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천상병 시인의 시가 내 마음의 몬타나를 다녀온 후 부쩍 생각났다.더이상 흐르지 못하는 강물 앞에서 이제는 서러워 할 수도 그리워 해서도 안되는데 속절없는 눈물이 흐르려는 까닭은...물가에 앉아 은빛 잔물결을 볼 수 없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 천상병, 강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

그래 그랬었지.

그해 겨울 바람도 숨을죽인 그 어느날,

해저문 산그늘이 강물을 덮어버리고

산자락 해그늘이 내 눈물을 감추어버렸다네.

 

:::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江

마음도 한자리에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江을 보것네.

 

저것 봐,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江을 처음 보것네.

 

 

...깜빡이는 도심의 불빛을 등불삼아 강물도 눈물도 멎어버린 그 해 가을 강과 겨울 산을 지나 찬란한 이듬해 봄을 향해 무거운 발길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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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소녀 2003-12-2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
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 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
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 천상병, 나무
 

오래 못 본 친구에게서 항공엽서

한 장이 왔다. 낮 모르는 항구의

잿빛 - 푸른 하늘이 찍혀 있었다.

<틈틈이 부탁하신 종(鐘)을 보러

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어떤 녀

석은 너무 커서 (집채만) - 메고

가기 힘들고, 어떤 녀석은 너무

작아서 소리도 안 날 것 같고...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그때였다. 옆에 있던 바람 한 올

이 불쑥 일어서며 제 가슴을 쳤

다. 뎅 - ,

 

종소리가 울었다.

 

:::  강은교, 엽서 한 장

 

 

결국 이 시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당신을 향한 나의 마지막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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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움...

외로움을 통한 혼자 있음의 환희.

(황동규 시인이 홀로움이란 신조어를 조탁했다고 함.)

...

외로움에 익숙 해 지다보면 어느 순간 홀로움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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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주 <길>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나의 오랜 이상형이었다.

그 분은 고뇌하는,참다운 지성인의 표본이요 하늘,바람,별 그리고 바람을 노래하는,맑은 영혼을 지닌 시인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분의 '序詩'를 가장 좋아하지만 나는 '길'을 가장 좋아한다.

내가 사는 것은...다만...잃은 것을 찾는 까닭이기 때문에......

오늘처럼 잃은게 무엇인지 조차 알 수 없는 날은 시가 그립다.윤동주 시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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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과 무기력함이 함께 찾아든 11월을 그나마 굳은 의지로 버텼던 것은 이번달 함께한 네권의 소중한 책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먼저 <전태일 평전>을 이제서야 읽었다.때마침 내가 이 책을 다 읽었던 날이 바로 11월 13일이어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전태일 열사와 함께 내가 존경하는 또다른 인물...조영래 변호사를 그 한권의 책에서  동시에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아쉽게도...내가 그 책을 읽을 즈음엔 노동자들의 시위가 시내 한 복판에서 있었다 한다.화염병을 동반한...

노동자들의 시위 자체에는 내가 그 내막을 샅샅이 알 수 없으므로 감히 뭐라 할 수 없지만...언론에는 그들의 투쟁이 과격하게만 보여서 씁쓸함을 느꼈다.

그들의 불법적인(시위가 불법적이라고 판단하는건 내가 아니라 그들이다.나는 다만 그들의 표현을 빌어 설명하는 것일 뿐) 시위가 있기까지...사태를 악화 시킨건 다름아닌...노동자들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그들임을 잘 알기에 말이다.

노동자 문제에 관해서는 아쉽게도 여기에 그쳐야 할 것 같다.나 역시도 미래의 노동자가 될 사람이고...아직 노동의 현실을 파악하기에는 모르는게 너무 많으므로...

그 다음으로 읽었던 책은 박노자 씨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이었다.

박노자씨의 눈에 비친 추악한 한국 사회의 이면을 나 또한 들여다 보면서 전적으로 공감이 갔다.바야흐로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불거진 탓일까.(그러나 어이없게도 강제추방이라니...해도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비겁한 한국인들의 의식구조에 나 또한 울컥 화가 치솟았다.나 또한 은연중에 이런 더러운 민족적 기질을 몸에 밴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올 해 책을 가까이 하면서 얻은 큰 수확은 홍세화라는 한 인물을 발견한 것이다.그런 인물을 이제서야 알았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덕분에 나는 몇 개월 사이 그분의 저서를 모조리 읽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이번 달에는 가장 최근에 나온 <빨간 신호등>을 읽었다.그분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인간적인 따스함이 묻어나는...고뇌하는 지성인의 참다운 모습을 간접적으로 나마 접할 수 있어서,그리고 내가 도외시 했던 현실의 문제를 그분을 통해 접할 수 있게되어서 얼마나 다행으로 여기는지...

마지막으로...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할 상황인데 나는 요 몇일 전공책을 치워두고 진중권 씨의 <폭력과 상스러움>에 빠져 오늘 드디어 마지막 까지 실소를 금치 못하며 책을 덮었다.그 분의 놀라운 언변에...지하철에서 종종 피식 거렸지만 무엇보다도 그러한 풍자적 해학 뒤에 숨어있는,현실을 바라보는 그 분의 냉철함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난해한 언어들이 종종 내 이해를 방해하였지만...나 역시 진중권 씨의 또다른 팬이 될것 같은 흐뭇한 예감이 든다.

끝으로...아쉽게 이 네권의 책에 밀려난(순전히 분량때문임) 체 게바라,프란츠 파농,마르코스 평전은...기말고사가 끝난 다음에 긴히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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