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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말하는 아동학대 - 법원 판결로 아동학대 알아보기
박우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9월
평점 :
올해 초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정인이 사건을 기준으로 하여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정인이 사건 이후로 올라오는 아동 유기, 방임, 치사, 살인 사건 소식이 몇 달 내내 뉴스에서 안 내려갈 정도였다. 수많은 뉴스 속에서 의문 또한 떠올랐다.
도대체 무엇이 아동학대이고 어디까지인지?
수많은 뉴스 속에서 아동학대의 모습은 아래와 같았다.
부모나 교육 관련 종사자가 갓난아기~유치원생에게 폭력과 폭언을 한 경우
마치 아동학대는 특정 성인과 특정 연령대의 아이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진 느낌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더 넓은 대상과 상황을 포함하는게 아동학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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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아동학대는 무엇인가?
이렇게 알송달송한 아동학대를 이 책은 제2장에서 자세한 설명을 통해 이해시켜준다.
수많은 법률 상에서 아동은 최대 만 20세가 되기 전까지 사람을 의미한다.
민법, 아동복지법, 청소년기본법 등 다양한 법에서 아동을 비롯한 청소년, 소년처럼 아동과 관련된 법률을 보면 아동은 성인이 되기 전의 나이대까지 포함한다.
아동의 범위가 넓은 것도 신기했지만 아동학대의 정의를 보고 난 뒤에 경각심이 들 정도였다.
아동학대는 2가지 경우를 의미한다.
이 책에서는 아동복지법 제3조의 정의를 보여준다.
요약하면 성인이 아동에게 발달을 저해하는 폭력을 행사한 경우와 부모가 양육에 있어서 방임과 유기를 한 경우가 아동학대이다.
즉 아동학대의 가해자의 범위는 성인 전체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제3장에서 나온 많은 사례를 읽으면서 아동에 대한 조심성을 더 갖게 되었다.
혹시나 대학생인 내가 어린 조카들에게 도움이 되라고 했던 조언이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아이들이 문제에 휘발리지 않게 했던 조치가 폭력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3장에 나온 사례를 읽으면서 아동을 대할 때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사랑의 매는 폭력이 아니며, 꽃으로도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됩니다.
아동을 대할 때 매우 까다로운 점은 과연 체벌을 해도 되는가? 이다.
아이가 잘못을 했고 그로 인해서 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입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른이라면 신고나 고소를 통해서 죄와 처벌을 받게 할 수 있지만 아이는 그럴 수 없다.
그럴 때마다 나오는게 사랑의 매인데, 법적으로 사랑의 매는 허용될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한 초등학교 교사의 사례를 보면서 사랑의 매는 아주 특수한 경우에만 행하여지는 일임을 알고, 앞으로 아동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게 된 계기였다.
책에 나온 사례는 이랬다.
초등학생 1명이 선생님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질문을 해주었고 수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학생이 자꾸만 말썽을 피웠다. 다른 학생을 방해하고 수업 진행을 나갈 수 없게 했다. 교사는 3차례 이상 말로 경고했으며, 마지막 수단으로 매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생은 계속 말썽을 피워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었고 결국 교사는 매를 때렸다.
아동에게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말, 공간 분리, 위험물 제거 등)을 다 취하는 노력을 해도 안 되는 아주 특수한 경우에만 사랑의 매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아이가 잘못해서 타일러도 안 되면 매 때려야 하는건가?"라는 생각을 할수도 있지만 실상은 훨씬 복잡하다.
이에 나는 오은영 박사님이 집사부일체에 나와서 한 말이 생각난다.
"아이가 모른다면 백 번이고 만 번이고 말해줘야 하고...아이가 잘못을 하면 화를 내는게 아니라 이러이러한 이유로 엄마/아빠가 이런 감정을 느꼈고 그래서 다음부터는 이런 행동을 하면 좋겠다고 말해주고...아이가 식당에서 말썽을 피운다면 식당 밖으로 나가서 일의 원인이 아이의 어떤 행동 때문이고 어떤 규범/기준에 의해서 문제였는지 인식시켜 줘야 한다."
방송에 나왔던 내용 중에 기억나는 말만 썼지만, 아동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아동학대로 뉴스에 나온 사례를 보면 감정을 설명하고 행동 규범을 알려주고 같이 행하기보다 자기 기준에 안 맞다고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과연 이들이 폭력보다 부드럽게 말로 타이르고, 질문이 끝날 때까지 대답해주고, 반복해서 말해주고, 문제 상황으로부터 아이를 분리하고 차근차근 감정과 대처법을 알리고 같이 실행했을까?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사랑의 매는 용인될 수 없으며 행해져서도 안 된다.
아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이에 맞게 모든 노력을 동원해서 행동해야 한다.
아이가 잠을 안 자서 문제라면, 원인이 무엇인지(에너지가 넘쳐서 노는 시간이 짧다. 밥 먹고나서 얼마 안 되어서 잠을 못 잔다. 덥고 불편해서 잠을 들 수 없다.) 알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행하고(아이와 더 놀아준다. 밥 먹은 뒤에 소화하는 시간을 가진다. 잠자리 이불을 바꾼다.), 행동에 문제가 있다면(다른 아이의 머리를 잡아당겨서 그 아이가 운다든지 등) 왜 그러한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감정-규범을 말해주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같이 역할극을 해서라도 판단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렇게 아동에 대한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고 우리는 사랑의 매를 들었는가 생각해보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산은 1개 더 있었다.
아동학대에 익숙해져 있다면?
20대 초반인 나만 해도 고등학교 때까지 사랑의 매가 맞은 적도 있었고, 본 적도 많았다.
유치원 때 수학을 못 한다고 오전 수학시간부터 계속 강제로 수학 문제를 풀어야 했고, 그날 밥도 점심시간이 지난 4시에서야 찬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또 말성을 피운다고 추운 겨울날 저녁에 눈이 오는데도 팬티에 내복 윗도리만 입고 엄마가 퇴근하기 전까지 맨발로 밖에 있어야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숙제를 못 했다고 손이나 엉덩이를 장구채로 맞은 적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 와서는 선생님 중 한 분이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반 아이들 앞에서 모욕을 준 적도 있었고, 상담할 때 내가 말썽이라고 심한 소리를 하신 적도 있었다.
지금은 다들 퇴직하거나 잘려서 볼 일이 없는 동성의 선생님들이어서 신경쓰지 않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나도 모르게 심각한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온 이유도 일상 속 아동학대일지도 모르는 행위를 다시금 보고 새롭게 행동하자는 작가님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무엇이 아동학대인지 모르고, 익숙하다는 이유로 넘어간다면 아동학대를 비롯한 폭력은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리라...
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여, 책을 받고 개인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