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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부의 대전환 - 기후변화 10년 후 한국의 미래와 생존전략
홍종호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1월
평점 :
“집값과 거주지, 학교 성적과 경제성장, 심지어 신생아 건강과 운동경기에 이르까지 날씨와 기후는 크고 작은 인간 삶의 영역에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P207)
매일 방송되는 8시 혹은 9시 뉴스 끝에는 항상 ‘내일의 날씨’가 있습니다. 날씨는 주로 온도, 습도, 풍속, 태풍의 방향 등 대기압의 흐름과 현상 만을 설명해 줍니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는 이 코너 제목이 ‘내일의 기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후’ 라는 단어는 ‘날씨’ 보다는 그 범위가 좀 더 넓다는 느낌을 주며, 아래와 같은 형식으로 보도형식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기상청’ 직원과 ‘경제학’ 전문 기자가 팀을 이루어 ‘기후경제’ 뉴스를 매일 방송하는 순간도 가까운 미래에 접할 수 있으라 예상해 봅니다.
‘100mm 이상의 폭우가 전국에 걸쳐 예상되는 내일입니다. 이로 인한 1인당 개인적인 경제적 손실은 하루에 약 10만원, 가습기가 전체 빌딩에 가동되는 30층 아파트의 경우 전기료는 하루에 300만원씩, 15일 연속 비가 내리는 기간 동안 총 4500만원의 추가 상승이 예상됩니다. (*미래에 예상되는 가상의 일기예보 예시)
1850년대부터 석탄 사용량 증가, 1930년대의 대규모 유전개발과 이후 진행된 석유사용량 급증으로 인해 이제는 전 세계 99%가 넘는 과학자들은 화석연료 때문에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객관적인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의 95%가 태풍과 폭풍우로 인한 홍수 피해이고, 폭설로 인한 피해는 5% 입니다.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농어민이 가장 먼저 1차로 손실이 생기며 이로 인한 경제적 삶은 극도의 어려움이 처합니다. 도시 거주하는 시민들도 식자재 가격 폭등으로 2차 피해를 직접 경험합니다. 한국의 곡물 자급율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최대 20% 밖에 되지 않습니다. 생존에 필요한 식량의 80%를 수입해야 하는 한국 입니다.
경제불황에 이어 ‘기후불황 Climate Recession’이란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보험산업이 대표적인 피해업종 입니다. 해외의 경우, 대형 태풍과 산불로 2017년에 1440억 달러(160조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지불하여 기후문제가 보험회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한국 보험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2022년 8월에 발생한 서울 강남지역 집중 폭우로 인한 침수 차량은 총 9189대, 이에 따른 추정 손해액은 1273억 7000만 원으로 지난 ‘20년간 피해액 중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출처: ‘폭우 차 침수 피해규모, 역대 최대 1300억원 육박’, 서울경제, 2022년8월 11일자 기사) 일시에 막대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로서는 모르긴 해도 일순간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 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폭우가 연달아서 4-5회 이상 집중적으로 반복되면 웬만한 보험사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현재의 우리가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이제는 대형 재난이 일상화 된 시대를 맞이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현재의 상황이 더 이상 먼 미래에 다가오는 기후위기가 아니라, 남의 일도 아니며 ‘오늘’ 우리 삶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나의 일’이 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p226)
석탄과 석유 등 화석 연료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이룩하며 한발 앞서간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이제는 경제발전이 시급한 다른 나라들이 또 다른 부담과 차별을 당하는 시대 입니다. 동남아 대부분 국가의 경제발전이 선진국 수준에 못미치거나 제대로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2023년 현재, 선진국들은 난데없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고 주변 국가들을 상대로 무언의 압박을 하고 있습니다. 거의 50년 동안 ‘세계화’와 자유무역체재를 지속해 온 국가들 사이에 2020년을 기점으로 ’자국 중심의 경제‘로 회귀하면서 이전 세기에는 없었던 ‘전혀 다른 형태의 기후 무역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습니다.
2022년 5월에 유럽연합은 ‘리파워 EU 계획’ 수립했고, 2025년까지 태양광시설 2배 증설을 비롯하여 2030년까지 600기가와트의 태양광설비 규모를 갖춘다는 계획 하에 예산을 투입하며 착실하게 실행 중입니다. 독일은 아예 2035년까지 100% 달성 목표를 세우고 다른 국가들보다 좀 더 과감하게 추진 중입니다. 먼 미래 시간 같지만, 계산을 해 보면 앞으로 12년 정도 남았습니다.
세계 7위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세계 3위 천연가스 수출국인 노르웨이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상당합니다. 덴마크는 2020년 화석 연료(석탄, 석유) 채굴산업 종료를 선언한 세계 최초의 국가입니다. 석유시추 중단은 물론이고, 2050년까지 기존 생산마저 모두 금지한다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탈탄소를 계기로 창조적 파괴와 창조적 혁신을 스스로 동시에 추진 중입니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부러울 것 없는 나라들이 왜 우리보다 더 긴장을 하면서 이런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을까요? 이들 국가들은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것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이고 객관적인 현실‘이니 현상을 유지하며 마냥 버티기 보다는 차라리 이번 세대에 기후 대응을 최대한 역으로 활용하여 경제를 다시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도가 숨어있습니다.
