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멜로가 아니라 다큐다 - 파워블로거 라이너스의 리얼 연애코칭
라이너스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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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가 왜 멜로가 아닐까. 우리가 숱하게 봐 왔던 멜로 영화는 다 환상에 불과한 거짓부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다큐, 우리 주변의 아주 의미 있으나 오락적 요소를 배제한 거기에 연애가 있다고 보는 것인가. 저자는 늘 이별여행 같은 연애만 하셨나. 표제를 보고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이다. 저자는 ‘다큐’라는 단어의 실제적 이미지를 사용함으로써 정말 지금시대에 먹히는 조언들을 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저자는 김종오. 라이너스 인터넷상의 필명을 가지고 있다. 그는 최근 일간 스포츠 블로그 플러스에 〈여자들은 왜 나쁜 남자를 좋아할까?〉라는 포스팅이 소개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여, 올 블로그 어워드 ‘베스트 블로그’, 다음 뷰 ‘황금벤 베스트 뉴스 블로거’, 티스토리 ‘우수 블로그’에 선정되었다. 2010년부터 필립스 공식 카페 ‘필립스 맨’에 〈사랑을 위한 연애법〉과 빙그레 ‘끌레도르’홈페이지에 〈로맨틱 남녀 연애 심리〉를 기고하고 있고, 한겨레 오피니언넷 ‘훅’의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분되어있다. 1장은 연애에 대해 독자가 가지고 있을 법한 일반적 관념 오류에 대해 지적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내용은 상대를 한번 보고나서 ‘그럴 것 같아’ 하고 단정 짓는 섣부른 추측을 피하라는 조언이다. 2장은 고백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있는데, 남자의 속성에 관해 단호히 말하며 거듭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명심하라. 아무리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남자는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마음을 표현하고 만다. 그가 고백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단지 당신에게 마음이 없는 것이다. (p. 70)




제3장은 주변에 남자 없다는 소리만 하지 말고 남자있는 곳으로 찾아가라고 말하고 있고, 어떤 여자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패션 조언에서는 긴 생머리에 힐을 신고 청순한 메이크업을 하고 감질나는 노출을 좀 해야 먹힐 거라는 조언을 한다. 제4장은 갓 사귀기 시작한 커플들을 위한 조언들이고, 제5장은 이별을 맞이한 여인들에게 하는 조언이다. 




연애 관련서적이라면 으레 그렇듯 아주 편안하게 머리를 식히면서 읽을 수 있었다. 공감할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으로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 특히 이별의 나들목에서 꼭 쿨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여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연애에 있어 가져야 할 마인드와 지켜야 할 에티켓 등에 관한 기술은 이 책의 집필의도와 관련한 아주 적절한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독자를 여성으로 한정하여 기술하고 있다. 남자의 시선으로서 ‘여성들이 연애를 잘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입장은 그것이 연애의 기술이라고 표현하기 이전에 남자에게 잘 보이는 법이고, 연애를 잘 주도해 나가기 기술이기 이전에 차이지 않기 위한 노력이 아닌가 한다. 남자들에 대한 정확한 분석력을 먼저 일러주기 이전에, 독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고정관념이라고만 단정 지어 놓는다. 남자를 완전시장같이 만들고 나서 여자의 노력여하에 따라 연애의 질이 결정될 것처럼 말하는 저자의 의도가 맘에 들진 않았다. 




