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이야기
메이 싱클레어 지음, 송예슬 옮김 / 만복당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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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여성의 순결을 강조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20세기 초의 영국이라도 아직 여성의 인권이 그렇게 높았던 시절도 아니고, 국왕이 이혼을 못 해서 새로운 종교를 만들 정도의 영국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짐작했다.

무엇보다 단편집 초반의 두 작품이 너무 여성의 순결을 강조해서 오해했다.



과거에 불륜한 사실로부터 죽은 이후에 쫓겨 다니는 여성, 


신비한 능력이 있지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완벽하게 순결해야만 발휘할 수 있는 여성의 이야기가 너무 강렬했다.



초반부에서 여성의 순결이 단편 내에서 강력한 소재로 사용되어서 착각했다.

중후반부부터 나오는 단편이 여성의 순결로 해석될 수 없자 다른 시각에서 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시각은 무언가가 밝혀질지도 모른다는 인간의 두려움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의 불륜 사실에 사후에도 시달리는 여자


남편이 사랑하는 이가 자신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여자


정신적 유대를 넘어서 육체적 관계를 바라는 여자


자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사실이 밝혀질까 걱정이 되는 남자



사랑과 얽힌 무언가가 밝혀질까 전전긍긍하는 심리 묘사에 처음에 확신을 했다.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서 여성의 순결로도 무언가가 밝혀질까 두려운 마음으로도 해석할 수 없는 작품이 나오면서 세 번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사후에 불륜의 기억으로 고통받는 여성


사후에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러 온 여성


자아의 벽을 뛰어넘는 영혼의 경계를 오고가는 여성


육체를 뛰어넘는 관계를 맺은 남녀


사후에도 산 자의 모든 것을 아는 노부인


죽음으로서 더 나은 삶을 맞이한 노인


영혼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 학자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삶과 죽음을, 삶이라는 현실과 죽음 이후라는 이상 사이를 넘나들고 있었다. 평소에 막연하게 해온 질문에 답을 해주는 것 같아서 세 번째 시각이 재미있었다.


"죽음 이후에 새로운 삶이 있을까?"


"죽은 자가 산 자에게 간섭할 수 있을까?"


"육체를 뛰어넘는 세계가 있을까?"


이런 질문을 막연하게 하고 있다면 더 즐거울 <기이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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