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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황홀 - 윤광준의 오디오이야기
윤광준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디오에 미친 사람들을 보며 사람들은 왜 저러지.. 한다. 월간 오디오저널 이런 잡지를 보면 이런 거 사는 사람도 있나.. 이러기도 한다. --;;;;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당신도 어쩌면 소누스 파베르 스피커, 뮤지카 앰프에 아캄 디바 cd-2를 장만하려면 언제까지 저축을 해야하나... 이런 고민을 할 지도 모른다..
1장에서는 오디오에 얽힌 자신의 체험담을 서두로 어떻게 오디오파일이 되었는지 대해 에피소드에 가까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예전엔 오디오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여유있는 집 자식이겠거니.. 팔자좋네.. 이런 식으로까지 냉소적으로 바라봤던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청각의 쾌감만을 위해 몇백만원씩 투자하는 이해되지 않는 그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청각적 쾌감을 느끼고 전율의 오르가즘을 느껴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향유하는 방식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 권리는 없다.
몇 년 전, 강릉에 있는 '축음기 박물관'에서 국내에서는 보기도 힘들고 구하기도 힘들다는 오디오로 약 20분가량 가곡을 감상한 것이 있었다. 약 15명 가량이 모여있었는데, 노래가 끝난 후 그들은 대부분 울고 있었다. 나 또한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린 적은 있어도 소리에 취해서 눈물을 흘려 본 적은 없었기에 내 반응에 내가 당혹스러웠다. 아.. 소리의 쾌감이라는 게 사람을 이렇게도 만들 수가 있는 거구나..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남들보다는 우호적인 태도로 이 책을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반 평생을 오디오에 바친 윤광준씨가 충분히 이해가 되며 어떤 의미에서는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2장에서는 스피커, 앰프, 카트리지, 플레이어 등 오디오를 이루는 기기들의 이모저모, 개괄적인 오디오의 역사와 미래의 전망까지도 다루면서 오디오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자를 위한 도움말들을 이것 저것 들려 주고 있다. 작가는 쉽게 풀어쓴다고 썼겠지만, 아직까지도 트랜스포트, 컨버터,스피커 유닛, 덕트, 인클로우저 등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잘 설명하기가 어려울 듯 하다. 하지만, 중간 중간 삽입된 그림들이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3장에서는 마크 레빈슨, 매킨토시, 아발론, 탄노이, 패스, 소누스 파베르, 린, 골드 문트, 윌슨 베네시, 패토스 등 명품 오디오에 대한 뒷얘기를 실어 놓고 있어서, 읽는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그들의 장인 정신에 정말 혀를 내두르기도 하고 아름다운 오디오에 넋을 잃기도 하면서 오디오에서 인생을 배웠다는 작가의 말에 십분 공감하며 읽었다.
부록에는 주요 기기 브랜드별 연표와 오디오 매칭에 관한 사례(초보자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길만한..), 추천할 만한 중고 오디오 등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끝까지 독자들을 배려하는 작가의 마음 씀씀이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오디오는 만든 사람과 시대를 반영하는 작업이다. 차가운 기계로 파악하는 한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놓치기 쉬울 것이다. 기능과 디자인이 잘 조합된 오디오, 그리고 만든 사람의 혼, 연주하는 사람의 숨결, 듣는 사람의 염원까지 담아낼 수 있는 오디오.. 그런 오디오를 나도 하나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