이 책은 연애 초보들을 위한 책이다. 요즘은 유치원에서도 이성친구 하나쯤은 옵션이고, 초등학생의 연애는 생각보다 진지한 편이다. 이런 세태에서 ‘연애기술’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 면이 있다. 가르쳐줘야 아는 부분이 있고 그냥 자연히 알고 있는 부분도 있는데, 이 책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뭐, 남들 하는 이야기 듣다보면 자연스레 다 알게 되는 뻔한 내용. 특별한 다큐를 기대하기 보다는 편하게 재방본다 생각하고 보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세상에 아직 이런 것도 가르쳐줘야만 아는 초보가 있을까. 답답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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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머니게임 -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천재들의 음모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이승욱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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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화〈21〉. 아이비리그 명문대 천재들이 그들의 지적능력을 이용해 카지노에서 도박을 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블랙잭’이라는 기기의 허점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수학적 확률을 이용한 필승전법 ‘카드 카운팅’으로 두뇌의 모험을 펼친다. 천재들의 머니게임. 이 책에서의 천재들은 전 세계 금융시장 안에서 도박을 벌이고 있다. 영화보다 스케일이 큰 실제사례가 낱낱이 보고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로저 로웬스타인. 미국의 저명한 경제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이다. 10년 넘게 ‘월스트리트저널’기자로 활동하면서 주식시장과 투자에 관해 고정 칼럼을 기고해왔다. 저서로는 〈Buffet〉〈Origins of the Crash〉〈While America Aged〉〈The End of Wall Street〉가 씀, ‘뉴욕타임스’, ‘뉴리퍼블릭’, ‘스마트머니’의 칼럼니스트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LTCM은 살로먼 브라더스의 부사장이자 채권거래팀장이었던 존 메리웨더가 1994년 설립한 회사이다. 메리웨더는 살로먼에서 최상의 엘리트만을 선별하여 차익거래팀을 구성했는데, 그들은 기존 사원들과는 달리 컴퓨터를 활용한 수학적 확률을 토대로 학문에 빗댄 계산적 산출방식으로 이익을 내고, 이부서는 이내 회사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한다. 메리웨더가 부하의 부정행위로 살로먼에서 퇴출당하고 나자, 그는 그가 만든 차익거래팀을 빼내서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를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LTCM이다.
 
이 회사에는 파생상품의 블랙숄즈모형을 개발한 숄즈와 금융학계의 일급학자이며 노벨상을 수상한 하버드의 로버트 머턴이 참여하여 세간의 집중을 받게 된다. 그야말로 먹물들의 판인 것이다. 이런 조합은 LTCM이 처음부터 숫자와 수학 이론으로 장난이나 칠 계획이었다고 평가받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들은 채권의 만기구조에 따른 수익률변화인 스프레드차이를 노린 수익과 레버리지를 이용한 수익의 수직상승 등 여러 가지 수학적 모델을 활용한 그들만의 이론으로 자본을 끌어들여 단기간에 엄청난 부를 맛보게 된다. 출범 당시부터 1997년까지는 연 28~59%의 고수익을 계속했다.
 
그러나 단맛은 여기까지. 그들은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완전경쟁시장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론과 가설이었기 때문에 실제시장에서의 위험인자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1997년 아시아의 IMF구제금융이 첫 타석. 19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펀드는 붕괴위기로 접어들었다. LTCM의 도덕적 해이와 파생상품의 연이은 투자 실패들로 몰락의 위기에서 연방준비제도의 주도로 대규모의 구제 금융을 받았다.
 
두 노벨수상자가 내세운 수학적 모델에 관한 지적 자만과 그 실패, 리스크관리의 실패와 탐욕적 성향의 발동 등이 그들의 몰락의 주요한 원인이랄까. 여기엔 졸렬한 샌님들의 먹히지도 않을 전략 같은 것들이 난무했다. 알 수 없는 세계의 영화 같은 재미, 다큐 같은 진지함이 결합되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는 누구나가 지적하는 일이겠지만, 일반 독자 즉 금융권에 대해 그리 빠삭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책이다. 아는 사람만 읽던지, 컴퓨터나 아이폰이라도 대동하고 읽으라는 것인지. 금융권 전문용어에 대한 각주가 전무하다. 아무것도 없이 혼자서 읽어 내려가기엔 이 독자는 너무 무식했다는 말이다.
 
세계에서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 확신에 찬 나머지 남의 말 안 듣고 여유부리다가 낭패한 이야기. 그래서, 지들끼리만 망하면 되는데 엉뚱한 사람들까지 말아먹게 만드는 그 썩어빠진 정신을 보여주는 이야기. 여러 가지 재밌는 요소들이 가득한 좋은 책이었다. 기업이 단순히 머리만 가지고 되는 것도 아니고. 수완만 가지고 잴 일도 아니라는 굵직한 사례가 담긴 교훈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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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행복 - 제44회 페미나상 수상작
가브리엘 루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이상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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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이 집 없이도 살고, 옷 없어도 산다. 노숙자도 살고, 원시인도 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먹는 문제는 다르다. 먹고 사는 것은 항상 붙어있다. 그 ‘먹고 사는 것’ 이라는 기본적인 과제 앞에서 인류는, 어떤 모양새로든 끊임없이 불행을 겪어왔다. 과연 먹고 살기도 빠듯한 인생이 행복할 수 있을까. 허덕거리는 가난을 외면하고도 다른 일면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을 생각하는 책, 싸구려 행복이다. 




