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고등학생 시절 다소 멍한 상태에서 <파우스트>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완역본도 아닌 축약본이었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같다. 대문호들이 이런 대작을 쓴 나이는 다양하겠지만 대개 10대나 20대는 아니었을테니 그런 나이에 인생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성찰이 담긴 대작을 이해하기 힘든 것은 당연할테니 말이다. 이제 40대가 되어 읽으니 이해와 재미와 감동이라는 '독서의 삼위일체의 경지'를 맛보게 된 기분이다. (<파우스트>를 보면 메피스토펠레스의 대사 중 '전쟁, 무역, 약탈의 삼위일체'란 표현이 나와 흉내를 내 봤다.) 40대가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행복해진 첫 순간이 바로 <파우스트>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인것같다. 

 

총 5부 중 그레첸의 비극에 해당하는 장과 마지막 장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지상에서의 행복과 자유, 천상에서의 구원도 결국 인간의 노력과 투쟁을 통해 얻는 것이라는 근대의 부르주아적 관점이 엿보이기도 했고, 마리아라는 구원의 중재자를 내세우면서도 중세 교회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등 이중적인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파우스트가 스스로 신에게 회개를 하고 구원을 구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노력을 인정 받아 구원을 받는 모습은 기존의 기독교에서 한 발자국 인본주의로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역자 해설'에서는 마지막 장에서 파우스트가 건설하려 했던 국가를 공화국이라 했는데 다소 비약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기독교와 신화와 전설과 당대의 문학에 대한 내용이 너무나 많은 비유와 상징의 방법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동시대인들에게는 대중적으로 읽혀졌을지 모르나 현대인들이 읽기 편하지많은 않은 것같다. 하지만 역자의 주와 해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역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명구가 너무 많지만 8개 정도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교회는 튼튼한 위장을 가졌으니, 

온 나라를 집어삼키고서도, 

아직 한 번도 체해본 적인 없습니다." (1권 181쪽)


"그러나 난 마비된 상태에서 내 행복을 찾지는 않겠다. 

전율이란 인간이 지닌 가장 훌륭한 감정이니라.

세상이 인간에게 그런 감정을 쉽게 주진 않을지라도,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야 거대한 일을 깊이 느끼게 되느니라." (2권 104쪽)


"누구나 나이 서른이 넘으면,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권 139쪽)


"폭군과 노예들의 그 싸움일랑 집어치우도록 해라.

(중략) 놈들은 자유권을 위해 싸운다고 말하지만, 

자세히 보면 노예가 노예들과 싸우는 것이야." (2권 150쪽)


"통치하는 것과 동시에 향락하는 것이 

충분히 양립할 수 있으며,

그것이 정말 바람직하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멋대로 그릇된 판단을 했던 것입니다."

"커다란 잘못이다. 명령을 내려야 하는 자는

명령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껴야 하는 법이니라." (2권 353쪽)

 

"전쟁과 무역과 해적질은, 

삼위일체로 떼어놓을 수가 없느니라." (2권 409쪽)


"인간 지혜의 마지막 결론이란 이러하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이다." (2권 431쪽)


"언제나 열망하며 노력하는 자,

그자를 우리는 구원할 수 있노라." (2권 452쪽)

 

출처 : BookC의 冊戀愛談 (http://blog.naver.com/gru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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