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이렇게 하면 되나요? - 실무 디자인 작업 과정부터 레이아웃, 색상 사진/그림, 폰트, 인쇄 제작까지 이렇게 하면 되나요?
오자와 하야토 지음, 구수영 옮김 / 제이펍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단 활동으로 무상으로 책을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공대생이면 디자인은 신경쓸 일이 아니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게 뭔 일인지 디자인할 일이 엄청 많았다.

아이디어 회의 때 스토리보드, 포스터 구상할 때 레이아웃 러프, 발표할 때마다 다시 만드는 새로운 ppt 템플릿, 코딩 수업 때 활용하는 알고리즘 구조도 등 참 다양한 방면으로 디자인 스킬을 활용해야 해서 공대생으로서 죽을 맛이었다. 

당장 이번 여름방학에도 포트폴리오 제작으로 달달 볶이는 상황으로, 시각디자인 책이라도 찾아봐야 하나 고민하던 중 <디자인, 이렇게 하면 되나요?>를 만났다.

솔직히 처음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만났던 디자인 책들은 이론과 사례 둘 중 하나에 치중해서 균형을 못 맞춘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론과 사례가 1:1 비율이었다! 거기다 대학 교재보다 깔끔한 가독성에 바로 지금 하는 일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쉬운 설명과 많은 예시가 있어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이대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다가는 x손으로 수상은 커녕 제출이나 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이 책을 만나서 좋은 참고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x손 공대생이 디자인 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세심한 작가님의 손길이 있었다.

시각디자인 위주로 일하는 분이지만 다양한 디자인 스킬을 겸비한 현직 디자이너인 만큼 읽는 독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디자인, 이렇게 하면 되나요?>를 읽는 법을 처음부터 알려주실 정도였다. 디자인 x손인 공대생도 이해하기 쉬운 이론 설명에 바로 옆 장이나 다음장에 실제 적용 사례를 같이 배치해놓아서 확 이해가 와닿았다. 특히 레이아웃 부분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공대생이라도 포스터나 표지 디자인은 피해갈 수가 없다. 

당장 포트폴리오 제작에 진이 다 빠지는데, 확 시선을 잡아끌 표지 생각에 두통이 올 정도였는데,

기본 레이아웃 규칙에다가 포스터나 표지 예시까지 초반에 팍팍 나오니 없던 디자인 능력도 생기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전에 발표 포스터를 만들 때 레이아웃 때문에 팀원들이랑 러프를 5개 이상 그렸다 지웠다 하는 악몽을 경험한 적이 있어서 제일 민감한 부분이었다.

과연 센스0점 공대생인 내가 이 디자인 책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였다. 

사례도 예시도 많은데 이론도 적당한 수준으로 폭넓고 활용도가 높아서, 포트폴리오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센스0점 공대생인 사람도 도움이 되니,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호사가 말하는 아동학대 - 법원 판결로 아동학대 알아보기
박우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초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정인이 사건을 기준으로 하여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정인이 사건 이후로 올라오는 아동 유기, 방임, 치사, 살인 사건 소식이 몇 달 내내 뉴스에서 안 내려갈 정도였다. 수많은 뉴스 속에서 의문 또한 떠올랐다.

도대체 무엇이 아동학대이고 어디까지인지?


수많은 뉴스 속에서 아동학대의 모습은 아래와 같았다.

부모나 교육 관련 종사자가 갓난아기~유치원생에게 폭력과 폭언을 한 경우

마치 아동학대는 특정 성인과 특정 연령대의 아이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진 느낌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더 넓은 대상과 상황을 포함하는게 아동학대였다.


아동, 아동학대는 무엇인가?


이렇게 알송달송한 아동학대를 이 책은 제2장에서 자세한 설명을 통해 이해시켜준다.

수많은 법률 상에서 아동은 최대 만 20세가 되기 전까지 사람을 의미한다.

민법, 아동복지법, 청소년기본법 등 다양한 법에서 아동을 비롯한 청소년, 소년처럼 아동과 관련된 법률을 보면 아동은 성인이 되기 전의 나이대까지 포함한다.

