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주 <길>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나의 오랜 이상형이었다.

그 분은 고뇌하는,참다운 지성인의 표본이요 하늘,바람,별 그리고 바람을 노래하는,맑은 영혼을 지닌 시인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분의 '序詩'를 가장 좋아하지만 나는 '길'을 가장 좋아한다.

내가 사는 것은...다만...잃은 것을 찾는 까닭이기 때문에......

오늘처럼 잃은게 무엇인지 조차 알 수 없는 날은 시가 그립다.윤동주 시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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