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위대한 문어 비룡소의 그림동화 288
토미 웅게러 지음, 김영진 옮김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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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초록색 문어가 에밀이다. 왜 위대한 문어인지는 보면 안다.


정말 문어이지만 이렇게 보통 인간보다 멋지고 능력있고 용감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에밀이란 존재가 유명인의 삶을 빗대어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찮은 계기로 영웅이 된 에밀은 갑자기 유명인사가 되는데!

난생 처음 가는 음악회에서도 천재 거기에 구조대 일도 용감한 일도 최고, 날이 가면 갈수록 에밀의 인기는 높아만 지고 결국 에밀은 어딜 가든 각광 받는 삶에 점차 지쳐가는데!"


뭔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에 이런 게 클리셰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른 2가지 해석이 더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첫 번째로 에밀의 모습은 일상 속에서 자연의 모습이었다.


마침 색깔도 녹색이러서 연상하기 편했다.


자연재해나 인간이 만든 인재를 제외하면 일상 속 자연은 평화롭다.


언제나 인간에게 자애로운 모습을 보이며,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평화로움과 상쾌함을 선사한다. 일생일대에 강렬한 기억을 심어줄 정도로.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고 늘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점에서 자연과 같다.


계절에 따라서 바뀌는 자연의 모습, 사람들로부터 적당한 관심을 받을 때 훼손되는 정도가 매우 적고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생각하며, 에밀은 그런 자연을 나타내는지 모른다.



또 에밀의 모습은 현대 사회의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N잡러, 부캐라는 말이 뜨고 있다. 모두 자신이 갖고 있는 면모를 활용하는 일이다.


이 책에서만 보인 에밀의 활약상은 적어도 5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우연한 영웅 에밀, 음악 천재 에밀, 구조사 에밀, 유명인 에밀, 위대한 문어 에밀


마치 한 개인이 부캐를 활용하여 다양한 일을 하는 N잡러와 유사하다.


처음에는 자신이 하고자 한 바를 하다가 우연하게 인기를 모았다는 점, 그 뒤로 꾸준한 성장을 보이며 관심을 모으다, 마지막에 가서 혼자만의 충전 기간을 원한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의 인간 같았다. 


"아 의도한 바는 아니야. 관심을 주는 것은 좋은데 좀 혼자서 있고 싶어."


이런 해석이라면 자모파르 선장은 우연찮은 계기로 좋은 인재를 발견한 사람 같은데...



정말 에밀이 위대한 문어라서 놀랍지만 동시에 고도의 비유랄까? 풍자?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 시간이 지나서 읽어도 정말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그림책이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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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넘어서는 에니어그램 -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찾아서
김성환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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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의무교육 12년을 받는 동안 수많은 심리검사를 했다.


적성검사, 심리유형검사, 학습유형검사, 지능검사... 참 많은 검사를 했다.


INTP, 내향형, 탐구형, 관습형, 예술가형... 스스로를 표현해주는 표현을 많이 얻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대학교에 와서 다시 한 검사들은 영 확신을 주지 않았다.


특정 면모가 부족해서 이러한 문제가 있으니 이런 행동을 해서 해결하라는 설명은 질렸다.


왜 그러한 행동과 정서를 보이는지? 선천적인 무언가가 어디까지 영향을 주는지?


좀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심리검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MBTI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이 에니어그램으로 속 시원하게 뚫려서 좋았다.



에니어그램은 9개의 점을 선으로 연결해서 표현한 심리검사이다.


사람의 성격은 3가지가 중심이 되며 각각 하위분야가 3가지씩 있어서, 3X3으로 9개의 성격 유형이 나오는 구조이다. 


유형이 가진 두려움이 욕망을 부르고, 욕망이 집착을 불려서 문제가 나타난 결과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내심 답답했던 속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MBTI에서 INTP로서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4가지 부분을 해결해서 기분이 좋았다.



MBTI에서 나는 INTP에 속한다. 하지만 INTP치고는 맞지 않은 구석이 많다.


반 년 동안 200여권을 읽을 정도로 끈기와 집착이 있다.


1달, 1주일 단위로 계획을 점검하고 고칠 정도로 계획과 피드백에 신경을 쓴다.


늘 계획을 생각하며 먼 미래를 내다보려고 한다.


적성검사에서 공학과 그래픽 디자이너 같은 전문가 영역이 추천직업으로 뜬다.


경쟁하고 주도하는 성향이 있다.