아동의 범위가 넓은 것도 신기했지만 아동학대의 정의를 보고 난 뒤에 경각심이 들 정도였다.

아동학대는 2가지 경우를 의미한다.

이 책에서는 아동복지법 제3조의 정의를 보여준다.

요약하면 성인이 아동에게 발달을 저해하는 폭력을 행사한 경우와 부모가 양육에 있어서 방임과 유기를 한 경우가 아동학대이다. 

아동학대의 가해자의 범위는 성인 전체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제3장에서 나온 많은 사례를 읽으면서 아동에 대한 조심성을 더 갖게 되었다.

혹시나 대학생인 내가 어린 조카들에게 도움이 되라고 했던 조언이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아이들이 문제에 휘발리지 않게 했던 조치가 폭력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3장에 나온 사례를 읽으면서 아동을 대할 때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사랑의 매는 폭력이 아니며, 꽃으로도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됩니다.


아동을 대할 때 매우 까다로운 점은 과연 체벌을 해도 되는가? 이다.

아이가 잘못을 했고 그로 인해서 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입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른이라면 신고나 고소를 통해서 죄와 처벌을 받게 할 수 있지만 아이는 그럴 수 없다.

그럴 때마다 나오는게 사랑의 매인데, 법적으로 사랑의 매는 허용될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한 초등학교 교사의 사례를 보면서 사랑의 매는 아주 특수한 경우에만 행하여지는 일임을 알고, 앞으로 아동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게 된 계기였다.


책에 나온 사례는 이랬다.

초등학생 1명이 선생님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질문을 해주었고 수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학생이 자꾸만 말썽을 피웠다. 다른 학생을 방해하고 수업 진행을 나갈 수 없게 했다. 교사는 3차례 이상 말로 경고했으며, 마지막 수단으로 매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생은 계속 말썽을 피워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었고 결국 교사는 매를 때렸다.

아동에게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말, 공간 분리, 위험물 제거 등)을 다 취하는 노력을 해도 안 되는 아주 특수한 경우에만 사랑의 매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아이가 잘못해서 타일러도 안 되면 매 때려야 하는건가?"라는 생각을 할수도 있지만 실상은 훨씬 복잡하다. 


이에 나는 오은영 박사님이 집사부일체에 나와서 한 말이 생각난다.

"아이가 모른다면 백 번이고 만 번이고 말해줘야 하고...아이가 잘못을 하면 화를 내는게 아니라 이러이러한 이유로 엄마/아빠가 이런 감정을 느꼈고 그래서 다음부터는 이런 행동을 하면 좋겠다고 말해주고...아이가 식당에서 말썽을 피운다면 식당 밖으로 나가서 일의 원인이 아이의 어떤 행동 때문이고 어떤 규범/기준에 의해서 문제였는지 인식시켜 줘야 한다."

방송에 나왔던 내용 중에 기억나는 말만 썼지만, 아동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아동학대로 뉴스에 나온 사례를 보면 감정을 설명하고 행동 규범을 알려주고 같이 행하기보다 자기 기준에 안 맞다고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과연 이들이 폭력보다 부드럽게 말로 타이르고, 질문이 끝날 때까지 대답해주고, 반복해서 말해주고, 문제 상황으로부터 아이를 분리하고 차근차근 감정과 대처법을 알리고 같이 실행했을까?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사랑의 매는 용인될 수 없으며 행해져서도 안 된다. 

아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이에 맞게 모든 노력을 동원해서 행동해야 한다.


아이가 잠을 안 자서 문제라면, 원인이 무엇인지(에너지가 넘쳐서 노는 시간이 짧다. 밥 먹고나서 얼마 안 되어서 잠을 못 잔다. 덥고 불편해서 잠을 들 수 없다.) 알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행하고(아이와 더 놀아준다. 밥 먹은 뒤에 소화하는 시간을 가진다. 잠자리 이불을 바꾼다.), 행동에 문제가 있다면(다른 아이의 머리를 잡아당겨서 그 아이가 운다든지 등) 왜 그러한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감정-규범을 말해주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같이 역할극을 해서라도 판단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렇게 아동에 대한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고 우리는 사랑의 매를 들었는가 생각해보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산은 1개 더 있었다.