저자는 가브리엘 루아. 매니토바 주 생 보니파스에서 태어나 1937년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그 뒤 유럽에 두 차례 체류한 다음 퀘벡에 정착했다. 1929년 위니 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연극배우로 활동하며 8년 동안 교사생활을 했다. 그 후 몬트리올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1945년 이 책 ‘싸구려 행복’을 발표했고 캐나다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1947년,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1954년 ‘데샹보 거리’라는 작품으로 캐나다 총독상을 받고, 1977년 ‘내 생애의 아이들’이라는 작품으로 또 한 차례 캐나다 총독상을 수상하며 비평계와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1983년 7월 13일 74세의 나이로 운명한 저자는 이외에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때는 세계2차대전. 주인공 플로랑틴은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장녀로 식당에서 웨이터 일을 하며 집안 경제의 주축인 인물이다. 집에는 주렁주렁 감나무에 감 열리듯 동생들이 진을 치고 있다. 엄마는 그런 아이들을 돌보면서 삯바느질에 여념이 없다. 아빠는 집안이 어떻게 굴러먹든 말든 자기만 생각하며 사는 철부지 가장이다. 그래서 경제적 가장을 담당하고 있는 주인공이 콩쥐 컨셉이냐. 그건 아니다. 




그녀는 여느 남자가 봐도 매력적인 외모를 소유하고 있으나 딱 그만큼 세속적이고 천박하리만큼 꾸미길 좋아하고 자존심 깨나 부릴 줄 아는 돈 없는 집 딸이다. 여러 손님들에게 대시를 받아도 꿈쩍 않던 그녀가 장이라고 하는 책을 든 사내의 작업에 마음이 넘어가려 한다. 장은 그냥 한번 찔러보는 것인데 말이다. 이 사내는 야망에 도취된 인물이다. 어떻게 하면 이 퍽퍽한 세상에서 자신도 한 번 성공하여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지만 연구하는 인물이기에 주인공에게 관심은 가나, 그 여자의 천박스러움과 결부 시에 계산되는 뻔한 결론에 이내 말 한마디 없이 떠나버린다. 




갈려면 진짜 곱게나 가던가! 우리의 천박녀 플로랑틴이 가족이 없을 때 집에 그를 초대하니 슬그머니 와서는 애만 배게 만들어 놓고 갔다. 에라이 나쁜놈! 공황상태를 맞이한 여자는 평소 그녀를 애타게 바라보던 에마뉘엘과 데이트를 하고, 서둘러 결혼을 한다. 사랑 없는 결혼, 단지 그녀를 이 가난의 구렁텅이에서 구원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 같은 결혼. 에마뉘엘은 좀 사는 집 아들이고, 엘리트이며, 자의로 군에 입대한 멀쩡한 인물인데, 어쩌다 그녀에게 꽂혔는지, 원! 




멜로 소설 줄거리만 적고 있다. 실제로 글의 윤곽이 이러하다. 그러나 가난한 집의 장녀를 보여주면서 저자는 처절하리만큼 빈곤한 이들의 가정 내부를 여지없이 까발리고 있다. 그녀의 엄마의 인생을 통해서, 다니엘이라는 백혈병으로 죽어가면서도 가족의 시선에서 외면당했던 그녀의 동생을 통해서, 전시 상황에 일자리가 없어 내내 놀다가 돈 때문에 자원입대하여 전쟁터로 가면서도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그녀의 아버지와 동생, 엠마뉘엘의 동료의 삶을 통해서 저자는 전쟁의 시절의 가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굳이 뭘 느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소설을 읽고 있는 내내 말할 수 없이 많은 생각이 스치고, 읽고 나서도 뭔지 모를 여운에 한없이 잠겨있었다.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의 생각이다. 




