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뇌 - 일상에서 발견하는 좌우 편향의 뇌과학
로린 J. 엘리아스 지음, 제효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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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문득 궁금할 때가 있었다. 왜 오른손이어야만 할까? 왜 아기를 안을 때는 왼쪽이 더 편할까? 사진을 찍을 때는 왜 왼쪽 얼굴이 더 예쁘게 나온다고 이야기할까? 등등.


어찌 보면 편향적인 시각과 사고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왼쪽과 오른쪽의 구분이 진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그저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생각들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가 된 듯하다.


물론 이 책에서 거론되는 내용들이 전 인류에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더불어 이것이 정답도 아니다. 그저 가설과 확률적 부분에 기댄 이론이자 인구군에 기댄 내용일 뿐이다. 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 봄직한 내용이자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론임은 틀림없는듯하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나도 모르게 좌우 편향의 행동이 나타나는 상황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발견하며 읽어나가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왜 인간의 행동은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칠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것이 과연 뇌과학과 관련이 있는지, 좌뇌와 우뇌의 기능적 차이가 우리가 선호하는 방향을 결정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제별로 살펴보며 가설과 실험 결과를 함께 전달한다.


이 과정을 살펴보다 보면, 예상을 빗나가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때론 모르고 한 행동이 사실은 모두 연결된 하나의 동작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무의식 속에 자리한 견해, 경향성, 태도들이 모두 함께 한 방향으로 형성된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어느 쪽으로든 모두 치우친 '기울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내가 자주 쓰는 손, 턴을 할 때 주로 도는 방향, 오른쪽과 왼쪽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 자주 앉는 좌석 방향 등 나의 평소 습관과 태도를 살펴보며 나의 뇌는 어느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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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들어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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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전반에서 소개할 행동의 편향성은 좌뇌와 우뇌의 차이와 관련이 있다. 모든 뇌는 고유하다. 머리 바깥에 있는 얼굴이 사람마다 고유한 것처럼 두개골 안에 있는 뇌도 제각기 다르다.


다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좌뇌와 우뇌의 차이는 '인구군 수준'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다시 말해 이 책에서 설명하는 행동의 편향성은 대다수에서 나타나지만, 인구군을 구성하는 개개인 모두에게 무조건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을 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은 꼭 주의해서 읽기를 바란다. 첫째, 이 책의 주제는 이렇듯 인구군 수준에서 집단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성에 관한 것이지 개개인을 진단하거나 분석한 결과가 아니다.


둘째, 이 책에서 소개하는 좌우 차이에 관한 연구 결과는 '상대적인' 것이지 절대적인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행동의 편향성은 서로 연관된 경우가 많은데, 장별로 한 가지씩 살펴본 다음 나의 일상에 대입해 보면 실질적으로 뇌의 좌우 편향성이 나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이를 어떻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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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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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 편향성: 열에 아홉은 오른손잡이인 이유


손의 편측성은 이 책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다른 편측성과 관련이 있다. 원인이 된다는 말이 아니라, 주로 쓰는 손이 다른 편측성에도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손의 편측성이 주는 영향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해서, 다른 행동의 편향성을 설명할 때도 언급할 수밖에 없다.


전체 인구 중 오른손잡이는 얼마나 될까? 간단히 답하자면 전체의 약 90퍼센트가 오른손잡이다.


전체 인구 중에 오른손잡이의 비율이 훨씬 큰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전 세계적으로 오른손잡이가 일반적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과거 어느 때도, 어디에서도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많았던 시기나 지역은 없었다. 주로 사용하는 손은 가족 내력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왼손잡이가 되는 이유를 단순히 유전학적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발달 과정, 환경과 관련된 메커니즘도 주로 사용하는 손에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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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왼쪽을 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왼손잡이로 태어난 아이들도 사회적 훈련을 통해 오른손잡이가 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통념이나 훈련 등에 대한 이슈를 제외하고서라도 대체적으로 오른손잡이가 더 많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왜 오른손잡이가 더 많을까? 이에 대한 질문에 답을 명확히 얻기는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로 사용하는 손이 다른 편측성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는 점일 것이다.



■의미의 편향성: 왼쪽은 나쁘고 오른쪽은 좋은 방향일까?


왼쪽과 오른쪽을 지칭하는 표현에는 다양한 가치가 담긴 경우가 많다. 왼쪽을 뜻하는 표현은 거의 다 굉장히 부정적이고 심한 경우 경멸의 의미를 갖기도 하는 반면 오른쪽과 관련된 표현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이러한 편향성은 문화나 시대와 상관없이 매우 일관되게 나타난다.


이 일반적인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가 정치다. 프랑스 혁명 이후 왼쪽과 오른쪽은 정치적으로 아주 독특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좌익과 우익 중 어느 쪽이 긍정적이고 어느 쪽이 부정적인지는 대체로 개개인의 정치 성향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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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왼쪽이 나쁠 이유도, 오른쪽이 굳이 좋을 이유도 없는데 우리는 왜 무의식적으로 오른쪽은 긍정적, 왼쪽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걸까?


