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교시 끝나면 이사 갈 거야!
홍민정 지음, 김민우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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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교시 끝나면 이사 갈 거야!>는 '고양이 해결사 깜냥'시리즈로 어린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홍민정 작가의 중편 동화입니다. 홍민정 작가의 이전 책들을 읽으며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세밀하게 포착해 흥미진진한 사건으로 빚어내는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곤 했었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도 그 장점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보름이는 일가친척들과 한 동네에 모여 삽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니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멀리 친척 집에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가 가득해요. 그 모습이 내심 부러워진 보름이는 스스로 이사를 가겠다는 당찬 결심을 합니다. '어른들은 사정이 많아 이사를 갈 수 없으니 내가 이사를 가서 방학 때 친척들을 보러 오면 되겠지?'라는 엉뚱한 생각을 가지고요. 이야기는 5교시가 끝난 후 보름이가 짐을 꾸려 이사를 떠나는 반나절 동안의 소동을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보름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보름이가 숨 쉬고 살아가는 마을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책 표지를 넘기면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마을의 다정다감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학교와 사과밭, 슈퍼와 마을회관, 세탁소까지 정겨운 동네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삽화를 감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보름이네 마을로 툭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꼼꼼히 꾸린 이삿짐을 가지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동안 보름이는 수많은 마을 어른들을 만납니다. 이 다정한 어른들은 불룩한 가방을 멘 아이에게 어디 가느냐고 꼬치꼬치 캐묻거나 섣불리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습니다. 그저 손에 간식을 쥐여 주고 다정한 말을 건넬 뿐이에요.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뒤에서 지켜봐주는 것. 어른의 역할은 여기까지가 아닐까 하고, 책장을 덮으며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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