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술산책 가이드 - 미술 따라 골목골목
류동현.심정원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애들이었을 때, 동네 시장통에서 이런 우스갯소리를 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애들은 가, 애들은 가.’ 왜 애들은 가야 했을까. 그야 물론 애들은 고객이 아니니까. 아이에 대한 비교육적 현장이라는 인식보다는 있어봤자 장사가 안 되니까 가라는 얘기였다. 그 아이가 커서 옷가게에 갔다. 점원의 눈초리는 딱 이렇다. ‘안 살거면 입어보지 마.’ 워낙 아이쇼핑이 많아서 이 옷 저 옷 입어보고 그냥 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점원으로서는 그런 진상들이 진력 날만도 하다.



구매의사가 있는 손님이 아니면 판매처는 그 누구도 달갑지 않다. 갑자기 잔돈이 필요해서 편의점에 들어가면, 껌이라도 집어야 인지상정인 세상이다. 그런 시절에, 미술계에서는 좋은 작품 널렸으니 그냥 와서 보고만 가라는 책들이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이 책 또한 그런 취지로 더 미술 관람문화가 대중에게 더 친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간되었다. 사실 나 같은 초짜들은 이런 책이 무지하게 반갑다. 마음은 있으나 몇 번 가보면 다시 절어버리는 갤러리, ‘용기를 주소서’ 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책은 미술계에 오랫동안 몸담으며 일해 온 미술전문지 기자 류동현의 저서이다. 1부에는 우리나라에 자리 잡고 있는 미술관, 박물관의 단출한 역사와 맥을 짚어보고 대표적인 갤러리의 형태들을 소개한다. 2부는 미술 감상에 대한 조언과 미술관련업을 소개한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부록에 있다. 갤러리가 밀집해 있는 동네에 가서 한방에 몰아서 탐방하는 약도를 그려준다. 나도 사간동, 광화문, 인사동 쪽은 조금 익숙했지만 놓친 갤러리가 많아 저자가 소개해 주는 코스는 단연 도전해 보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단순히 미술관이나 갤러리 소개에 급급하지 않고, 초보들에게 보다 넓은 영역을 소개해 주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흔히 지나치는 대기업 본사 앞 조형물들이나 디자인도 관람의 한 영역이라는 부분에서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백화점에 가서 제대로 ‘아이쇼핑’할 수 있는 길도 알려주니 며칠 전 충무로 신세계백화점에 가기 전 이 책을 펼쳤다면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시장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크게 진행하고 있는 많은 미술축제들과, 경매에 관한 부분, 그리고 좋은 컬렉터들의 마인드를 소개함으로써 미술계 입문을 가볍게 독려하고 있다. 작가는 서구위주로 편향되기보다는 동아시아 쪽 그림들을 많이 접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폭을 넓히라고 조언한다.





지금의 전시상황과 갤러리의 행보를 다룬 책이기에 현대미술과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중요하게 다룬 듯하다. 개인적으로 고전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시절의 고전미술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갤러리를 아무리 다닌들 현대작가들의 작품위주로 만나야 하기 때문에 초짜에게는 미술관람이라는 것이 상당히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새로운 소재들의 결합이나 추상적인 디자인, 미디어 아트나 퍼포먼스 쪽으로 가면 더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 미술사를 공부하며 차근히 관람하고 싶다면 아직은 ‘갤러리보다는 르네상스 기획전 같은 곳부터 다녀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조건 많이 봐야 한다는 정설을 따라 저자가 소개한 길을 자주 걸어봐야겠다. 비록 한 점 구매의사가 없는 뜨내기의 발걸음일지라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