드디어 우리도 잘살게 됐어.’ 놀라운 만족감, 편안하게 가슴에 차오르는 허영심에 들떠 그녀는 몇 번이나 이 생각을 되풀이 했는지 모른다. (p. 581)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 기술의 진보가 첨단을 달리고 곧 로봇전쟁을 앞두고 있는 현 시대에서도 인류의 단 몇 퍼센트만이 밥걱정 없이 살고 있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미국도, 복지 국가로서 위상이 가장 드높은 북유럽도 빈곤 없는 정치를 해나가지는 못한다. 풍요로운 시대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행복은 여전히 거기, 최소한 굶어 죽을 걱정 없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지는 않을까. 싸구려 행복? 그 가치와 도덕성을 평하기 이전에, 인간은 그렇게라도 살면서 사람다운 인생을 영위해야 할 가치 또한 타당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난이 절절히 묻어나오는 글로 풍요로운 삶에 대한 값어치를 생각하게 해준 저자의 소설은 독자에게 제목과는 상반되는 값진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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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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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처음 봤던 시대의 명화. ‘인생은 아름다워.’ 세계 2차대전 당시 독일에 있던 유대인들이 모두 수용소로 끌려간다. 주인공과 그의 아들도 그 죽음의 기차에 올라타야만 하고, 유대인이 아님에도 부인은 가족과 생사를 같이 하러 그 대열에 뛰어든다. 시국에 의한 정치적 판단도, 현실상황에 대한 지각도 없는 어린 아들에게 주인공은 게임이라는 단어 하나로 아이를 안전하고 공포심 없게 지켜나간다. 죽임을 당하러 걸어가는 순간까지 아들의 안위만을 생각했던 주인공의 부정에 관객은 한없이 진한 감동을 선사받는다.

 

위의 영화가 주인공의 시선이라면 이 책은 어린 아들의 시선이다. 소설 ‘룸’은 24년간 지하 밀실에 감금되었던 오스트리아의 한 소녀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쓰였다. 주인공은 19살에 한 남자에게 납치를 당해 그 집 헛간을 개조해 만든 곳에 감금되어 수년째 정기적으로 강간을 당하고 있는 한 여인의 다섯 살 난 아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곳에 있었고, 언제 그 곳을 빠져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엄마는 아들 잭을 세상과 단절된 교육으로 살게 한다. 집안에 있는 것들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늘 한번 보지 못하고 자란 잭으로.

 

올드닉은 일요일마다 쓰레기를 치우며, 필요한 물품을 채워주러, 또한 엄마와 침대에서 삐걱거리려고 다녀간다. 잭은 늘 벽장에 들어가 그 삐걱거리는 횟수를 세고 있다. 올드닉이 실직을 당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것을 안 엄마는 장담할 수 없는 하루하루의 생활에 탈출할 결심을 하고 강제적으로 잭을 이용한다. 어렵사리 탈출에 성공한 잭. 그리고 범인은 수감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도 아주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실제로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어 했던 부분은 그 이후의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아이는 처음 보는 세상 풍경이 너무 낯설고 이해할 수 없어한다. 햇빛 한번 함부로 쬘 수 없는 상태에서 엄마는 전 매체가 공격적으로 집중하는 그 고약한 시선을 견뎌내야 한다. 그 지옥 같은 생활에서 아이를 지켜내고 싶었던 어미의 마음은 세상의 나와 보니 좀 더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었냐는 질타 섞인 물음을 감당해내야 한다. 그러다가 엄마는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린다. 잭은 방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하고 거기서의 냄새나는 담요라도 끌어안는다. 놀이터에 가도 생전 처음 보는 자신외의 아이들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아이는 다시 한 번 그 방에 가보고 싶어 한다. 세상에 나온 지 몇 달 되지 않았건만 그새 아이는 자기가 묶었던 방에서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낀다. 그렇게 가보고 싶어 했던 그들의 삶의 현장이자 범죄의 동굴에서 모자는 차가워진 몸과 마음으로 나오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고 있다.