끈기와 집착, 계획과 실행, 공학도와 전문가의 영역


분명 INTP에도 속하는 부분이 있지만 극명하게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이러한 점은 MBTI로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에니어그램은 설명해주고 이해시켜주었다.


독서에 대한 끈기와 집착: 5번 사색가 유형은 애착은 별로 없지만 지적 욕심이 있다.


계획을 세우고, 공학도나 전문가가 추천 직업으로 뜨는 이유


: 5번 사색가 유형은 MBTI에서 INTP/INTJ/ISTP로 표현이 된다. 또한 나는 날개가(중심 성격을 보조해주는 다른 성격) 6번 유형이어서, 문제해결가로서의 5번 유형이 행동한다. 즉 먼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을 세워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MBTI의 INTP로서는 설명할 수 없던 부분도 에니어그램으 5번 유형으로 이해가 가능해서 좀 놀랐다. 


심리검사는 다들 비슷하며 유형 정리에만 집중한다고 생각했는데, 원천적인 두려움과 욕망을 파헤치고 이를 심리와 연결하여 상태 파악은 물론 해결책까지 제시했기 때문이다.


INTP로서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나를 넘어서는 에니어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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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댄스의 정석 : Center
장소정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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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치에 박치인 나는 매 축제 때마다 죽을 맛이었다.


음악에 맞추어서 삐그덕거리는 몸을 이끌고 아이돌 칼군무를 춰야 했다.


춤을 잘 추는 리더 1명이 2~3번은 코치를 해주어야 따라가는 몸이었다.


진짜 축제 때마다 키 때문에 중간에 설 때면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남들에 비해서 몸은 안 따라주지 박자도 못 맞추지...눈물만 났다.


하지만 그래도 춤은 좋았다.


가끔 역사책이라든지 사회책에 나오는 민속춤이 참 예뻤기 때문이다.


어릴 적 부채춤을 춘 적이 있는 나로서는 다른 나라의 무용도 참 아름다웠다.


단지 몸이 안 따라가서 시작조차 해 볼 수 없단 점에 눈물이 앞을 가릴 뿐이었다.


그런 나의 앞에 <캐릭터 댄스의 정석>이 있었다.



몸치에 박치인 자가 뭔 댄스냐고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몸치에 박치이기에 <캐릭터 댄스의 정석>에 이끌렸다.


매번 춤을 배울 때마다 누구 1명을 붙잡고서 3시간은 연습을 해야 그나마 보기 좋은 나에게 민속춤은 접근 난이도가 지옥이었다.


주변에 누구 하나 아는 사람은 없고, 유튜브는 검색조차 두려울 판이었다.


어디에 물어볼 때도 없고 그래도 배우고는 싶고 끙끙될 때 이 책은 정말 초심자를 위한  선물이었다.



발동작 하나조차 1~10까지 아주 자세하게 보여준다.


좀 복잡하다 싶은 부분은 그림을 통해서 보여준다.


동체시력이 보통인 자로서는 매우 편리하고 좋은 구성이었다.


유튜브 동영상 하나만 1시간 이상 붙잡고 0.x배속으로 장 단위로 분석할 필요도 없었다.


연습하다 자기 발을 받고, 관절만 아플 필요도 없었다.


그저 하나부터 열까지 발동작부터 몸체에 이르기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몸치에 박치라서 누구에게 배우는 일조차 미안했던 자로서 죄책감이 들지 않는 구성이었다.


말로 그림으로 한 동작씩 설명해주기 때문에 몰라서 헷갈려서 춤을 못 추지도 않았다.


하나부터 시작해서 전체가 이어진 구조로 힘들게 한 동작을 타파하면, 다음이 더 수월한 구조로 춤을 추기 고된 나도 끈질기게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캐릭터 댄스에 관심이 있거나 기초부터 배우고픈 사람도, 나처럼 몸치에 박치여도 시도해보고 싶은 초심자도 참 다가가기 좋고 시도하기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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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운하시곡
하지은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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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고3 수능을 준비할 때, 고전소설 부분이 좋았다. 


언제 읽어도 알기 쉬운 글의 구조와 옛스러우면서도 재미있는 표현들, 허풍스러운면서도 익살스럽고 그러면서도 묘하게 비판하는 바가 분명한 해학과 풍자 그리고 환상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이런 나도 수능 이후부터 고전소설과 멀어지고 말았다.