문화나 시대와 상관없이 꽤 오랫동안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은연중에 굳어진 편파적 생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반면, 유일하게 이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정치라는 점은 꽤 흥미롭게 다가온다. 개개인의 정치 성향에 따라 나뉘는 정치 세상을 삼자 관점에서 보면, 어느 쪽도 좋다 나쁘다로 구분할 수 없다. 하지만 상상이상으로 활활 타오르는 무법지대라는 점은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지 않을까?



■아기를 안는 방향의 편향성: 아기를 한쪽으로만 안아 드는 이유


기원전 300년이라는 먼 옛날의 예술품에서도 아기를 왼쪽으로 안는 편향성이 나타났는데, 이쯤 되면 정말 궁금해진다. 왜 이런 편향성이 나타날까?


아기를 왼쪽으로 안는 편향성이 나타나는 이유에 관해 지금까지 나온 설명 중에 가장 명확한 내용부터 살펴보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주인공 포르티아의 하녀 중 하나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 중에 "사랑이 자라나는 곳은 어디인가, 가슴속? 아니면 머릿속?"이라는 가사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가사 내용은 현대 심리학자들이 '심장 중심 가설'이라고 부르는 이론과 일치한다. 지성과 감정은 뇌가 아니라 심장에서 생긴다는 이 심장 중심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도 지지했다고 널리 인정받는다.


아기를 왼쪽으로 안는 편향성은 개개인이 주로 사용하는 손이나 문화, 인종과는 무관하게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다.


모든 결과를 종합하면, 아기를 왼쪽으로 안는 것은 아기와 부모 사이에 형성된 애착과 긍정적인 관계의 수준을 알 수 있는 자연적인 지표임을 알 수 있다.


이번 장에서 살펴본 연구 결과를 통해, 아기나 새끼를 왼쪽으로 안는 편향성이 개개인의 문화적 배경은 물론 종의 경계를 넘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것이 학습되는 행동은 아닌 듯하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큰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확실한 건 아기를 왼쪽으로 안으면 부모와 아기 사이에 친밀감과 애착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몸이 왼쪽을 향하는 자세일 때 오른쪽을 향한 자세일 때보다 감정이 더 풍부하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암말이 새끼를 보호할 때 특히 위협을 느끼는 상황일 때 자기 왼쪽에 새끼를 두려는 이유, 우울증이 있는 엄마들은 아기를 왼쪽으로 안는 경향성이 약한 이유, 그리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아기와의 신체 접촉을 통해 느끼는 친근감과 애정이 덜할 수 있는 사람들도 아기를 왼쪽으로 안을 가능성이 적은 이유도 이 가설로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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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안을 때 무의식적으로 왼쪽으로 안는 경향성이 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왼쪽 심장이 있는 부분으로 안는 것이 편하다.


기원전 300년 전에도 아기를 왼쪽으로 안는 편향성이 나타났다는 것을 보면 헤아릴 수 없이 꽤 오랜 시간 아기를 왼쪽으로 안아왔음을 알 수 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학습된 행동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왼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안는 경우에 대한 상황이다. 종과 상관없이 오른쪽으로 아기를 안는 행동은 애정의 부족, 우울 등과 같은 문제, 장애 등이 있을 때 대체적으로 오른쪽으로 아기를 안는다고 한다. 이런 사례를 통해 보호자의 상황을 역으로 캐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진 포즈의 편향성: 왜 매번 똑같은 방향으로 찍을까?


감정을 드러내고 다가가기 편한 친근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다면 왼쪽 얼굴이 더 앞으로 나오는 포즈가 적절하다. 반대로 냉정하고 객관적이며 다소 초연한 인상을 주고 싶다면 정면을 응시하거나 오른쪽 얼굴이 더 앞을 향하도록 포즈를 취해야 한다. 때로는 왼쪽 얼굴을 내민 포즈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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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을 때 무의식적으로 왼쪽 방향으로 트는 경우가 많은데, 상황에 따라 왼쪽과 오른쪽 얼굴을 적절히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이를테면, 면접에 사용할 사진이라던가 아니면 직업적인 면에서 나를 드러내야 할 때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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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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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상황에 편향성을 대입시켜 서술한 내용들을 읽다 보니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무의식중에 사용하는 편향성과 행동들이 사실은 그만한 이유가 있고, 또 이렇듯 자주 사용하는 방향이 다른 쪽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나를 객관화시켜 살펴보게 된다.


어떤 손을 더 자주 쓰는지, 사진을 찍을 때는 어떤 얼굴을 더 앞으로 내미는지, 아기를 안을 때는 어느 쪽으로 안는지, 광고를 볼 때 어떤 쪽의 광원을 더 선호하는지 등등.


큰 기준을 가지고 선택하거나 사용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실은 모두 연결되어 있었고, 또 이에 따라 나의 취향과 성향이 반영되었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을 포함한 모든 종이 어느 쪽으로든 기울여져 있는듯하다.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편향'이라는 말이 이전에는 부정적 이미지로만 느껴졌는데, 이 책을 통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추후에는 이런 '편향'을 잘 활용해 특정 이미지가 필요하거나 나의 장점을 어필하고 싶을 때 적절히 사용해 보면 어떨까? 그럼 '편향'이 조금은 더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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