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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한 뼘 반 ㅣ 다산어린이문학
황선애 지음, 이주희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3월
평점 :
때로는 가장 쉬운 글이 가장 깊은 생각을 품고 있습니다. 안도현 시인이나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요. <우리 사이 한 뼘 반> 역시 깃털처럼 가볍게 읽히는 글이지만, 황선애 작가가 그 속에 담은 울림은 바위처럼 묵직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막 긴 호흡의 독서를 시작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우리 사이 한 뼘 반>은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동화책입니다. 큼직한 글씨와 넓은 행간 덕분에 독자는 문장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어요. 여기에 이주희 작가의 귀여운 삽화는 양말이나 줄자처럼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소재들을 적재적소에 등장시켜 몰입하는 과정을 돕습니다.
이 책은 아주 명쾌하고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주제는 어른들조차 종종 놓치곤 하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꿰뚫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에 내 마음과 네 마음이 같을 수 없음을 인정하는 데서 관계가 시작된다는 것, '찐친'이라면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서로의 '방'을 지켜주는 적당한 거리와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 같은 것들이요.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인 해라는 유주와 소위 말하는 '단짝'이 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공간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고, 지안이와 영웅이라는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게 되었죠. 한 권의 책만 고집하는 것보다 여러 책을 골고루 읽는 것이 더 즐거운 것처럼, 한 명의 친구에게만 매달리지 않고 다양한 친구와 어울릴 때 학교생활은 비로소 다채로워집니다. 아마도 이야기의 결말 다음에, 해라는 이전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즐거운 매일을 보내고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우리 사이 한 뼘 반>은 어린 독자에겐 관계의 기초를, 어른에겐 깜박 잊었던 관계의 예의를 일깨워 주는 책입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며 "우리 사이에는 거리가 얼마나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함께 나누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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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서가: 초등교사 꿀벌의 어린이책 북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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