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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II
아트 슈피겔만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급한 마음에 2권부터 읽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꼭 읽어야지 했던 책이었는데, 드디어 오늘에서야 읽게 되었다. 역시.. 한 번 잡은 후에 쉽게 놓기 힘든 책이었다.
<쥐>는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를 묘사했다는 점에서 자서전이라 할 수도 있고, 한 아버지의 생생한 추억을 통해 유태인의 대학살을 묘사했다는 점에서는 회고록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유태인들의 고생담.. 이러저러한 매체를 통해 참으로 많이 접해본 소재이다. 영화를 통해서도.. 책을 통해서도.. 그래서인지 기대했던 것보다는 그들의 처참한 생활이라든지.. 절대절명의 위기 같은 상황에 대체로 담담하게 반응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물론 올해 여름 독일 뮌헨 다카우 수용소에 들렀을 때, 상영되는 비디오 자료와 수백장의 사진 자료, 통계 등을 통해 이미 유태인들의 처참함에 치를 떤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유태인들의 절박했던 삶을 수용소 안에서 그대로 전달받았었다. 더욱 생생하게... 정말 말 그대로 정말 끔찍했다.
아무튼 회고록으로서의 성격보다는 자서전적 특성에 나는 더 이끌렸던 것 같다. 다른 경험을 가지고 성장한 두 사람.. 사고나 행동 모두 다를 수 밖에.. 거기에다가 세대까지 차이난다면.. 참으로 공존하기가 힘들 것이다. 아티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정말 솔직하게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수용소에서의 경험은 몇 십 년이나 지난 아버지의 삶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때의 경험으로 인해 지나칠 정도로 부지런하고 근검절약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아버지로 인해 주인공은 숨막혀 하고.... 아.. 나도 그 기분을 십분 이해할 것 같다.
검정고무신 신으며 쌀밥은 구경도 못하고 오로지 당신의 힘으로 학업을 마치신 자수성가형의 대표주자.. 우리 아버지.. 나는 이런 아버지가 물론 존경스럽기는 하지만, 가끔씩 그 지나친 보수성과 근면함, 유아독존식 사고로 인해 숨이 막힐 적이 많다. 그럴 때마다 성격 차이, 세대 차이라 생각하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내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나의 행동이 부끄러워졌다. 아버지들은 그들만의 삶의 철학을 갖고 계시다. 살아온 경험의 축적에 의해 당신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는 것뿐이다. 블라덱의 생존전략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 또 감탄했다. 아마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그냥 나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고 콱 죽어버렸지 싶다. --; 그 끈질긴 생명력.... 아트 슈피겔만이 유태인을 쥐로 표현한 것은 참으로 적절했던 것 같다. 우리 아버지 또한 같은 상황에 처하신대도 저렇게 행동하시겠지.... (쩝.. 어찌하다 보니 집안 이야기까지 나왔나.. =--=)
정리를 해 보자. 표지부터 섬뜩한 <쥐>.. 어찌보면 식상하다 싶을 정도로 이곳저곳에서 많이 우려낸 소재.. 나치의 유태인 대학살에 대한 보고서가 큰 줄기라면 경험의 상이성으로 인한 아버지와 자신의 불편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 또한 곁가지로 맛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물론 나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인해 후자 쪽에 더욱 공감을 하며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