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 초승달문고 42
김유 지음, 유경화 그림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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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김유 작가의 책을 또 한 권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김유 작가의 책을 많이 소개해 왔는데, 이 책은 정말 좋아하는 책이어서 왜 아직 소개하지 않았는지 조금 의아하기도 합니다. 책의 재미를 '미각'적으로 재미있게 표현한 동화책, <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말 그대로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안읽어 씨 가족입니다. 안읽어 씨 가족에게 책은 그저 자고 싶을 때 사용하는 수면제이거나, 냄비를 식탁에 놓을 때 쓰는 라면 받침이거나 합니다. 안읽어 씨 가족이 기르는 반려견인 왈왈 씨는 책을 밥그릇으로 쓰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안읽어 씨 가족은 우연히 '맛있는 책 요리점'이라는 식당의 홍보 전단지를 보고 호기심에 이끌려 찾아가게 됩니다. 책을 '읽는다'가 아닌 책을 '먹는다'라고 표현한다는 점이 재미있는데, 맛있는 책 요리점에서는 쌀 종이나 옥수수 수염 등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책을 만듭니다. 그래서 진짜로 '먹을 수 있는 책'이 등장해요.

<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이 특별한 이유 중 한 가지는 책 읽기를 주제로 하고 있으면서도 "책을 많이 읽으세요~"라는 뻔한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맛에 비유하여 표현합니다. 각 챕터의 제목이 '~하는 맛'으로 되어 있는 것도 참 재미있는 장치에요. 예를 들어 안읽어 씨 가족을 소개하는 챕터의 제목은 '평범한 맛', 안읽어 씨가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척만 하는 챕터는 '어처구니없는 맛'입니다. 챕터 제목만 봐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상상해볼 수 있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어요.

이야기는 물론 삽화에서도 유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유경화 작가의 삽화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과장되게 표현하고 있는데, 우스꽝스럽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요.

독서에 대한 딱딱한 교훈 대신 순수한 재미와 상상력을 선사하는 이 책을 통해, 어린이 독자가 책과 좀 더 친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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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강낭콩 이야기친구
김원아 지음, 이주희 그림 / 창비교육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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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할 책은 <나는 3학년 2반 7번 애벌레>로 많은 아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었던 김원아 작가의 동화책, <너와 나의 강낭콩>입니다. 초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작가답게, 초등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너와 나의 강낭콩>의 소재는 4학년 과학 시간에 하는 강낭콩 기르기 활동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세 명의 4학년 학생들이에요. 생각이 많고 다정다감한 준영이(나), 준영이와 어릴 때 절친이었지만 이제는 티격태격하게 된 기훈이, 그리고 밝고 친절한 지우입니다. 세 아이는 각자의 강낭콩 화분에 물도 주고, 화분갈이도 하며 강낭콩의 한살이 기간인 3개월을 함께 보냅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강낭콩처럼, 아이들의 관계도 조금씩 변해 갑니다. 준영이와 기훈이는 어릴 때 엄마들끼리도 친할 정도로 아주 가까운 친구였지만 말다툼 끝에 멀어진 사이였어요. 강낭콩을 함께 기르며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마음의 문을 여는 모습이 무척 기특하게 느껴졌습니다. 강낭콩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아이들의 마음도 영글어가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점은, 책 속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에 어른들의 역할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어 열매를 맺는 강낭콩처럼, 아이들도 스스로 배우고 자라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작가님의 의도는 아닐까요?


    100쪽 남짓한 짧은 이야기이지만 교사로서, 또 어린이책을 좋아하는 한 명의 독자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동화였습니다. 강낭콩을 기르며 관계의 의미를 배우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깊은 공감과 따뜻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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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리 편지 창비아동문고 229
배유안 지음, 홍선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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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학년 2학기 사회 시간에는 역사를 배웁니다. 올해에는 역사를 공부하는 동시에 학생들과 역사 동화를 읽으며 옛날 사람들의 삶을 좀더 생생하게 느껴보려고 해요. 그 시작으로 고른 책은 바로 배유안 작가의 <초정리 편지>입니다.    
    <초정리 편지>는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이며, 2006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 꾸준히 사랑받으며 지금까지도 출판되고 있는 명작입니다.