 

소설은 아이의 필치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주제에 비해 무겁거나 어둡게 다뤄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그런 부분으로 인해 독자는 더 차분하고 깊이 있게 이 소설에서 주는 저자의 목소리를 읽어낼 수 있다. 아이의 목소리를 위해 저자는 문장의 호흡을 되도록 짧게 하고 미사여구 없이 보이는 그대로 묘사와 감정전달에만 집중된 필치를 보인다. 그래서 더 아이의 시선으로 잘 받아들여졌다.

 

그 참혹한 범죄의 도가니에서 아이가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때 묻지 않고 길러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소설임을 입증해주는 것은 아닐까 한다. 요즘 아이들처럼 TV를 보면서도 그렇게까지 순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기에 가슴 아프고 어딘가에 또 이런 범죄의 희생양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부디 이런 아픔은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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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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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카산드라의 모험을 읽었다. 워낙 국내외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에 저자에 대해 소개한다는 것이 조금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독자 개인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필력 위주의 소설보다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독자의 뇌를 두드리는 글을 많이 쓴다고 생각하는, 이 책은 그러한 저자의 특성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저자의 인문학적 사유가 잘 녹아든 작픔이다.

 

카산드라,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동명이인의 여인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대한 예지력을 가지고 있는 17세의 여자아이. 부모님은 그녀가 13살이었을 때 함께 오페라를 보러 간 현장에서 테러에 의해 사망했고 그녀는 그 사고이전의 기억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롱델 학교를 다닌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교장에게 받은 출처 모르는 손목시계를 가지고 학교에서 뛰쳐나온다.

 

우연히 들어간 쓰레기장에서 만난 네 사람, 가장 잘 대해주는 거인 오를랑도, 입이 험한 전직 에로 배우 에스메랄다, 탈북자 출신의 가장 어린 동양인 기술자 김,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면서 ‘네가 알랑가 모르겠지만.’ 이란 말버릇을 지닌 세네갈 노인. ‘대속’이라는 그들의 무리는 사회에서 낙오한 실패자들로 모두의 시선을 떠나 프랑스에서 가장 거대한 쓰레기장 안에서 살아간다. 카산드라는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육체적으로는 고약한 삶의 값을 치른다.

 

주인공은 그들과 함께 살면서 미래의 테러를 막고, 사람들을 구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아무리 선한 동기로 큰 위기에서 사람을 구해도 그들은 여전히 소외된 실패자의 삶 그 이상이 아니라는 것. 또한 김예빈이라는 젊은 기술자 청년과 함께 카산드라가 계속적으로 품고 있었던 자신의 과거와 그에 얽힌 비밀들을 풀어나가게 된다. 여기서 다니엘이라는 주인공의 오빠는 미래를 확률로 계산하는 능력의 소유자이며 주인공에게 ‘5초 후 사망확률 손목시계’를 선물한 인물로서 미래에 대한 그의 계산능력을 시험하다가 끝내 죽음에 이른다.

 

멀지 않은 미래의 진지한 고민들을 저자가 내미는 칼날같이 예리한 시각으로서 또한 그 특유의 매력적인 필치로서 펼쳐내는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군데군데 한 면을 장식하고 있는 색감 짙은 일러스트가 인상적이며 활자에 지쳐가는 독자의 뉴런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전반적으로는 차가운 머리로 읽게 되는 소설이었다. 주요 인물들의 감정이나 이야기에 마음이 동하지 않고 조금은 냉소적인 마인드로 철저히 제3자가 되어 읽어나갔다. 긴박감이나 흥미진진한 스토리라기보다는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책으로서 작용하고 있다. 그것이 비단 상상력을 요구하는 어떤 영상적인 흐름이 아닐지라도 저자가 던지는 미래에 대한, 현재의 독자 주변에 대한 여러 사유를 생성케 했다.

 

뻔하지 않은 감각적 스토리 전개에서 많은 흥미요소를 발견했고 또한 쓰레기장의 네 사람의 대화들이 독자의 마음에는 유쾌하고도 의미 있게 전달되어 왔다. 베르베르여서 기대했던 소설, 또 한번의 끄덕임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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