 

아동학대에 익숙해져 있다면?


20대 초반인 나만 해도 고등학교 때까지 사랑의 매가 맞은 적도 있었고, 본 적도 많았다.

유치원 때 수학을 못 한다고 오전 수학시간부터 계속 강제로 수학 문제를 풀어야 했고, 그날 밥도 점심시간이 지난 4시에서야 찬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또 말성을 피운다고 추운 겨울날 저녁에 눈이 오는데도 팬티에 내복 윗도리만 입고 엄마가 퇴근하기 전까지 맨발로 밖에 있어야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숙제를 못 했다고 손이나 엉덩이를 장구채로 맞은 적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 와서는 선생님 중 한 분이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반 아이들 앞에서 모욕을 준 적도 있었고, 상담할 때 내가 말썽이라고 심한 소리를 하신 적도 있었다.

지금은 다들 퇴직하거나 잘려서 볼 일이 없는 동성의 선생님들이어서 신경쓰지 않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나도 모르게 심각한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온 이유도 일상 속 아동학대일지도 모르는 행위를 다시금 보고 새롭게 행동하자는 작가님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무엇이 아동학대인지 모르고, 익숙하다는 이유로 넘어간다면 아동학대를 비롯한 폭력은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리라...


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여, 책을 받고 개인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쓰레기는 없다 -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업사이클
윤대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들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환경 문제? 지금 분리수거 하기도 번거로운데 이 정도만 해도 다행인거 아냐?"


솔직히 나도 이런 안일한 생각 아래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실제로 사는 지역에서 쓰레기 문제로 시위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쓰레기 매립장에 더 이상 쓰레기를 묻을 수 없고, 

쓰레기 소각장까지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렸을 때 

길거리가 3분기 내내 쓰레기와 재활용 봉투 투성이었다.


음식물 쓰레기는 터지고 썩어서 냄새가 나고, 재활용도 곰팡이에 이끼에 장난 아니었다.


다시 매립장을 열어서 다행이었지만, 언제 닫을지 모르는 시설이라 불안하다.


더 이상 환경 문제가, 

뉴스에 나오는 기사거리가 다른 지역,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새로운 길로 가야 했다.


<쓰레기는 없다>는 새로운 길의 자세한 길잡이라 할 수 있다.


업사이클링이란 개념부터 업사이클링을 실천하는 다양한 사례를 전한다.



우리는 흔히 리사이클링, 재활용만 알고 있다. 


분별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으면 사용하고, 녹일 수 있으면 녹여서 사용하는 재활용만으로는 지금의 쓰레기 대란, 분리수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리사이클링을 포함하는 더 개선된 개념이 업사이클링이 있다.


업사이클링이란 우리가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물건에 독특한 디자인 등의 요소를 부여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의미한다.


업사이클링은 우리가 쓰레기라고 생각하던, 더 사용될 수 있는 자원을 찾아내어 버려지는 자원을 줄이고 지역 내 일자리 창출, 순환하는 제조 경제를 조성하는 중요한 일을 한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낯선 이유는 아래와 같다.



현대 사회는 제조업 기반의 대량 소비와 생산 체제이며, 더 나아가 과소비 시대다.


굳이 물건을 오래 사용하지 않더라도 어디에서든지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 있고,

소비하지 않으면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 뉴스까지 빈번히 나오는 세상에서

더 사용할 수 있으면 사용하고, 쓰레기도 다시 활용하는 업사이클링이란 개념은 낯설다.


무엇보다 현대 경제 체제는 소비자가 생산-소비-처리 단계에서 

소비에만 관여하는 단방향 경제이기 때문에 

생산-소비-처리가 순환하는 순환 경제 체제가 생소하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함을 느끼지만 현실은 과도기여서, 

업사이클링 기업도 경쟁성을 갖추지 않는다면 도태되어 대중의 눈에도 들지 못 한다. 


