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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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시자들(2013)‘의 한 장면에 용의자의 단서를 찾고자, 감시를 임무로 하는 특수경찰인 여자 주인공은 그가 버린 쓰레기 봉투를 수거한다. 테이블 위에 냄새 풀풀나는 쓰레기를 모두 펼친 다음, 뭔가를 찾는 장면이 나온다. 개인이 버린 쓰레기를 보면 그 사람의 일상이 보인다.

개인들이 모여 함께 만든 사회라는 조직도 똑 같다. 인천 쓰레기 매립장이나 송파구 재활용선별시설로 향하는 각종 쓰레기에는 도시민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도시가 발달하지 않았던 근대 이전에 쓰레기 처리는 크게 사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닐과 플라스틱 용기도 없었고, 콘트리트도 없었기에 그냥 근처 땅에 구덩이를 파고 버리면 비료가 되었다. 물건도 무척 귀해서 버릴 것이 거의 없었다. 웬만한 물건은 고쳐서 다시 썼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좀 더 안전하고 편하게 살고자 거대한 도시를 만들었고, 그 속에서 생활한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도시의 규모가 커질 수록 새벽 3시부터 아침 6시까지 진행되는 ‘쓰레기 처리’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높아진다.

특이한 책인 ‘쓰레기의 세계사‘(원제: Müll: Eine schmutzige Geschichte der Menschheit, 쓰레기: 추악한 인류의 역사)는 오늘날 세상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쓰레기의 역사와 사회학‘을 다루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더 많은 물건을, 더 적은 비용으로 생산하는 데 ’거장의 반열‘에 올랐지만, 남은 제품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렇게 발생한 쓰레기 처리 문제는 이제 사회적 문제로 자리를 잡았다”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프랑스가 1883년에 뚜껑 달린 철제 쓰레기통을 최초로 도입한 국가라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았다. 책의 끝에서는 쓰레기의 유형과 처리방법은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서며, 가난과 부의 격차 등 사회 불균형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 ‘갈등’을 처리하는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천의 쓰레기 매립지 처리용량이 거의 만땅 수준이다. 이상적인 새로운 매립지를 찾아야 한다. 쓰레기 매립지 유치를 적극 환영하는 지역이 어디에 있을까? 서울 상암동 ‘소각장’ 설치 예정지는 몇 년째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쓰레기 매립지와 소각장을 구할 수 없다면, 방법은 딱 하나 밖에 없다. 쓰레기를 최대한 만들지 않으면 된다. 나는 다른 사람의 개인 삶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 그러나,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지에는 관심이 무척 많다.

매립지가 부족하고 소각장 설치가 어렵다는 소식에 나는 개인적으로 쓰레기 배출을 거의 안하려고 애쓴다. 개인적으로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추구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웬만하면 물건을 사지 않는다. 아플 때를 제외하고는 식사 배달을 시키지 않는다. 배달하시는 분들이 문 밖에서 건네주는 플라스틱 음식 용기 처리가 부담스러워서 배달 어플을 몇 번 쓰다가 삭제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책도 집으로 배달시키지 않는다. 나는 택배 노동자들이 내 집에 물건 배달오다가 심장마비로 죽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중고 서점에서 픽업한다. 시내에 일보러 갔다가 매장에 잠시 들려서 직접 책을 가지고 오면 된다.

텀블러를 늘 가지고 다니며 음료는 거기에 담아서 마신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버릴 ’마땅한 곳‘을 찾을 필요가 없으니 좋다. 하루 3잔 테이크 아웃 기준으로 1년 동안 약 1,000개의 플라스틱 컵을 쓰레기 소각장으로 보내지 않았다 생각하니 별것 아닌 일에도 왠지 뿌듯하기도 하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단순한 나의 삶은 ’사회적 거울‘로 스스로를 비추어 본다면 여러 면에서 부담스럽지 않다. 단순한 삶은 기대 이상으로 무척 가볍고 경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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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쾨스터 지음, ‘쓰레기의 세계사 (원제: Müll: Eine schmutzige Geschichte der Menschheit, 쓰레기: 추악한 인류의 역사), 김지현 옮김, 흐름출판(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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