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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리스
앨런 글린 지음, 이은선 옮김 / 스크린셀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로버트 드니로와 브래들리 쿠퍼가 주연을 맡은 영화 <리미트리스>는 지난 달 3월 개봉 첫주만에 미국과 영국의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바 있다. 그 영화 원작소설이 바로 앨런 글린의 리미트리스다. 2001년에 출간되었고, 2011년에 영화로 개봉되며 한국에 번역되었으니 만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대의 작품치고는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작가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이 작품이 그의 처녀작이라는 정도. 처녀작이 이 정도이고, 후속이 8년 만에 쓴 <Winterland>한 권밖에 없다. 때문에 앞으로 그의 저작행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자기검열이 심하고, 완벽주의가 강한 작가이기에 내는 작품마다 명작일 수밖에 없는 기질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소재가 특별하다. MDT-48라는 약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다. 홍보책자에는 뇌의 기능을 100%로 끌어올린다고 말하지만, 정작 책의 내용에서 이 약은 정체를 쉬이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그 약의 효능이 주인공에게 나타날 뿐이다. 에디 스피놀라는 외주편집자로 일하면서 자신의 무능력함에 자포자기식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단순한 만남에서 얻게 된 신종 약으로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된다. 그리고 약의 효과로 돈을 얻고, 약의 부작용으로 죽음을 얻는다.
소재에 비해 스토리가 지저분하다. 워낙 약의 효과가 탁월해서, 주인공이 정신 못 차리고 돌아다니며, 생각도 파편처럼 이어진다. 그것을 표현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물, 인물과의 만남, 인물에 대한 캐릭터, 주인공과 주변인물과의 거리 등이 정리되지 않고 그냥 그렇게 흐른다. 모든 사건과 인간관계가 약에서 약으로 집중된다.
주인공이 아무리 똑똑해지고 든든한 백이 생기고 돈을 많이 벌어도 조폭하나 그 머리로 처리하지 못하고, 끝내 피를 본다는 전개도 이해되지 않는다. 애초에 머리 잘 굴러갈 때 한정된 수량의 그 약을 스스로 만들 생각을 하지 못했고, 이후에 약이 떨어져가니까 제조에 대한 생각이 스쳤다는 것도 ‘뭐냐’ 싶다.
뇌의 100%를 쓴다는 가정은 조금 더 특별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은 듯한 생각이 든다. 인류가 뇌를 10%~20% 가량 쓰고 죽는다는데, 인류가 발전시켜놓은 세상이 이러하다면 적어도 한 사람이 뇌를 100% 쓴다고 했을 때 저자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는 독자의 상상력정도는 훨씬 초과해야 하지 않을까. 주식 잘해서 돈 잘 벌고, 기억력 좋고, 독서력과 이해력을 바탕으로 떠벌리는 것 좋아하고. 그 정도로 잘 먹고 잘 사는 길이 열렸다고 하는 것은 ‘약에 대한 부작용 설정’에 비해 너무 약하지 않았나 싶다.
로맨스가 없어서 좋았다. 여기에 식상한 로맨스까지 질척였다면 ‘미국영화 겨냥 작품’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다. 책에 오탈자가 없는 것도, 500페이지의 책 치고는 상당히 가볍다는 점에서도 좋았다. 막히는 것 없이 술술 넘어간다. 영화로 본 이들도 그랬지만, 지루함 없이 시간이 잘 간다는 점은 이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많은 시험들을 겪으면서, 뭐든 쉽게 소화하는 천재가 되고 싶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냥 능력껏 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