스타트렉, 스타워즈, 트랜스포머, 히어로 시리즈 등 서양풍, 정확히 말해서 영미권의 작품들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가도 인터넷을 봐도 현저하게 차이가 날 정도로 많은 영미권 작품에 나는 고전소설로의 관심을 끊어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고전소설에 대한, 동양풍에 대한 관심이 남아 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몰라서 도서관의 동양문학 코너만 서성이기도 했지만, 무언가 잡아낼 수 없었다. 내가 바랬던 고전소설도 동양풍의 작품은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동양풍 단편집인 <야운하시곡>이 나왔을 때 감격할 정도였다.


그토록 내가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고전소설을, 동양풍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예상보다 작품은 등골이 서늘해지고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피의 운명으로부터 빠져나가지 못한 남자의 말로


돌고 돌아서 업보를 받은 남자의 회상과 끝


경국지색의 요부라 불렸던 여자의 서글픈 상황과 눈물


자신의 운명에 대한 확신조차 없었음에도 살아남은 자의 혼란


민화, 설화, 전설, 고전소설의 일부가 모두 섞인 듯한 동양풍의 향연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꿈에 나와서 똑같이 당할까봐 무서울 정도였다.


실제 특정 지역의 설화에서 원전이 왔거나 오래된 시가에서 원전이 있는 경우, 직접 찾아서 진짜로 그런 내용인지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동시에 애틋하면서도 가슴이 저릿한 작품집이었다.


사랑하고 소중히 여긴 존재이기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


사랑하고 소중히 여긴 존재를 위해서 스스로를 버려야 했던 사람


단지 더 나은 삶을 바랬지만 결국은 제자리였고, 그럼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살아야 하는 자


사랑했지만 의심했고 그렇기 때문에 가슴이 아픈 자


무섭고 소름이 끼치는 부분도 있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배경과 상황에 복잡미묘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따질 수도 없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그런 면모를 짚어내는 날카로운 시각에 가슴이 서글프고 아타까운 감정으로 후벼파지는 느낌이었다.



분명 내가 읽었던, 그리워했던 고전작품과는 다를지언정, 새로운 동양풍의 세계를 뼈조리게 느끼며 만났기에 더할나위 없이 즐거운 <야운하시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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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이야기
메이 싱클레어 지음, 송예슬 옮김 / 만복당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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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여성의 순결을 강조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20세기 초의 영국이라도 아직 여성의 인권이 그렇게 높았던 시절도 아니고, 국왕이 이혼을 못 해서 새로운 종교를 만들 정도의 영국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짐작했다.

무엇보다 단편집 초반의 두 작품이 너무 여성의 순결을 강조해서 오해했다.



과거에 불륜한 사실로부터 죽은 이후에 쫓겨 다니는 여성, 


신비한 능력이 있지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완벽하게 순결해야만 발휘할 수 있는 여성의 이야기가 너무 강렬했다.



초반부에서 여성의 순결이 단편 내에서 강력한 소재로 사용되어서 착각했다.

중후반부부터 나오는 단편이 여성의 순결로 해석될 수 없자 다른 시각에서 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시각은 무언가가 밝혀질지도 모른다는 인간의 두려움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의 불륜 사실에 사후에도 시달리는 여자


남편이 사랑하는 이가 자신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여자


정신적 유대를 넘어서 육체적 관계를 바라는 여자


자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사실이 밝혀질까 걱정이 되는 남자



사랑과 얽힌 무언가가 밝혀질까 전전긍긍하는 심리 묘사에 처음에 확신을 했다.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서 여성의 순결로도 무언가가 밝혀질까 두려운 마음으로도 해석할 수 없는 작품이 나오면서 세 번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사후에 불륜의 기억으로 고통받는 여성


사후에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러 온 여성


자아의 벽을 뛰어넘는 영혼의 경계를 오고가는 여성


육체를 뛰어넘는 관계를 맺은 남녀


사후에도 산 자의 모든 것을 아는 노부인


죽음으로서 더 나은 삶을 맞이한 노인


영혼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 학자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삶과 죽음을, 삶이라는 현실과 죽음 이후라는 이상 사이를 넘나들고 있었다. 평소에 막연하게 해온 질문에 답을 해주는 것 같아서 세 번째 시각이 재미있었다.


"죽음 이후에 새로운 삶이 있을까?"


"죽은 자가 산 자에게 간섭할 수 있을까?"


"육체를 뛰어넘는 세계가 있을까?"


이런 질문을 막연하게 하고 있다면 더 즐거울 <기이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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