    이 책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막 반포했을 무렵을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은 신분이 낮은 열두 살 남자아이 장운이에요. 장운은 우연히 산에서 만난 이름 모를 할아버지에게서 신기한 글자를 배우게 됩니다. 지금까지 양반들이 쓰던 한자(진서)와는 달리 소리나는 그대로를 옮길 수 있는 글자예요. 장운은 한글을 배우고 난 후 눈부시게 성장합니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누이와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고, 배운 지식을 글로 적어두었다가 다시 보기도 하지요. 글자를 통해 자신만의 세상을 넓혀 가는 모습은 저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더 감동적인 부분은, 장운이 자신이 배운 글자를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주며 다른 이들의 삶까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도록 도움을 준다는 점입니다. 이는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훈민정음을 만들었던 세종의 마음과도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국어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친 배유안 작가님의 지식 덕분에 책에는 훈민정음이 막 만들어졌을 때의 옛 한글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아이들과 옛 한글들을 살펴보며 지금의 한글과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정리 편지>는 앞서 썼듯 출간된 지 꽤 오래된 책이라 요즘 출간되는 책보다 조금 어려운 낱말이 나오기도 해요. 하지만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옛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어떤 역사책보다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글자를 통해 성장하는 장운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고, 한글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알게 해 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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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정리 정돈 비룡소의 그림동화 330
타나카 타츠야 지음, 고향옥 옮김 / 비룡소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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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감이 어지럽게 흩어진 방, 먹다 남은 음식이 흩어진 식탁은 평범한 시선으로 보면 '정리되지 않은 풍경'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놀이공원이 되고 목장이 됩니다. 바로 타나카 타츠야의 책 <알쏭달쏭 정리 정돈> 속에서요. 


    타나카 타츠야는 SNS에서 일상 속 소품을 재치있게 활용한 미니어처 사진들로 유명합니다. 저도 종종 인터넷에서 타나카 타츠야의 작품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하며 놀라고는 했는데, 그림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벼르고 벼르다가 구입해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정리 정돈'을 다루고 있지만, 그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조금씩만 재배치해 완전히 새로운 풍경으로 바꾸는 마법 같은 작업이 이어지죠. 예를 들어 바닥을 굴러다니는 농구공은 열기구의 풍선이, 병뚜껑은 열기구의 바구니가 되고, 식탁 위 흩어진 팝콘들은 목장에서 뛰노는 양떼가 됩니다. 화장실 벽에 걸린 두루마리 휴지는 길게 늘어져 스키장의 슬로프가 되어요.


    사진 한 장 한 장은 아주 섬세하고 정교하게 촬영되어, 한 번 보면 오랫동안 눈을 떼기 힘듭니다. 미니어처 인형들이 생생하게 움직일 것 같고, 평범한 물건들이 있는 내 방이 특별한 공간처럼 느껴지지요.


    <알쏭달쏭 정리 정돈>은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의 씨앗을, 어른들에게는 일상 속 유쾌한 전환을 선물해 줍니다. '정리 정돈'이라는 낱말이 꼭 '치우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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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늑대가 사냥하는 방법
밤코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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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픈 늑대가 사냥하는 방법>은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등골이 서늘해지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은 귀엽고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숨어 있는 날카로운 풍자와 오싹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책은 '늑대TV' 채널의 라이브 방송이라는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진행자 늑대는 이 라이브 방송을 시청 중인 거대 늑대들을 위해 인간들을 사냥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옛날 늑대들은 인간을 사냥하려면 인간으로 분장하는 등 갖은 고생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요. 다음과 같이 하기만 하면 인간들이 알아서 입안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①죽은 생쥐 10마리를 내고 인간 유인기, 즉 와이파이 수신기를 산다.


    ②인간 유인기를 입안에 설치한다.


    ③길거리에서 입을 벌리고 기다린다.


    참 간단하죠?


    그림책의 각 페이지 오른쪽 위에는 스마트폰 화면처럼 배터리, 수신 신호, 와이파이 아이콘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를 통해 현실감을 더하고,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림이 그다지 무섭지 않은데도 이토록 오싹해지는 이유는,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즉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걷는 사람들이 결코 그림 속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길거리로 나가 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나도 저렇게 스마트폰만 보면서 걷고 있었던 건 아닐까? 우리는 이미 늑대의 먹잇감이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됩니다.


    그림 속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빨간 모자와 할머니, 드라큘라 등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일거수일투족을 SNS에 업로드하는 아이, 사랑한다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서로의 얼굴을 잊은 연인들도 등장해요. 그림 속에서 이들의 행방을 쫓으며 그림 속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본다면 관찰력도 기를 수 있고, 책을 읽은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배고픈 늑대가 사냥하는 방법>은 귀여운 듯 무서운 그림, 현실을 콕 찌르는 구성, 한 번쯤 멈춰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강한 메시지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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