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년 - 현대의 탄생, 1945년의 세계사
이안 부루마 지음, 신보영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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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의 현대 세계의 뿌리가 1945년에 내리고 있기에 저자는 1945년을 0년으로 본다. 현대사의 원년으로서 0년으로 표현한 1945년이 중요한 이유는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이 종식된 해이고, 나치즘과 일본 군국주의의 폭력에서 해방된 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미덕은 '0년'이라는 독특한 제목 때문이 아니라 그간 역사학계에서 별로 다루지 않았던 1945년의 모습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1945년에 독일과 일본이라는 침략자들을 연합군이 격퇴했다는 널리 알려진 사실과 함께 더 생생하고 실질적이며 '당연한' 모습을 재생해 낸다. 점령지 여성을 성폭행하는 연합군의 모습, 무질서하게 이루어진 보복 행위, 모두가 레지스탕스였다고 주장하는 피점령지역의 남자들의 모습, 스스로가 쇼군이 되어 천황제를 온존시키는 가운데 전후 일본을 통제하려 했던 맥아더의 모습 등이 그것이다. 


한편 1945년은 전쟁으로부터 해방된 해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전쟁인 냉전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승전국인 연합군의 두 거두 미국과 소련의 이해관계에 따라 세계가 양분되고 좌지우지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전쟁 중 대부분의 기간을 소련에 머물기만 했던 김일성이 소련군에 의해 전쟁 영웅으로 소개되고(물론 태평양전쟁 기간을 말한다.) 미국의 통치의 편리성을 위해 전쟁의 최대 책임자인 일본의 '천황'은 처벌 받지 않았으며, 그러한 부실한 전후처리로 인해 일본제국의 괴뢰국인 만주국을 건설한 주역이었던 기시 노부스케가 강력한 반공주의자 박정희를 지지하게 되는 역사적 결과를 초래하게 되기도 한다. 이제 세계는 대놓고 싸우는 시대에서 '냉전이라는 위선'을 빌미로 싸우는 시대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945년은 현대 세계의 원년이었지만 역사를 제대로 '리셋' 시키지는 않았던 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1945년의 뿌리는 전후 70년이 지난 오늘날 일본의 재무장이라는 '열매'를 맺고 있다. 2015년 9월 일본의 아베 총리가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서 일본은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그래서 1945년이 현대사의 원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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