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의 귀향 - 집으로 돌아가는 멀고도 가까운 길 헨리 나우웬 영성 모던 클래식 1
헨리 나우웬 지음, 최종훈 옮김 / 포이에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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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아가 성공해야 한다‘고 말하던 아버지와 ”죽는 날까지 지극히 사소한 일 하나라도 예수님 사랑에 의지하라“는 어머니 사이의 딜레마에서 성장한 한 사람. 아버지의 가르침 대로(?) ‘목회자’ 만 되기에는 세상의 기준으로는 왠지 양이 차지 않아 ‘심리학자’ 라는 타이틀 하나를 더 취득했던 사람.

네덜란드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하고 돌아와 노트르담 대학에서 강의. 다시 노트르담 대학에서 예일 대학교로, 예일 대학에서 또 다시 하버드 대학교로 자리를 옮기면서 학자로서, 강연자로서 ‘지적인 세상의 사다리 꼭대기’까지 올랐던 사람… 저자인 ‘헨리 나우웬’이 지적 장애인들의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던 인생 전환기 직전까지의 개략적인 삶의 행로이다.

‘헨리’의 사회적 이동 경로를 보면 전문직 교수로서, 그리고 40여 권의 책을 서술한 작가로서, 나는 이 사람이 ‘엄청 성공한 사람’ 이라 생각한다. 이 책 <탕자의 귀향>만 하더라도 영문판으로 100만 권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각 국 언어로 번역이 되어 세상에 나갔으니 100만권 플러스 알파가 될 것이다. 이 책 이전에 출간한 ‘The Wounded Healer: Ministry in Contemporary Society’(1972) 등 나머지 책들도 베스트셀러가 여러 권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1978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그 부재로 인해 스스로의 존재감 상실, 외로움 속에 심리적으로 극심한 내리막을 걷는다. 오죽하면 남들 다 부러워하며 가고 싶은 ‘하버드대학교’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와 강의를 하는 ‘교수직’으로 일하던 사람이 정작 본인은 그 유명한 명문 대학교에서의 생활이 가장 불행한 시기라고 고백을 할까…

“1980년대 초 하버드 대학에서 보낸 마지막 학기는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불행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외로움을 뒤로 한 채 ‘**라르쉬’를 향해 가는 일생일대의 장정을 시작한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습니다“ - 헨리 나우엔 지음. 최정훈 옮김. <*집으로 돌아가는 길 HOME TONIGHT>. 포이에마(2010). P23

* <집으로 돌아가는 길 HOME TONIGHT>은 헨리 나우웬이 <탕자의 귀향>을 쓰기 3년 전, 렘브란트의 그림과 예수님의 비유를 생각하며 얻은 통찰을 ‘라르쉬 데이브레이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나눈 워크숍 녹취록을 정리한 미발표 원고이다.

** 라르쉬(L’ARCHE): 지적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따듯한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공동체로 ‘방주’라는 뜻이다. 1964년 캐나다 사람 ‘장 바니에’가 프랑스 트로즐리에 처음 설립했다. 헨리 나우웬은 1986년 이곳의 캐나다 분원인 ‘데이브레이크’에 들어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던 1996년 9월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1986년 7월 26일 토요일 오후. 헨리 나우엔은 그토록 보고 싶었던 ‘램브란트’의 작품인 ‘돌아온 탕자’를 러시아 지인의 도움을 받아 에르미타주 미술관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서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삶에 지치고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채 무릎을 꿇으면 다가가서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마주보게 된다.

저자 개인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치고, 심리적으로 공허하고 외로운 시기에 우연히 만난 그림 작품 하나. 약 일주일간 박물관에서 그림을 접하고, 1세기에 쓰여진 성경 속 이야기를 오버랩시키는 동안에 떠오른 깨달음과 지적 장애인들의 공동체인 ‘라르쉬’에서의 생활경험과 깨달음을 상호 비교하며 덤덤하게 써 내려간 자기성찰에 관한 기록이다.

하버드대학교 교수직을 벗어던지기까지는 외부에서 보기에 세상에서 나름 성공한 사람이었고, 세상의 불편한 이슈에 대해서는 적당한 거리를 두었던 ‘비판적 관찰자’로 살았던 저자는 스스로 엉망진창이 된 모습을 탈피하고자 일반적인 세상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라르쉬’라는 공동체로 들어가 사망할 때까지 그곳에 머물게 됩니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인상 깊게 본 것은 책의 초반에 나오는 저자의 솔직함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모여있다는 하버드대학교 교수 일을 스스로 접고, 지적 장애인들의 공동체에서 생활을 하기 시작했을 때의 느낌…스스로 무릎을 꿇고 ‘사랑으로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를 향해 한 걸음 더 들어가는 과정…

처음 보는 사람을 덥석 끌어안으며 ‘와 반갑습니다!’ 라고 말하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한 사람의 ‘조건없는 환영인사 겸 포옹’을 생애 처음으로 접하는 저자의 느낌은 무척 당혹스러우면서도 솔직하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현대인으로서의 성공적인 삶의 현장에서 벗어던지고, 처음에는 비록 고달프지만 점차 램브란트가 그린 <돌아온 탕자> 속 둘째 아들의 모습을 지나고, 첫째 아들의 처지와 분노를 극복하고, 마침내 슬픔과 용서와 너그러움을 모두 갖춘 그림 속 아버지의 모습을 향해서 저자 스스로 위대한 사건의 일부가 되어가는 영혼의 자화상이 흥미롭다.

하버드에서 라르쉬로 옮기면서 ‘비판적 구경꾼에서 삶의 주인공’으로, 이성을 기반으로 판단하는 ‘습관적인 재판관’에서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스스로의 삶을 회개하는 죄인’으로, 사랑에 관해 가르치는 교사(목사)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그리고 진정으로 사랑받는 인간’으로 변해 가는 정신적 여정이기도 하다.

살아가면서 완전하게 실패했다고 여길 때, 남들은 괜찮다고 위로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정작 인생 자체가 엉망진창이라고 여겨질 때, 가정과 사회에서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할 때에 어떻게 하면 실패감 혹은 좌절감 혹은 시기와 질투에 이은 분노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육체적 정신적으로 탈진해 있을 때에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에 적지 않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책 속에는 ‘하나님’이란 단어가 수시로 등장한다. ’하나님‘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가진 분들은 그 단어를 상상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정말로 자상하고 인자하고 포근한 참 어른의 모습을 모두 갖춘 아버지’로 치환해서 읽으면 무리가 없다. 혹시라도…성장하면서,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가정 내에서 ‘아버지’로 인해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은 분들이 있다면 그 분들도 ‘상상 속 아버지’를 통해서나마 조금이라도 위로 받기를 희망한다.

어쩌면…살아가면서 그런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면, 책 속에 등장하는 그림 속 아버지처럼 ‘슬퍼할 줄 알고, 용서할 줄 알며, 너그러움을 가진 ‘성숙한 어른’이 되는 방법 중 한 두가지를 이 책은 나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알려주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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