한국은 변화하는 4계절로 인해 재생에너지를 추진하기에는 기후가 적합하지 않다는 오해도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틀린 사실입니다. 독일은 한반도보다 지리적으로 더 위쪽 북위에 위치하고 있어 태양 일조량이 한국보다 오히려 적습니다. 그런 그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비율이 전체 전기 생산량의 40%를 넘어섰습니다.
한국은 독일보다 일조량이 더 많습니다. 일조량이 우리보다 적은 독일도 하고 있는데, 한국이 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또한, 독일과 달리 한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상 풍력 발전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다국적 풍력회사들이 인천 앞바다에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하겠다고 투자를 추진하고 있거나 투자할 의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익성이 보장되는 곳이면 지구촌 어디든 찾아가는 외국 기업들이 우리가 생각하듯 재생에너지에 적합한 나라가 아니라면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들이 한반도 서해 앞바다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것은 한국 스스로가 재생에너지 산업에서도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탈탄소 국가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당분간은 수 천톤의 철강을 계속 만들고, 대규모 인원을 수송하는 제트엔진의 항공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는 초고속 기차, 천 명이 넘는 승객을 태우고 항해하는 대형 크루즈선박, 대용량 화물을 싣고 오대양을 항해하는 초대형 선박 등은 당분간 원유에서 추출한 연료를 계속 사용할 것 입니다.
또한, 현대 산업발전에 필수적인 4대 물질인 철강과 시멘트(사회 인프라 건설 원료), 암모니아(식량 생산을 위한 비료의 원료), 플라스틱(각종 생활용품의 원료)은 순수 재생에너지 만으로는 생산할 수 없습니다. 산업혁명 시대와 근대 경제발전의 원료인 지하 속에 묻혀 있는 철광석과 석유 자원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해야 합니다. (참고문헌: Vaclave Smil, <How the Word Really Works>, ‘Understanding Energy’, p41)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당분간은 매장되어 있는 지하 자원과 화석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분명한 한계는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대형 운송수단에 필요한 대체 원료를 개발하고, 친환경 건축 자재를 개발하는 등 우리 스스로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 차원의 정책 수립 및 시행, 그리고 산업 발전에 필요한 에너지원의 변화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가 필요한 미래 인력 양성과 현재 인력의 재배치를 위한 미래 기술교육도 병행하는 노력이 반드시 함께 진행되어야 전환기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바야흐로 약 200년간 지속되었던 석탄과 석유에서 태양과 바람 등으로 산업 발달에 필수적인 에너지원이 바뀌는 ‘대변혁의 시대’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석탄발전소, 원자력 발전소, 천연가스로 터빈을 돌리는 발전소도 당분간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한다면 더 이상의 확대는 안됩니다.
기존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이전 세대의 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있다면…앞으로 그 돈은 미래의 에너지원 전환에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10년, 20년 후에 장년이 되는 지금의 청년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성세대가 될 수 있습니다.
강원도 지역에 석탄발전소를 추가로 3기를 건설하고, 한반도에 핵 발전소를 확대할 만큼 대한민국은 결코 한가하지 않습니다. 핵 발전의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한국이 앞장서서 투자할 이유 역시 없습니다.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핵 발전 시설을 확장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 인도, 그리고 한국 세 나라 뿐 입니다. (Still, the future of nuclear generation remains uncertain. Only China, India, and South Korea committed to further expansion of their capacities. - Vaclav Smil, <How the World Really Works>, p40) 실제로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은 재생에너지 활용 비율이 2023년 현재 최하위(꼴등) 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분야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상위 5위 이내로 진입하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국가부도 직전인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상황에서 전 국민이 나서서 금을 모으고, 외화를 만들어 낸…세상에서 보기 드문 높은 응집력을 보유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 국가가 망할 지경에서도 당당하게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 반열에 당당하게 진입한 저력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착실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뭔가를 실행해 나간다면 ‘코로나 위기 극복, 세계 최우수 국가’로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듯이, ‘기후’라는 일상의 단어에 ‘위기’라는 접미어가 붙은 시대에도 우리는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판단합니다.
그래서, 책을 완독한 시점에 돌이켜 보니 저자가 쓴 책의 제목이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 인 이유는,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잘만 극복하면 ‘한국과 한국인들이 만들어 갈 수 있는 또 다른 선진국, 그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중.상류층이 될 수 있는 전환점‘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2035년을 목표로 나아가는 선진국의 목표 시간을 대비시켜 보면 한국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아야 12~13년 입니다. 세계 각국이 목표로 하고 있는 2045년-2050년을 감안해도 20년 조금 넘게 남았습니다. 각 산업분야 추진 모델과 삶의 양식 혹은 한국인의 일상적인 문화가 몽땅 바뀌어야 하는 가까운 미래를 생각한다면 15년-20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닙니다.
정부, 회사, 단체(조직), 개인 등 각각의 사회의 구성원들이 내일부터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 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쉬운 책 입니다. 어려운 분야를 무척 쉽게 설명해 주신 저자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