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의 거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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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카산드라의 모험을 읽었다. 워낙 국내외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에 저자에 대해 소개한다는 것이 조금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독자 개인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필력 위주의 소설보다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독자의 뇌를 두드리는 글을 많이 쓴다고 생각하는, 이 책은 그러한 저자의 특성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저자의 인문학적 사유가 잘 녹아든 작픔이다.

 

카산드라,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동명이인의 여인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대한 예지력을 가지고 있는 17세의 여자아이. 부모님은 그녀가 13살이었을 때 함께 오페라를 보러 간 현장에서 테러에 의해 사망했고 그녀는 그 사고이전의 기억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롱델 학교를 다닌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교장에게 받은 출처 모르는 손목시계를 가지고 학교에서 뛰쳐나온다.

 

우연히 들어간 쓰레기장에서 만난 네 사람, 가장 잘 대해주는 거인 오를랑도, 입이 험한 전직 에로 배우 에스메랄다, 탈북자 출신의 가장 어린 동양인 기술자 김,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면서 ‘네가 알랑가 모르겠지만.’ 이란 말버릇을 지닌 세네갈 노인. ‘대속’이라는 그들의 무리는 사회에서 낙오한 실패자들로 모두의 시선을 떠나 프랑스에서 가장 거대한 쓰레기장 안에서 살아간다. 카산드라는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육체적으로는 고약한 삶의 값을 치른다.

 

주인공은 그들과 함께 살면서 미래의 테러를 막고, 사람들을 구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아무리 선한 동기로 큰 위기에서 사람을 구해도 그들은 여전히 소외된 실패자의 삶 그 이상이 아니라는 것. 또한 김예빈이라는 젊은 기술자 청년과 함께 카산드라가 계속적으로 품고 있었던 자신의 과거와 그에 얽힌 비밀들을 풀어나가게 된다. 여기서 다니엘이라는 주인공의 오빠는 미래를 확률로 계산하는 능력의 소유자이며 주인공에게 ‘5초 후 사망확률 손목시계’를 선물한 인물로서 미래에 대한 그의 계산능력을 시험하다가 끝내 죽음에 이른다.

 

멀지 않은 미래의 진지한 고민들을 저자가 내미는 칼날같이 예리한 시각으로서 또한 그 특유의 매력적인 필치로서 펼쳐내는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군데군데 한 면을 장식하고 있는 색감 짙은 일러스트가 인상적이며 활자에 지쳐가는 독자의 뉴런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전반적으로는 차가운 머리로 읽게 되는 소설이었다. 주요 인물들의 감정이나 이야기에 마음이 동하지 않고 조금은 냉소적인 마인드로 철저히 제3자가 되어 읽어나갔다. 긴박감이나 흥미진진한 스토리라기보다는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책으로서 작용하고 있다. 그것이 비단 상상력을 요구하는 어떤 영상적인 흐름이 아닐지라도 저자가 던지는 미래에 대한, 현재의 독자 주변에 대한 여러 사유를 생성케 했다.

 

뻔하지 않은 감각적 스토리 전개에서 많은 흥미요소를 발견했고 또한 쓰레기장의 네 사람의 대화들이 독자의 마음에는 유쾌하고도 의미 있게 전달되어 왔다. 베르베르여서 기대했던 소설, 또 한번의 끄덕임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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