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시오노 나나미..로마인 이야기나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읽으면서 그녀의 해박한 지식에 혀를 내두르지 않은 사람들이 없었을 것 같다. 정말 지나치게 똑똑한 것 아닌가.. 참 피곤하게 인생을 사는군.. --; 뭐든지 열심히 할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이 여자는 영화도 참 열심히 봤나 보다. 돈도 많고.. 여유도 많고.. 자신은 애써 부정하려 하지만, 웬지 나는 이 책 곳곳에 배여있는 엘리트 의식이 조금 거슬렸다. 또한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작가의 여유롭고 부유한 성장 환경 또한...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배웠던 나는 전형적인 클래식 소녀였다는 둥 전국의 수재가 모여드는 히비야 고등학교에 다녔다든지, 일본의 황손이나 귀족 자제들이 주로 다는 대학인 가쿠슈인 대학 출신이라든지.. 그러면서도 애써 자신은 그런 쪽 사람들하고는 많이 달랐다고 말은 하는데.. 글쎄...

본문에는 90여편에 가까운 영화 이야기가 실려 있다. 4,50개의 주제로 작가의 생각을 풀어내고 있는데, 죽 나열하기 보다는 몇 개의 장으로 내용을 좀 구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35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을 다 읽으려니 약간 지루한 점도 있었기에..

작가의 솔직한 고백은 그녀를 이해하게는 만들지만, 사랑하게 만드는데에는 역부족인 듯 싶다. 물론 중간중간 씨익 웃으며 동감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2,30대가 느끼기에는 너무 오래된 영화들의 예시와 지나친 주관적 표현으로 책에 빠져들기가 조금 힘들었다.
예를 들어 2002년 1판 1쇄인데도 본문에 최근에 개봉한 영화로 1984년작 '폴링 인 러브'가 소개된다든지..(--;) 게리쿠퍼에 대한 열광적인 예찬이라든지.. 더스틴 호프먼과 잭 니콜슨, 로버트 드 니로가 미국 영화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생각한다는 부분.. 주연 여배우 제니퍼 존스가 싫어서 '모정'을 보지 않았다든지.. 메릴 스티립, 로버트 드 니로 같은 열연형 배우에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든지 하는 부분.. 다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기에.. 정작 농구 스타들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그들의 삶에서 배울게 많았다면 이들의 삶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구절 또한 있는 걸 보면 역시 그녀는 재능 있는 작가이다.
'예술가만큼 시들어서는 안되는 삶도 없다. 시들었다는 것은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상상력이 메말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전하고 싶다. 보게 하고 싶다. 읽게 하고 싶다는 의욕만큼이나 상상력과 창조력을 지탱시켜주는 힘은 없다.'
'시인 릴케가 남자의 순수한 사랑을 경험한 여자는 평생 고독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지만, 진심으로 여자를 사랑한 경험을 가진 남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옛날 영화를 많이 좋아하고 남녀의 사랑, 전쟁, 삶에 대한 여러 생각을 통해 작가의 새로운 모습을 알 수 있어서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역시 (자신은 범재라 평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수재에 가까운..)시오노 나나미는 에세이 보다는 역사서에 더 집중해서 집필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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