주로 중소기업~1인 기업 등 소규모 형태가 많다는 점에서 

업사이클링을 비롯한 녹색 기업이 성장하기에 대기업이 주를 이루는 현대 사회는 험난하다.


또한 순환 경제 체제가 되려면 기업과 고객 간의 신뢰가 두터워야 하는데 

국내에서 그런 사례가 적다는 점도 개선해나갈 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업사이클링, 사회적 기업, 녹색 기업으로서 성장하고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기업과 단체가 있으며,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니 속이 시원하다.


어떻게 녹색 순환 경제의 패러다임으로 갈 수 있는 알려주기 때문이다.



의식주와 놀이 그리고 문화에 이르기까지 재활용, 업사이클링, 마을/지역 공동체의 다양한 사례는 일상 속에서 순환 체제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잘 보여준다.


개인 이상의 사람이 모여서 하는 일이 많아서 어떻게 일상에 적용해야 하나 의문도 들었지만 생각보다 사소하게 실천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예를 들면 음식의 경우 적당한 양의 양념만 덜어서 버리는 일을 줄인다던가

한짝만 남은 양말로 인형을 만든다던가 전자기기도 다시 수리해서 사용하는 일이 있다.


큰 의미에서 업사이클링은 협회, 마을, 기업 등 법인이 자신들의 가치를 전하고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음을 전하는 모양새이지만, 

개인 단위로 본다면 처음부터 낭비되는 물질을 줄이고, 고쳐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더 사용하고 일상 자체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재활용과 분리수거를 넘어서는 쓰레기를 다루는 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현장 견학, 기업탐방, DIY 등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고, 실현 가능함을 알게 되리라!


출판사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책을 받고 개인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빛 나라
이쓰키 유 지음, 김해용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보다 위태롭게 느껴지는 한국


자살을 막으려는 고스케, 자살은 유도하려는 자, 자살을 하려고 했던 10대

이들이 사는 일본은 한국과 너무 비슷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취업난으로 살아갈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 세대, 사회에서 고립되어 소리소문도 없이 죽는 사람들

그러나 소름이 돋았던 부분은 자살에 있어서 한국이 일본보다 더 심각하단 점이었다.

일본 인구의 절반 정도 되는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이다.

거기에 소설 속 고스케가 운영하는 <레테>처럼 자살예방/상담 센터가 국내에 잘 구축되었는지도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VR 자살 게임인 <은빛 나라>의 이야기는 꺼림칙하면서 찝찝했다.

가장 현실에 가까운 부분을 꼽자면 인간이 살고 죽는 이유였다.


첫 번째는 인간 때문에 죽고, 인간으로부터 파생된 무언가에 산다는 점이었다.


따돌림 당해서 자살하려고 했지만 게임으로 다시 살 이유를 찾은 자

사람에게 실망감을 느끼고 죽으려고 했지만 한 사람의 격려로 인해 살아가는 고스케

가족과 친구로부터 상처받았지만 다른 사람의 손길로 살기로 한 10대

다른 사람으로 인해서 상처 받아 죽고 싶었지만 사람이 내민 손길에, 그들이 만든 창작물 덕분에 살아갔던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면 인간은 인간에 의해서 죽고 산다.


두 번째는 적성이다.


고스케는 남이 자신으로 인해서 웃는 모습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능력을 바탕으로 자살상담센터 <레테>를 세워 삶을 살아가고 있다.

왕따를 당했던 고스케 친구도 게임을 좋아하고, 잘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찾았기 때문에 여러 고비 속에서 삶을 선택했다. 좋아하는 분야를 찾고 능력을 발휘하는 일 자체가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은 보금자리이다.

어떤 역할이든 의무를 지녔는지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인정되고 머물 수 있는 곳

그 자체로 안정감을 주고 삶을 살아갈 이유를 준다.

보금자리는 일터일수도 있고, 가족, 친구, 또는 역할이나 규범일 수도 있다.


즉 결국 인간이 죽고 사는 이유는 자신을 인정해주고 함께 살아갈 존재의 유무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고, 이는 소설 속 도시 사람들과 경찰의 태도를 통해 알 수 있다.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타인의 죽음


새파랗게 질린 맨발로 뛰쳐나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게 일말의 관심도 없는 도쿄 주거인들

자살 게임으로 누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가벼이 여기는 경찰들

둘 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노력도 안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라고 그러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누가 죽든 나의 삶을 이어지니 무시하지는 않았는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 자신의 의견만을 내세우지는 않았는가?

차가울대로 차가워진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가님의 신호탄이 아닐가?


결국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어주는 사회가 되어, 자살을 막자는 메시지가 아닐까?



당신은 누구에게 공감했는가?


이런저런 죽음, 특히 자살에 관련된 인물들을 만나면서 참 잘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1마디에 새로운 삶을 산 고스케

한 친구 덕분에 역경을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고스케의 친구

가족의 죽음을 겪었지만 이제는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막는 동업자

가족과 친구로부터 상처 받았지만 다시 인간을 믿고 살아가는 10대

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다니며 수용되고 싶은 자


20대 초반이라서 같은 학생인 10대에게 가장 많이 공감했지만, 또 나이를 먹는다면 모른다.

지금은 좋더라도 역경의 순간이 올지도 모르고, 배신을 당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있더라도 누군가에게 정을 주고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은빛 나라>가 열린 엔딩이라도 일말의 자비와 희망을 뿌린 것처럼 나도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어쩌면 작가님이 사용한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등불일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동엽의 성선설
신동엽.김지연 지음 / 호우야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MZ세대인 성인이라고 해도 성에 대해서 터놓고 말할 수는 없다.


그 정도로 아직도 조심스럽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대상이 성 고민이다.


20년도 넘게 모태솔로인 나조차도 질염에 대해서 고민하고, 

혼전관계와 스킨쉽에 대해서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하는데 

연애나 결혼을 한 사람은 오죽할까?


속 시원하게 말해주는 책도 없고, 

인터넷도 짧은 글을 제외하면 그렇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답답했는데, 

<신동엽의 성선설>은 공감도 해주고 의학적 지식도 주어서 시원했다.


이제부터 그 매력 포인트는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의학지식을 손쉽게 전달해준다는 점이다.


성 고민은 생식기의 상태와 밀접한 부분이 많아서 

인터넷 검색을 해도 민망하고 어려운 내용이 많았다. 


병원처럼 전문적인 기관의 코멘트가 많이 올라오는데 그래서 조금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다.


질염처럼 폭넓게 알려진 질병이 아닌 경우는 잘 몰라서 검색해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방광염, 자궁경부암, 기생충과 균에 의한 감염 등을 사연에 자연스럽게 녹여서 대답해주어서 이해하기 좋았다. 또한 열린 해답을 준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두 번째는 성 고민에 대한 보편적인 통념과 열린 해답을 둘 다 제공해준다는 점이었다.


특히 결혼 후에도 성관계를 어떻게 해서든지 피하는 파트너 때문에 답답한 분의 사연이 기억에 남았다. 모태솔로인 나도 성기능 장애/성적 취향의 은폐 등을 생각했는데 신동엽씨와 의사언니 두 분도 그런 생각을 하셔서 신기했다. 

이분들도 생각하는 방향은 비슷하게 느껴져서 친근했고, 의사 언니의 의외의 답변에 놀라웠다. 

과거 사고로 인해서 서지 않는 분도 있다고, 그래서 같이 전문가에게 찾아가는 방법도 좋다고 하시는 말씀이 새로웠다. 여러 가지 선택지를 준다는 점에서 상담자를 배려한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마지막 특징도 비슷하다. 바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구성이란 점이다.


연애/결혼/성 경험 유무에 상관 없이 공감하고 관심이 가는 사연이 2~3개씩은 있다.


행동, 질병 예방, 사고 외에도 다양한 면에서 조언을 주고 공감해준다는 점에서 성 고민을 가진 사람에게 더 없이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누군가 성 고민으로 생각이 많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속 시원하게 의학적 지식까지 알고 고민을 풀 단서를 얻을 책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